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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530 vote 0 2003.04.02 (21:38:32)

『전쟁중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전쟁은 자기방어를 위한 전쟁도 아니고, 경제적인 이득을 위한 전쟁도 아니다. 전쟁하기 위한 전쟁이다.

석유는 여러 목표들 중 하나이다.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석유로 충당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수지타산을 셈하기 이전부터 미국은 전쟁을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먼저 전쟁을 머리에 떠올렸고 그 다음 전쟁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석유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의 적당한 조합을 생각해낸 것이다.

20년전 로널드 레이건이 구소련을 향해 악마의 제국(evil empire) 운운 할 때부터 이 전쟁은 예정되어 있었다. 레이건-부시정권의 본질은 반지성주의이다. 반지성주의는 미국 중하층 백인의 심리적 흐름과 맥이 닿아있다.

20년전 그들은 2류 영화배우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뽑아서 재미를 봤다. 동서냉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한번 더 재미를 보자는 것이다. 천박하다. 200년전 제퍼슨이 만든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상, 곧 국가비전이 뭉개진 것이다.

흑인을 전면에 포진시켜 놓고
국무장관 파월과 안보보좌관 라이스는 흑인이다. 겉으로는 흑백혼합정권을 이루고 있다. 즉 그들에게는 흑백혼합으로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다수 흑인이 이 전쟁을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흑인의 반발을 무마하고 전쟁을 도발할 목적으로 파월과 라이스를 전면에 포진시켰던 것이다.

미국에서 인종주의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백인이 공공연히 흑인을 공격할 수는 없다. 대신 그들은 머리를 굴렸다. 그것은 은폐되고 뒤틀린 교묘한 인종주의다. 폭력을 휘두르는 KKK단 식의 낡은 인종주의를 지양하고 좀 더 세련된 인종주의를 개발한 것이다.

백인은 미국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흑인, 동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에 포위되어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중하층 백인들은 자기네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에 심리적인 탈출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전쟁이 기획되었던 것이다.

속일 수 없다. 이 전쟁의 본질은 인종주의다. 인종주의와 관련하여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미국 내에서 백인이 흑인을 대놓고 공격할 수는 없으므로, 대신 그들은 그 다양한 인종들이 엑스트라로 찬조출연하고, 백인이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전쟁을 기획한 것이다.

이건 졸라 무식했던 과거의 방법이다. 그들은 좀 더 세련된 인종주의 수법을 개발했다.

유색인에게 포위된 중하층 백인
세계의 고급두뇌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인도에서, 한국에서, 중국에서, 천재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어 백인주류사회의 노른자위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반면 백인 고급두뇌는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유색인들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출세하기 위해서다. 백인 고급두뇌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이미 출세했기 때문이다.

출세하기 원하는 자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 도심으로 모여들고, 출세한 사람들은 돈을 쓰기 위해 교외의 별장으로 빠져나간다. 국가간에도 그러하다. 이 상황에서 죽어나는 것은 외국에서 온 고급두뇌와의 경쟁을 강요당하는 백인 중하층민들이다.

그들은 미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이 승리자이고 그들이 주인이고 기득권이다. 이제는 경쟁을 그만두고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고 싶다. 뉴질랜드나 캐나다의 별장에서 인생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인도에서 온 머리도 좋은 인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단다. 그 경쟁에서 자꾸만 밀려나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내나라 내땅에서 주인노릇 못한다면? 뭔가 억울한 느낌이다. 내가 주인이고 내가 기득권이므로 내가 권세를 휘둘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뭔가 공정하지 않다. 그에 따른 위기의식과 분노가 이 전쟁을 낳는 전쟁에네르기의 원천이다.

바보가 아니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나라
바보라야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바보는 바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레이건과 부시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가 그러하다. 날로 기득권을 잃고 불공정한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믿는 백인 중하층민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자신이 침해받지 않으면 결코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은 자신이 공격당하지 않았음에도 타인을 공격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그들은 공격당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누가 미국을 공격하고 있지? 그들 자신도 모른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사람이 오사마 빈 라덴이다. 라덴에게 뺨맞고 후세인에게 눈흘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본질은 반지성주의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공동체의 이상』에 문제가 있다. 토마스 재퍼슨이 제안한 『미국의 가치』 말이다.

공동체의 이상을 잃어버린 미국
그들도 인간이다. 본심을 까발겨보자. 그들은 경쟁없는 사회를 원한다. 내심으로는 자본주의 경제동물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 여유있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는 사회를 원한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공동체의 이상이 바뀌어야 한다. 가치관이 바뀌고, 철학이 바뀌고, 삶의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 크게 보면 서구정신의 한계이다. 중용의 개념이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기독교문명의 한계이다.

미국이 사는 길은 하나 뿐이다. 그들이 과도한 경쟁에 치였다는 사실을, 그들도 본심에서는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삶을 질과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의 이상에 합의해야 한다. 그러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한 그들은 귀신에 홀린듯이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전쟁은 터져도 서프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데 동의하시는 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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