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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558 vote 0 2018.11.14 (17:31:31)

      
    단순한게 좋다


    Truth is ever to be found in simplicity, and not in the multiplicity and confusion of things. 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찾아야 한다. 다양성과 혼란이 아니라. ― 아이작 뉴턴


    구조론을 모르는 사람에게 구조론을 소개하면 대개 다양성을 주장하며 반발하기 마련이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의사결정구조 하나로 모두 설명한다. 에너지의 방향성 하나로 전부 설명한다. 모두 한 줄에 꿰어 하나의 원리로 일관되게 밀어붙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들에 각각 다른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사결정원리로 설명한다.


    이쯤 되면 벌써 답답함을 느끼고 반발한다. 구조론은 너무 획일적이라는 거다. 구조론이 다양성을 부정한다는 거다. 직관적으로 그럴 리가 없다는 거다. 그들은 괴력난신을 추구한다. 그들은 세상은 복잡한 것이며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은 과학을 부정하고 싶어하고 명확한 진리를 의심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진리를 불편해 한다. 


    세상에는 아마 인류가 미처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구조론을 흔한 음모론들 중의 하나로 알고 왔다가 실망하기도 한다. 기라든가 귀신이라든가 혹은 초능력, 외계인, 초고대문명설, 달착륙음모론, 지구평평설과 같은 삿된 것을 찾아다니는 무리가 구조론연구소를 방문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내기도 한다. 


    과학과 수학을 혐오하는 그들에게 구조론은 엎친데 덥친 격이다. 그들은 과학과 수학이 명확하게 진리를 밝혀서 상상력을 발휘할 공간을 빼앗아 갔다고 여긴다. 그들이 빼앗기지 않으려는 다양성은 귀신, 내세, 초능력, 외계인, 초고대문명, 초자연현상 따위다. 진실은 하나고 거짓은 다양한 법이다. 결국 거짓을 원하는 거다. 왜? 거짓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소인배의 권력의지다. 그들은 권력을 원한다. 세상이 뭔가 다양하고 복잡해야 자기들도 끼어들 구석이 있다. 세상이 단순하면 천재들이 다 먹어버리지 바보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있을 리 없잖아. 이런 식이다. 약자의 관점이다. 약자는 뭐든지 복잡해야 뒷문으로 들어갈 기회가 주어진다. 단순하면 실력대결이 벌어지고 똑똑한 한 명이 독식하기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을 단순하게 해서 독식하는 것을 그들은 봤다. 돌아가는 판도가 복잡해야 불법복제도 하고 음원표절도 하고 탈세도 하지. 그래야 중소기업도 먹고 살지. 후발주자 중국이라면 시장판도가 복잡하기를 원할 것이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려고 말이다. 이는 패배자의 관점이다. 강자의 관점으로 갈아타야 한다. 주최측의 관점을 얻어야 한다. 


    당신이 게임의 주최측이라면 되도록 룰을 단순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야 통제되니까. 진리는 인류문명이라는 사건을 운영하는 주최측에 주어진다. 주체의 관점이 요구된다. 주체가 아니면 대상이다. 자신을 대상화 하지 말아야 한다. 뭔가 애매하고 흐릿하기를 원하는 자가 있다면 보나마나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이다. 도둑들이 낮보다 밤을 좋아하는 이치다.


    어떤 집단이 있다면 지도자가 한 명이어야 한다. 아프리카 부족처럼 여러 장로와 추장과 주술사가 암투를 벌이며 경쟁하고 있다면 피곤하다. 그 경우 외교가 안 된다. 외교는 외부와의 연결이다. 단순할수록 연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당신이라도 뭔가 사정이 복잡한 사람과는 사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복잡성이 끼어들어 당신의 계획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라에 대통령이 두 명이라면 피곤해진다. 이쪽이 결정하면 저쪽이 틀어버린다. 에너지가 있고 힘이 있고 실력이 있고 기술이 있는 사람은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복잡의 선호는 바보들의 자기소개에 불과하다. 직업이 도둑이니까 밤을 좋아하는 것이며 탈세할 의도가 있으니 혼란을 원하는 것이며 표절할 의도가 있으니까 복잡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것이 있다. 뭐든 복잡하게 설명하면 잘못된 것일 확률이 높다는 거다. 상식적으로 보자. 세상이 다양한 것은 외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눈과 귀와 코와 입과 피부로 세상과 연결한다. 그래서 다양하다. 다양한 것은 외부 연결이다. 그런데 말이다. 인간의 뇌는 하나다. 인간의 뇌가 여럿이라면? 눈에는 눈의 뇌가 별도로 있다면? 


    귀에는 귀뇌가 있다면? 다중인격이다. 조현병 걸릴 일 있겠는가? 다양하면 좋지 않다. 통제가능성을 잃는다. 눈이 넷이라면 어떨까? 눈동자는 둘이지만 촛점은 하나다. 연결부위는 단순해야 외부와의 연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복잡하면 걸치적거려서 연결에 실패한다. 안테나는 한개라야 한다. 연결의 접점은 한개라야 한다. 자동차의주유구는 한개라야 한다. 


    강자는 단순한 것을 좋아하고 약자는 복잡한 것을 선호한다. 노예는 다양하길 원한다. 권한이 분산되어 있어야 흥정해 볼 여지가 있다. 남편이 화를 내면 부인편에 서고 부인이 화를 내면 자식의 편에 붙어 호소하면 된다. 백화점은 강자이므로 정가를 고수하고 시장의 좌판은 약자이므로 흥정하기를 원한다. 여우는 약하므로 여우굴 입구를 아홉 개씩 만든다. 


    막연한 다양성의 추구는 약자의 생존술이다. 진리는 강자의 영역이다. 강자의 눈높이를 얻어야 한다. 당신이 세상을 만드는 창조주라면 복잡한 방법을 쓰지 않을 것이다. 복잡하면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기업을 운영하는 CEO라 해도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 안에 복잡하게 파벌이 존재한다면 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지해져야 한다. 자신의 어려운 형편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안 물어본 자기소개라면 곤란하다. 내가 노예니까 남편따로 부인따로 자식따로 주인집이 콩가루집안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공부를 못하니까 수학 따위 없었으면 좋겠어. 내가 약자니까 출입문이 여우굴처럼 아홉 개였으면 좋겠어. 이런 식이라면 한심한 거다. 개판치려는 태도라면 좋지 않다.


    복잡의 복은 같은 패턴이 중복된 것이며 잡은 이질적인 것이 섞여든 것이다. 구조론의 출발점은 복잡을 제거하고 단순화시키는 방법으로 숨은 질서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목도하는 세상은 복잡하다. 백금, 금, 은, 구리, 납, 철, 텅스텐 등 별의 별 것이 다 있다. 아니다. 비중으로 줄 세우면 단순화 된다. 색깔도 복잡하다. 빨주노초파남보가 많다. 


    아니다. 파장으로 줄 세우면 단순화 된다. 바둑판에 바둑알이 복잡하게 놓여 있어도 밸런스로 보면 단순하다. 연탄은 구멍이 많아서 복잡하지만 석유는 1리터 통에 담으면 단순하다. 어떤 것이든 단순화될 수 있다. 석유도 있고 경유도 있고 중유도 있고 항공유도 있어서 복잡하지만 칼로리로 보면 단순하다. 관점의 차이다. 대상의 어디를 바라볼 것인가다.


    어떤 둘을 보면 복잡하지만 그 둘의 사이를 보면 단순하다. 영희와 철수 얼굴을 각각 바라보면 복잡하지만 촌수로 보면 단순하다. 고등어 두 마리는 복잡하지만 자반고등어 한 손으로 보면 단순하다. 연필은 열둘이 한 타스로 가고 바늘은 스물넷이 한 쌈으로 가고 달걀은 열 개가 한 꾸러미로 간다. 이는 대상과 인간의 관계다. 관계로 바라보면 단순해진다. 


    적군이 쳐들어온다. 도망치려고 하는 자는 복잡하기를 원한다. 이 동굴과 저 바위 뒤에 숨을 수 있다. 손자병법이 복잡할수록 좋다.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자는 단순하기를 원한다. 들판에서 회전으로 건곤일척 승부하자. 오자병법은 단순해서 좋다. 복잡하기를 바라는 태도는 비겁한 것이며 학문하는 자의 자세가 아니다. 단순하기를 원하는 자가 이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11.15 (03:46:29)

"복잡하기를 바라는 태도는 비겁한 것이며 학문하는 자의 자세가 아니다. 단순하기를 원해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레벨:5]김미욱

2018.11.15 (11:21:12)

구조론 공부는 개인의 기존 내부 질서가 붕괴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심리적 장벽을 이겨내야 하며 게다가 실천하기 어렵다는 더 큰 장벽이 놓여 있다. 하지만 핵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파악한 자에게는 단순함이 부여하는 무한한 다양성의 세계가 열린다.

무엇보다 구조론은 집단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철학이라는 기본 전제를 놓치지 말아야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론은 인류의 미래 에너지다. 단순함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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