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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현실화되었다. 99년 옷로비 특검을 연상하고 겁부터 집어먹는 사람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는 반대로 간다. 옷로비 특검과는 180도 다른 양상으로 간다. 결과는 예정되어 있다.

옷로비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옷로비 사건』은 처음 사직동팀 조사로 부터 시작해서 서울지검 수사, 청문회 형식의 국정조사, 특검 수사, 대검 중수부 수사로 단계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폭발했다. 시궁쥐 한마리가 온 나라를 뒤엎어놓은 것이다.

옷로비의 실체는? 없다. 실체가 없는 사건이 정권을 아작낸 것이다. 천만에! 그렇게 믿는다면 정말 정치를 모르는 것이다. 옷로비사건이야 말로 처음부터 김대중정권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사건의 실체는 김대중정권의 성격규정에 대한 것이며, 그 결론은 김대중정권은 서민의 정권이 아니라 밍크코트정권이라는 것이다.

이해가 안되는가? 얼마전 노건평씨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한 필진은 필자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이지 노건평씨 사건은 해프닝이다. 사건도 아니다. 나 또한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할 이야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왜 나는 구태여 노건평씨 사건을 언급하였는가? 원래 이런 작은 사건이 정권을 결단내는 법이다. 사건이 이 정권의 본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수석이 서둘러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면 300만표 날아갈 사건이었다.

그 정도의 폭발력이 있다. 모르겠는가? 정치하는 사람이 이런데둔감하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 그 사건이 가라앉은 이유는 문재인수석이 서둘러 진화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은 노건평씨의 주름진 이마와 농투성이의 순박한 얼굴표정이 텔레비젼을 통하여 안방에 생생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노건평씨 얼굴에 개기름이 번지르르 하고, 노건평씨 일족이 3층짜리 호화빌라에 살고있고, 사돈에 팔촌에 의심스런 친척이 수십명이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문재인수석과 환담하는 장면이 텔레비젼 전파를 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300만표 날아간다. 정치인은 살고 죽는 것이 종이 한장 차이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정권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노건평씨와 노건호씨를 청와대 경내에 가둬놓아야 한다. 5년동안 노건평씨는 청와대 잔디나 돌보는 것이 좋고, 노건평씨는 정원수나 돌보는 것이 딱이다. 대통령의 친인척은 그러한 방식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희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민심과 정권의 거대한 균열

옷로비! 그것은 거대한 균열이었다. 김대중정권의 정체성이 과연 유권자가 기대하는 서민정권인가에 의구심을 가졌던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대한 균열이 일어난 것이다. 여론이 어떤 목적을 띠고 권력과 전쟁을 벌인 것이다. 그 목적은 불온하기 짝이 없다. 중요한건 옷로비의 실체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여론이 어떤 목적성을 띠었는가이다.

여론이 모종의 목적을 띠게되면 그 사건이 실체가 있든 없든, 그 여론의 목적이 달성될 때 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폭발하게 되어있다. 그것은 사건이 아니라 정치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마녀사냥식 여론조성이라는 방법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정치가 아니라 사건으로 믿는다면 그건 정말 정치를 모르는 거다. 그러므로 애초에 그 여론의 목적성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이미 여론이 불온한 목적을 가져버렸다면 가래로도 막을 수 없고 호미로도 막을 수 없다. 오직 희생과 감동으로만이 막을 수 있다. 애초에 사건의 본질이 정치이므로 또한 정치적인 방법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 여론의 불온함은 자민련과의 야합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부터 시작되었다. 김대중정권의 주역이었던 김태정, 김중권, 이종찬 이런 인간들의 정체가 도무지 뭐냐 이거다. 왜 김태정, 김중권, 이종찬, 김종필 이따위 김대통령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인간들이 거기에 한자리씩 꿰차고 앉아있느냐 이거다.

유권자는 거기에 의구심을 가졌고 그 답을 옷로비 특검에서 구하려 했던 것이다. 드러난 것은 밍크코트 하나다. 밍크코트의 상징이 무엇인가? 그들은 서민인 우리편이 아니라는 거다. 김대중정권도 우리편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그걸로 끝난거다. 더 이상 논할 것이 뭐란 말인가? 이건 한 방에 가는거다.

제발 정치를 알고 떠들자!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성이 무엇인가? 그것은 소외감이다. 우리편인가 아닌가이다. 정치의 본질은 유권자와 같은 편에 서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 생각하는 『우리편이냐 나쁜편이냐』 이게 바로 정치다.

동교동의 존재, 홍삼비리, 옷로비 이게 다 뭔가? 간단하다. 우리편이 아니라는 거다. 김대통령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최초 보고단계에서 김태정을 자름으로서 국민을 감동시켰어야 했다. 왜냐하면 국민이 당연히 그러리라고 믿어버리므로. 어떤 경우에도 믿음을 배반해선 안된다.

정치인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편으로 보여야 한다. 거짓연출을 해서라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 호화빌라? 이런건 두금이다. 이회창의 빌라는 정치가로서 기본이 안되어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정치가로서 기본이 된 사람인가? 아니었다. 정치 9단이면 뭐하는가? 기본이 안되어있는데.

민심은 단순한 로비사건 하나를 밝히자는 것이 아니라, 자민련과 야합한 정권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끝내 깨닫지 못한다는 말인가? 민심은 애초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정하고 달려들어 물어뜯는데, 그걸 그렇게도 모른다는 말인가?

대북송금 특검의 실체는 무엇인가?

옷로비는 유령이었다. 애초에 실체가 없었다. 실체가 있었다면 김종필, 김태정, 김중권, 이종찬 이 따위 원초적으로 아닌 인간들과 김대중대통령 사이의 위화감이었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것이다. 뭐가 이상한지는 국민도 모른다. 그 이상한 느낌이 해소될 때 까지 물어뜯는다.

대북송금 특검은 답방약속을 실행하지 않은 김정일의 배신이 사건의 본질이다. 물론 김정일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부시의 약속파기가 구실이다. 대북특검은 김정일과 부시의 배신이라는 본질이 있다. 의혹의 타켓이 따로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먹잇감이라도 그것을 삼킬 수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옷로비특검에 재미본 한나라당이 대북특검에 집착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가는거다. 삼키지 못하는 먹이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먹이를 삼키기 전에 제 입이 먼저 찢어진다.

정치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깨달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북한의 핵위협이 이회창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듯이, 잇다른 폭로전이 조금도 먹히지 않았듯이, 이미 드러난 사건은 전혀 영향이 없다.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을 때 파괴력이 있다.

한나라당의 본질은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없음이다.

본질을 봐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우리편이냐 나쁜편이냐다. 정치는 약하고,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두둔해주고 격려해주고 역성들어주는 것이 정치의 알파요 오메가다. 한나라당은 누구의 편을 드는가이다.

정치에서 누가 잘했는가 잘못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편이기만 하면 잘못해도 이기고, 우리편이 아니면 잘해도 진다. 국익을 호주머니 속의 공깃돌 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다. 그들은 우리편이 아니기 때문에 애정이 없고, 애정이 없으므로 국익을 두고 불장난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큰일 낼 사람들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한나라당이 왜 우리편이 아닌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간단하다. 그들이 우리편이라면 태도에서 애정이 묻어나야 한다.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눈꼽만큼의 애정이라도 있다면, 안보라는 국가존망의 문제를 두고 불장난을 하지는 않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우리들에게 맡겨진 소임이다. 결국 그들은 대한민국에 애정이 없으며, 전쟁이 나면 다 외국으로 튈 놈들이라는 것이 이번의 대북특검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승부사가 싸움을 두려워하랴!

정리하자. 정치는 정치다. 잘했다고 표를 주고 잘못했다고 표 안주는 유권자는 없다. 우리편이면 무슨 짓을 해도 표를 주고, 우리편이 아니면 무슨 짓을 해도 절대로 표를 주지 않는다. 우리편인지 아닌지는 사건을 다루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것은 애정이다. 특검은 애정을 겨루는 한판 시합이다. 대한민국에 애정이 있는 쪽이 이기고 애정이 없는 쪽이 진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한나라당은 원래 애정이 없는 집단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김대중광신도들은 김대중대통령이 그들을 구원할걸로 믿었다. 김대중에 집착하다가 행동반경이 좁아져서 외연이 차단당한 끝에 패배했다. 한나라당이 특검에 집착하는 한 같은 방식의 몰락이 예정되어 있다.

강아지를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다. 살점이라곤 붙어있지 않은 뼈다귀 하나를 던져주는 것이다. 대북특검은 살코기라곤 한점도 붙어있지 않은 뼈다귀에 불과하다. 그래도 강아지는 뼈다귀에 달라붙는다. 달리 강아지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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