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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52 vote 0 2018.11.06 (19:07:48)

      
    연역과 귀납


    인식론은 귀납이고 존재론은 연역이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귀납은 진술로부터 전제를 추측하는 것이며 연역은 정당하게 전제로부터 진술을 끌어내는 것이다. 연역은 언어구조와 맞고 귀납은 어긋난다. 그러므로 귀납은 추측과 사유에 쓰이되 추론에 쓰이지 못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추론은 연역이며 귀납은 없다. 단 적的을 붙여서 귀납적 접근이라는 표현은 쓸 수 있다. 이 경우는 추론이 아니라 추측이며 사유다.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수학은 통째로 연역이다. 먼저 룰을 정하고 룰 안에서 세부를 채워가는 거다.


    엄밀하게 논하자면 모든 논리적 추론은 연역이며 귀납은 있을 수 없다. 단 연역추론을 하기 전에 자료수집 단계에서 귀납적 접근이 가능하며 이는 접근일 뿐 추론이 아니다. 연역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는 방향이고 귀납은 부분에서 전체로 가는 방향이다. 여기에서 딜레마다.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야 연역인데 추론단계에서 전체를 알 수 없으므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갈 수 없다. 그러므로 귀납하여 부분에서 전체로 가다가 오류를 발견하고 전체를 찾은 다음 다시 방향을 틀어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야 한다. 반드시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사유가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방향전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무조건 틀렸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역설이다. 사건은 하부구조와 상부구조가 있다. 결과측의 단서를 포착하는 사실단계와 배후에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원인측의 사건단계가 있다. 이중의 역설이 성립한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두 번 방향을 바꾸어야 바르다. 예컨대 진보를 주장한다면 그냥 진보가 옳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역설을 적용하여 사실은 보수가 옳다를 찍고 와서 다시 에너지는 진보가 옳구나 하고 틀어야 한다. 이러한 이중의 역설을 거치지 않으면 일은 실패로 돌아간다.


    사건은 문제의 해결이며 문제의 해결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부구조 단계와 방해자를 제거하는 하부구조단계로 조직된다. 에너지 공급은 주로 진보의 관심사가 되고 방해자 제거는 주로 보수의 관심사가 된다. 에너지 공급이 전제이면 그 범위 안에서 방해자 제거가 진술된다.


    진술은 전제의 제한을 받는다. 그러므로 추론은 연역밖에 없다. 진술에서 전제를 추측할 수도 있지만 이는 논리적 증명이 아니라 연역추론을 하기 위한 자료수집이다. 인간은 사건의 전모를 모르므로 전체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입수한 단서를 통해 가설을 세울 수밖에 없다.


    전제를 알 수 없으므로 가설은 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틀렸다는 사실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거짓을 뒤집으면 진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바른 길을 가려면 어긋난 길을 한 번 가보고 와야 한다. 선은 악을 거쳐야 한다.


    대포 사격을 한다고 치자. 처음 아무 데나 한 방을 쏘고 낙하지점을 지도에 표시한다. 다음 각도를 1도 틀어서 다시 한 방을 쏘고 낙하지점을 지도에 표시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세 번째 사격에 필요한 정확한 각도를 알 수 있다. 준비사격은 반드시 2회라야 한다. 삼각측정과 같다.


    정설에서 역설로 다시 이중의 역설로 세 개의 설을 조직해야 진실이 찾아지는 것이며 처음부터 정답으로 바로 갈 수는 절대 없다. 먼저 어떤 것을 찾고 다음 그 어떤 것의 움직임을 찾고 다시 그 어떤 것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에너지원을 찾는다. 이 과정이 없으면 보나마나 가짜다.


    존재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5회에 걸쳐 대칭을 조직하는 방법으로 범위를 압축하여 사건의 원인에서 결과까지 접근한다. 질 입자 힘의 상부구조에서 에너지를 조달하고 힘 운동 량의 하부구조에서 대상을 통제한다. 보통은 대상을 통제하려다가 대상이 움직이므로 실패한다.


    미꾸라지를 잡으려다가 미꾸라지가 도망가버려서 실패하는 식이다. 미꾸라지를 잡으려고 하므로 미꾸라지를 잡을 수 없다는게 역설이다. 그러나 통발을 설치해두면 미꾸라지는 제 힘으로 통발 속에 들어와 있다. 미꾸라지의 자체 에너지를 통제하여 잡는 것이 이중의 역설이 된다.


    대상이 움직일 것을 예상하고 의도적인 실패를 저지르는 방법으로 대상을 움직이게 해서 잡는 것이 이중의 역설이다. 그물을 쳐놓고 물을 들쑤셔서 물고기가 그물 속으로 숨게 한다. 두 번의 방향전환이다. 그물을 친다. 방향을 바꿔 물을 흔든다. 다시 방향을 바꿔 그물을 당긴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만 성공하는 존재다. 물론 이 과정을 실패라고 말하지 않고 투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라면 이 과정이 실패로 보여야 작전이 성공한다. 정치는 항상 새롭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실패해서 탄핵당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 일부러 탄핵을 당했다고 하면 안 된다.


    새로운 발명이나 창의라도 외부의 관측자에게는 실패로 보여진다. 이 패턴이 반복되어야 의도적인 투자로 이해한다. 미끼를 던져야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물고기가 미끼를 가져가니 실패로 보여진다. 정치와 예술과 발명과 도전은 새로우므로 언제나 오해되는 과정을 거친다.


    귀납추론은 무조건 틀린 것이며 응수타진으로 써먹을 수 있다. 바둑이라면 사석작전이다. 귀납은 반드시 죽지만 그것으로 적을 함정에 끌어들일 수 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져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진실을 파악하려면 의도적으로 오류를 저질러야 한다.


    진리는 오직 존재론과 연역뿐이며 인식론과 귀납은 존재론과 연역을 쓰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 우리는 틀린 인식론을 구사하여 적을 게임에 끌어들여서 적이 틀리게 하는 방법으로 바른 길을 찾는다. 오조준을 거쳐 정조준이 가능하다. 가늠자와 가늠쇠를 거쳐 타겟을 겨냥한다.


    첫 번째 발사가 가늠자 역할을 하고 두 번째 발사가 가늠쇠 역할을 해서 세 번째 발사로 타겟을 때린다. 이에 예외는 없다. 만약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이 과정을 거쳐서 내부에 감춰놓은 것이다. 오조준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가늠자와 가늠쇠를 장치 내부에 갖춰놓은 것이다.


    정치나 예술이나 발명이나 도전에는 가늠자와 가늠쇠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의 열린우리당 창당이 가늠자가 되고 적들이 탄핵소동이 가늠쇠가 되어주어야 국민이 정조준을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약간 무리하다 싶게 올려야 가늠쇠 기능을 충실히 해준다.


    적당한게 좋다 싶지만 적당하면 판단이 불가다. 국민이 납득하지를 못한다. 요리를 해도 약간 싱겁게 했다가 다시 소금을 쳐야 한다. 이러한 흔들기 조절과정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왜인가? 존재는 에너지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너지에 도달할 수 없고 장악할 수도 없다. 


    에너지는 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장은 둘 이상의 상호작용 형태로만 존재하므로 우리는 절대 에너지에 도달할 수 없다. 에너지를 장악하는 절차로 귀납적 접근이 필요한 거다. 오른주먹을 앞으로 내밀기 위해서는 왼주먹을 뒤로 당겨야 한다. 반드시 대칭구조를 조직해야 한다.


    신체의 코어를 중심으로 왼팔과 오른팔이 저울을 이룬다. 반드시 저울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의 오조준을 거쳐 세 번째 정조준으로 저울이 만들어진다. 가늠자와 가늠쇠와 타겟이 저울의 수평으로 정렬한다. 왼발을 앞으로 내밀기 전에 오른발을 뒤로 힘주어 밀어 저울을 만든다. 


    가려는 방향의 반대로 갔다와야 한다. 당신이 진보주의자라면 보수주의를 거쳐와야 한다. 그렇게 저울을 만들고 가늠자와 가늠쇠를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선을 지향한다면 악을 한 번 거쳐와야 한다. 사건의 장을 조직하고 대칭을 조직하고 저울을 조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젊었을 때는 진보였다가 세상 물정을 알고나서 보수로 생각을 바꾸었다가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을 얻어 다시 진보로 와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쳐온 제대로 된 진보는 없더라.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은 창의하는 자에게만 있다. 에너지는 반드시 닫힌계의 외부에서 오기 때문이다.


    닫힌계 안에서는 대칭구조가 작동하므로 에너지가 성립하지 않는다. 가늠자와 가늠쇠가 없다. 반드시 밖으로 나갔다가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안에서만 껍죽대는 자는 물정을 모르는 무뇌진보다. 밖으로 나가면 보수의 일탈이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제대로 된 진보다. 


    노무현처럼 바깥의 밑바닥 세계로 한 번 갔다와야 한다. 진짜에게는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이 있다. 노무현은 밑바닥 사람을 통제하는 기술이 있다. 밖은 닫힌계의 밖이다. 닫힌계가 반드시 국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라면 공방이 벌어지는 판도 바깥이다. 그라운드 밖이다.


    한 번은 야인이 되어봐야 한다. 밖에서 신무기를 얻어오거나 외교하여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오거나 창의하여 새로운 방법을 얻어오거나 공방이 벌어지는 기존의 판도 안에 없는 것을 끌어들여야만 진보는 가능해진다. 닫힌계 안은 대칭적으로 조직되므로 절대로 에너지가 없다. 


    반드시 밖에서 힘을 가져와야 내부를 조정할 수 있다. 밖으로 나가면 보수다. 노무현이 찾아간 밑바닥 세계는 보수가 먹는 세계다. 그 보수에 대한 통제권을 얻어와야 진짜 진보가 가능해진다.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는게 딜레마다. 누가 밖에서 끌어내줘야 한다.


    노무현은 정치권 바깥의 문재인이 당겨줘서 가능했다. 문재인도 정치권 바깥의 김어준이 당겨줘서 가능했다. 바깥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대개 진보는 안에서 힘이 없어 움쭉달싹 못하고 보수는 밖에서 힘을 찾아 겉돈다. 진정한 자는 밖에서 힘을 이루고 안으로 쳐들어온다. 


    변방에서 중앙을 침범한다. 그러나 오늘날 진보와 보수는 상대의 실패에 힘입어 기생할 뿐이다. 스스로의 역량으로 길을 열어젖히는 진짜는 없다. 보수는 호남과 노무현의 연결부위에서 약한 고리를 끊는 방법을 쓰고 있고 진보는 이명박근혜의 실정을 심판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할 뿐 스스로의 힘으로 전진하지 못한다. 자체 역량이 없는 가짜이기 때문이다. 도덕과 명분으로 말하면 가짜다. 그것은 상대방의 실패를 이용하려는 것이며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자체 역량을 가져야 한다. 천하와의 큰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된다. 


    에너지는 언제라도 천하에서 온다. 우리가 세계와의 대담한 전쟁을 벌이지 않으면 희망은 없는 것이다. 천하인이 아니면 안 된다. 조중동과 박근혜의 허약한 연결고리를 끊기만 하면 집권은 가능하지만 상대방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에 안주하면 안 된다. 큰 그림을 그려가야 한다.


[레벨:6]파일노리

2018.11.06 (21:28:05)

리스크를 안고 밖으로 나아가봐야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8.11.06 (23:02:12)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니편도 내편도 아니고 우리도 아니고 인류의 대표이자 천하인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자.

[레벨:11]큰바위

2018.11.07 (17:38:22)

숨은 전제를 찾는 것은 숨은 진리를 드러내라는 말. 
누가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며, 그 실패를 뒤집으면 된다는 말. 

결국 연역, 실존이 답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11.08 (09:58:05)

"에너지는 언제라도 천하에서 온다. 우리가 세계와의 대담한 전쟁을 벌이지 않으면 희망은 없는 것이다. 천하인이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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