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지난해 12대 주요 경제지표가 박근혜 정부 때보다 개선됐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496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인구 5000만명 이상 규모를 가진 국가 중에서 미국·독일·일본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전례없이 위기라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이같은 정보는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경제 위기를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당당히 세계 열강의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이 되는 것이 반드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힘차게 달리던 젊은 시기를 지나 서서히 소멸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일 수도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보여주는 그런 열기로 가득 찬 시대는 아득한 기억으로만 남았다. 젊은이들은 좋은 직장, 결혼, 육아, 집 장만과 같이 기성 세대들이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삶의 목표를 자신의 인생 밖으로 하나 둘 밀어내고 있다. 이들은 결핍이 없고, 그래서 애써 달성해야 하는 목표도 없어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 연설 중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구를 연상시키는 말이다. '헝그리정신'이라는 말에도 잡스나 숫타니파타의 진실 한 조각이 담겼다. 다시 말해 결핍이 없으면 동력도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외로워야 하고 배 곯아야 하는가.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억지로 배곯을 수도 없으며,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인터넷 동호회에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사회적 관계도 풍성하게 펼쳐져 있다. 어느새 외로울 수도 배곯을 일도 없어진 나라가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생각도 옅어졌다.


우리가 세계사에 유래 없을 정도의 성취를 이루는 동안 기성세대와 이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될 젊은 세대의 경험이 극명하게 단절됐다. 외롭고 배곯아봐야 한다는 말은 자칫 젊은 세대에게는 고루한 잔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커졌고, 사회적 지위가 모호해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삶과 성공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경쟁을 통해서만 달성되는 성취는 식상하고, 행복과 같이 개인주의적 만족으로도 에너지는 발전되지 않는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움직이고, 움직여야 존재로서 가치를 가진다. 우리가 주워 섬기는 행복이나 경쟁적 성취는 '움직이는 존재'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지 못하다. 화가는 쉼없이 그릴 때 완전하고 달리기 선수는 트랙을 질주할 때 완전하다. 그림을 팔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은 잘 움직여온 전체 과정의 한 단면일 뿐이다. 


완전함으로부터 존엄과 성공과 행복이 달려 나온다. 우리가 바른 방향을 잡고 그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여갈 때 어떤 특정한 사회적 지점과 만나게 되고 그 위치에너지로부터 우리 삶이 온전해진다. 아웃사이더나 인사이더 어느 한쪽의 포지션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 더 정확히는 아웃사이더의 위치에서 인사이더(사회 주류)를 지속적으로 지향하는 바로 그 방향에서 우리 삶을 온전하게 하는 위치에너지가 나온다.


멈추는 순간 삶은 빛을 잃는다. 다시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를 곱씹어보면 'hungry'는 굶주림과 결핍, 즉 변방이나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아웃사이더로 머물러서는 곤란하고 사회와 역사의 중심을 노려봐야 갈망이 생기고 그 갈망이 인간을 움직이게 한다. 


당장이라도 중심으로 치고 들어갈 것 같은 갈망이 서린 눈빛을 가져야 한다. 행복과 성취는 그 에너지 낙차의 흐름에 달려나오는 열매일 뿐이다. 행복과 성취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서있는 지점을 인식하고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이해해야 한다. 중심을 노려보는 아웃사이더의 눈빛을 잃지 말아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9.01.16 (18:53:59)

명문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수피아

2019.01.16 (22:42:17)

"멈추는 순간 삶은 빛을 잃는다" -아무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1.17 (03:41:18)

구조론의 정수를 보통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글로 제대로 풀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1930
1524 관료를 다루는 법 1 수원나그네 2018-09-25 1727
1523 국제기구 2 눈마 2018-09-25 1531
1522 국제기구도시의 발상과 구상과정 image 수원나그네 2018-09-23 1464
1521 [종전선언기념] 국제기구도시 구상 image 수원나그네 2018-09-22 1868
1520 경주최부자 후손이 개천절에~ image 수원나그네 2018-09-19 2558
1519 힘과 운동에 관한 질문입니다. 3 systema 2018-09-17 1877
1518 땅값집값 26 - 토지공개념 강연회/토크쇼 image 수원나그네 2018-09-17 1567
1517 생명로드 27 - 위기에 처한 생명 : 토크쇼 image 수원나그네 2018-09-15 1644
1516 땅값집값 25 - '주택'이 아니라 '주거'의 공급으로 image 3 수원나그네 2018-09-15 1597
1515 얼룩말의 줄무늬 역할 김동렬 2018-09-13 2526
1514 맹상군 리더십이 필요하다. 11 김동렬 2018-09-12 2807
1513 땅값집값 24 - 미래가치의 현재화 3 수원나그네 2018-09-09 1720
1512 땅값집값 23 - 보유세를 강화해도 문제가 없는 이치 image 2 수원나그네 2018-09-09 1534
1511 땅값집값 23 - 땅값의 정체 image 1 수원나그네 2018-09-08 1928
1510 땅값집값 22 - 김헌동선생(경실련)과의 대화 20 수원나그네 2018-09-06 3159
1509 [제민] 연약한 공유지를 지켜라 2 ahmoo 2018-09-04 1745
1508 땅값집값 21 - 보유세 후퇴는 촛불정부의 직무유기 수원나그네 2018-08-30 1521
1507 [탈원전 333] 경향1차 광고 8월28일 image 수원나그네 2018-08-28 1663
1506 바보는 전염병이다. image 1 김동렬 2018-08-25 2923
1505 관점의 이동 훈련하기. 4 systema 2018-08-24 2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