마음은 진화다. 진화는 환경과 생물 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환경은 빛과 소리와 바람으로 생물을 자극한다. 동물이 눈으로 빛을 받아들이고, 귀로 소리를 받아들이고, 털로 바람의 방향을 읽으면 진화되어 있다. 외부 환경을 생물의 신체 내부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눈으로 빛을 끌어들이고, 귀로 소리를 끌어들이고, 털로 바람을 끌어들인다. 진화는 외부환경을 자기 내부로 가져와서 장악하고 통제하고 전달한다. 마음은 진화와 같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내면화하며 장악하고 통제하고 표현한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마음의 근본이다.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이 있다. 햇볕이 눈부시면 마음은 날아갈 듯 상쾌해지고 날씨가 찌푸리면 마음도 찌푸려진다. 인간은 특히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고자 한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하고자 한다. 중심을 장악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다 잘못되면 관종되고 잘 되면 리더된다. 관종은 마음의 실패다. 리더는 마음의 완성이다. 나무가 자라듯이 마음은 외부를 향해 자란다. 물과 햇볕과 흙과 거름에 의해 나무는 자라는 것이다. 마음은 나무처럼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자연의 햇볕이 마음에 들어와 비치고 동료의 언어가 마음에 들어와 비친다. 마음은 성숙하여 가족 혹은 부족 안에서 역할을 차지하고자 한다. 집단 속에서 빠르게 뉴스를 받아들이고 이를 전파하려고 한다. 그럴 때 마음은 뿌듯하다. 실패하면 범죄자 되고 관종이 되어 어그로를 끌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생물의 진화는 사건이며 나무의 성장도 사건이고 마음의 성장도 사건이다. 사건은 계가 외부 에너지를 받아들여 이를 내부에서 처리하고 다시 외부로 배출하는 형태로 반복하여 일하는 것이다. 존재는 곧 사건이니 그냥 존재하여 있는 게 아니라 환경을 장악하고 있고 통제하고 있고 또 전파하고 있다. 사건 안에서 에너지를 처리하는 갖춤이 구조다. 구조는 외부에서 들어온 에너지에 따른 계 내부의 모순을 해결한다. 에너지의 진입이 먼저다. 눈으로 무언가를 봤기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게 눈에 들어온 것이다. 돈이 없으면 고급 외제차가 눈이 보이지 않고 명품백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인과관계를 거꾸로 아는 데 문제가 있다. 순서가 중요하다. 구조론은 질≫입자≫힘≫운동≫량으로 설명한다. 마음은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이다. 마음의 병리는 이 포지션들이 엉킨 것이며, 자연이 에너지를 처리하는 절차에 맞게 풀어낼 때 마음은 다스려진다. 정신과 의식이 사건의 원인이면 생각과 감정은 그 결과다. 문제는 반대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사건의 원인은 최초 발발단계에서 잘 포착되지 않는다. 가을에 열매가 열린 것을 보고 봄에 꽃가루받이했다는 사실을 안다. 10달이 되어 아기를 출산하고서야 10개월 전에 둘이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마음의 원인이 되는 정신과 의식은 무의식 형태로 작동하므로 깨닫지 못한다. 사건이 종결된 상태에서의 결과인 감정이나 생각을 사건의 원인으로 착각하는 데서 마음의 괴로움이 일어나는 것이다. 화가 났다거나 혹은 사랑스런 감정이 들었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시점에 사건은 이미 종결되었다. 화가 났다면 화풀이할 대상을 물색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차분히 돌이켜봐야 한다. 사랑스런 마음이 들었다면 곧 고백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에너지가 있다는 증거이므로 에너지를 제어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변덕스런 상황에 홀리지 말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표적을 따라가면 안 된다. 갑자기 외제차가 눈에 밟힌다면 곧 홀려서 따라가지 말고 그게 통장에 돈 들어왔다는 신호이니 잔고를 확인해야 한다. 마음은 간단히 대상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외부환경과의 대결에서 어떻게든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려고 한다. 집단의 의사결정권자가 되려고 한다. 게임이론을 떠올릴 수 있다. 게임은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대칭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대립관계의 두 플레이어가 축을 공유할 때 서로의 운명을 공유한 셈이다. 거기서 일정한 합법칙성이 유도된다.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축을 장악해야 하며 축은 언제나 외부에 있다. 눈앞의 대상에 홀리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서 축을 틀어쥐어야 한다. 게임은 둘이 한배를 탄 것이다. 키를 잡아야 한다. 이기려면 토대가 되는 배를 장악해야 하고 먼저 그 배를 띄우는 바다와 친하고 바람과 사귀어야 한다. 축구시합이라면 둘이 공유하는 토대는 그라운드다. 그라운드에 물을 뿌려야 한다. 히딩크의 방법이다. 이렇듯 외부의 환경을 장악하고 통제하며 자기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조직의 진화가 일어난다. 조직의 발달원리는 생명의 진화, 자본의 팽창, 국가의 건설, 사회의 진보, 예술의 발달 등 모든 분야에 공통된다. 인간은 공동체적 동물이다. 마음은 그대를 공동체의 의사결정 중심 깊숙한 안쪽으로 이끌고자 한다. 마음은 외부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자 한다. 집단에 일어나는 최신뉴스를 남보다 빨리 알아채고 전파하고자 한다. 속보를 가장 빨리 아는 사람은 왕이다. 왕이 되고자 한다. 자연인이라도 그 환경 안에서 왕이 되고자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골짜기를 한 바퀴 돌아보며 멧돼지 녀석들과 오소리 친구들이 멋대로 경계를 침범하지나 않았는지 조사하곤 한다. 인간은 그렇게 환경과 한배를 타고 있다. 서로 연동되어 있다.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 건드리면 소리가 난다. 바로 반응이 온다. 내가 먼저 상대를 흔들지 않으면 상대가 당신을 흔들어댄다. 내가 게임을 주도하지 않으면 상대의 주도권에 휘둘린다. 하지 않으면 당한다. 마음은 공동체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되어 있다. 성장한다는 것은 나와 타자를 가르는 피아구분의 경계선을 확대하는 것이다. 형제간에 다툰다면 그 경계는 좁다. 국경이 너무 가깝다. 형제와 친하고 가족과 친해야 한다. 북한과 친하고 일본, 중국, 미국과 친하고 인류와 친해야 한다. 피부색과 성별과 계급을 넘어 두루 친하다면 그 마음의 경계는 넓은 것이다. 그것을 키워가는 것이 마음의 성장이다. 밖으로의 성장을 멈추면 마음은 죽는다. 퇴행이 일어난다. 외부와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내부에 국경이 생긴다. 자기 안에서 휴전선이 만들어진다. 자기 안에서 편 갈라 싸우는 것이 마음을 다치는 것이다. 외부에 상호작용의 경계선이 지워지므로 자기 안에 상호작용의 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crazy는 바위에 크랙이 생기듯 뇌에 금이 가서 갈라진다는 말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조달하지 못하므로 자기 안의 일부를 쥐어짜서 에너지를 획득하려는 것이 마음의 질병이다. 마음은 게임이다. 이기려면 축을 장악해야 한다. 도구를 휘둘러 한 걸음 더 전진해야 한다. 대칭을 비대칭으로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자기를 둘로 쪼개되 한쪽 팔을 잘라 불균형을 끌어내는 것이 마음의 병이다. 비대칭을 이루어 환경에 대해 우위에 서는 것이 마음의 완성이라면 자기 안에 비대칭을 만드는 것이 마음의 질병이다. 이기려면 에너지를 얻어 환경을 장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외부의 에너지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공동체가 발달하는 흐름, 회사가 번창하는 흐름, 배가 순풍을 만난 기세에, 자신의 마음을 일치시켜 앙상블을 이루고 하모니를 이루어 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신을 성장시킬 때 인간은 존엄을 얻는 것이며 마음의 병은 해소된다. 자연은 머무르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호흡을 멈추지 않는다. 공동체는 개인에서 가족, 부족, 국가, 세계로 나아간다. 인류의 운명을 틀어쥐고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 마음이라는 게임의 최종보스가 되고 만렙을 찍는 것이다. 혹은 그 에너지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왕이 되는 것이다. 자연은 본래 움직이는 것이며, 그 흐름에 편승하여 리듬을 탈 때 전진하는 기세의 관성력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마음은 자연스럽다. 생명은 자라는 것이 자연스럽고, 가족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회사는 발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마음은 외부의 에너지를 얻어 이를 내부에서 처리하고 외부로 배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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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발달하는 흐름에 자신의 마음을 일치시켜 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신을 성장시킬 때 인간은 존엄을 얻으며 그럴 때 마음의 병리는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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