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나라들은 모두 운이 좋았다. 일본은 금이 터졌고 영국은 석탄이 터졌다.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물리칠 때도 마침 은광이 터져서 분열이 주특기인 그리스의 도시들이 단결할 계기가 주어졌던 것이다. 그리스 문명은 키프로스의 구리와 흑해의 주석으로 일어났다. 양손에 떡을 쥔 셈이다. 로마인의 영국진출도 영국의 주석광산 때문이었다. 지정학적 구조도 중요하다. 성공한 나라들은 대개 바다를 끼고 교통로의 중심에 위치하며 배후지를 거느리고 있다. 산맥과 바다와 사막을 끼고 있어 방어에 유리했다. 안 되는 나라들은 정반대의 공통점이 있다. 좋은 항구가 없다. 방어하기에 불리한 지형이다. 사방이 막혀 있거나 뻥 뚫려 있거나 고립되어 있다. 문명의 중심권과 거리가 멀다. 더운 나라여서 옷을 입고 집을 지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조선이 가난했던 이유는 단 하나 생산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화산지대라서 토질이 비옥하다. 중국은 황토지대라서 역시 토질이 비옥하다. 한국은 산성토양의 마사토라서 토질이 좋지 않다. 고대에는 무역이 번성했지만 중세에 와서 농업국가로 바뀌며 자급자족했다. 그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일 방법은 없다. 생산성은 여러 가지 조건이 맞으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숙련된 기술자 한 명이 비숙련 노동자 열 명의 몫을 해낸다. 적절히 장비를 갖추면 생산성이 따따블로 올라간다. 그러려면 주문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만큼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숙련노동자가 필요없고 장비도 필요 없다. 기계로 할 일을 손으로 한다. 집을 지어도 기술자가 짓는 게 아니라 마을 어른들이 공동노동으로 지어주는 게 보통이다. 씨족촌이라서 이웃은 죄다 사촌이다. 한 사람이 장가를 들면 사촌들이 몰려와서 집을 지어주는 것이다. 이런 식이니 집을 지을 일이 별로 없다. 기계로 하기에는 일감이 부족하다. 조선시대 상공인들은 대개 농토를 가지고 있었다. 상공업만으로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충분한 일감을 얻으려면 도시가 발달해야 한다. 그런데 도시에 모여사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일본은 봉건영주를 인질로 잡기 위해 강제로 도시를 발달시킨 경우다. 무역이 없는 판에 도시는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인간이 먹고사는 것은 비슷하다. 도시를 발달시켜 많이 생산해봤자 수요가 없다. 농촌에서 배 불리 먹으며 적은 생산성으로 근검절약하며 사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도시가 유리하지만 이는 결과론에 불과하다. 당시 기준으로는 조금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구조론으로 보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열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면 그중에 아홉 가지가 갖추어져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선왕조에 천재 개혁가가 출현하여 무슨 정책을 펼쳐도 나아지지 않는다. 어진 군주와 현명한 재상이 등장하여 좋은 정책을 펼치면 뭔가 될 거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그거 절대 안 된다. 성공한 나라들은 운이 좋아서 구조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성공의 계기는 외부에서 주어진다. 주변에 좋은 나라가 있어야 한다. 반드시 배후지가 필요하다. 북한이 가난한 것은 김일성이 어질지 않고 김정일이 현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원래 안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열 가지 조건 중의 하나가 틀어져도 구조적으로 안 된다. 북한은 애초에 친소냐 친미냐에서 줄을 잘못 선 경우다. 그러므로 성공하려면 필요한 조건을 빠짐없이 갖추어야 한다. 그중에 결정적인 한두 가지는 대개 운으로 되는 것이다. 인도는 대륙이 넓어도 석유가 없다. 미국은 셰일가스가 터져서 트럼프 콧대가 올라갔다. 운이 나쁘면 방법이 없다. 이는 의사결정이라도 마찬가지다. 의사결정도 생산성이다. 의사결정에 열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면 그 열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영국은 왕립학회가 학문의 표준을 만들었고 프랑스는 나폴레옹이 도량형의 통일로 표준을 만들었다. 그런 것을 해야 한다. 의리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근원이다. 의사결정에 나설 수 있게 한다. 양승태의 법새들은 의리가 없으므로 에너지가 없고 에너지가 없으므로 의사결정을 못 하고 의사결정을 못 하므로 패거리의 노예가 되어 패거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의리는 도원결의하듯 결의해야 만들어지며 신과 결의하고 인류와 결의해야 한다. 진리와도 결의해야 한다. 의리가 문화가 크게 일어나야 한다. 의리없는 자들은 평판공격으로 박살 내야 한다. 배운 지식으로 안 되고 호르몬을 바꾸고 무의식을 바꿔댄다.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마음의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구조론에서 말하는 대표성이라는 것이다. 괴력난신을 멀리하고 극기복례해야 의리가 만들어지는 거다. 괴력난신을 추구하는 이유는 남의 눈길을 끌어 지배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주류의 팀원으로 들지 못하므로 아웃사이더가 되어 외곽에서 겉돌며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이다. 변방에서 중앙으로 쳐들어가지 않고 외곽에서 겉돌며 관종짓을 하는게 괴력난신 행동이다. 민주당의 주류가 아니고 자기 포지션이 없기 때문에 기행을 하는 거다. 성공한 나라들은 운이 좋아서 우연히 지정학적 저울구조가 만들어져서 성공했다. 어진 군주도 현명한 재상도 뛰어난 정책도 필요없다. 상황이 만들어지면 결대로 가는 것이다. 문명의 규모가 커지면서 저울의 축에서 날개로 밀려나자 멸망했다. 운으로 흥했기에 운이 다하자 망했다. 그리스는 바다의 민족에게 구리광산을 빼앗겨서 망한 것이다. 혹은 그냥 석유가 터져서 성공하기도 한다. 유럽대륙은 확실히 축복받은 지정학적 구조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스탄나라들은 절망적인 지정학적 구조다. 뭐를 해도 안 되는 구조다. 지리적인 방어벽도 없고 적당한 항구도 없고 좋은 이웃도 없고 하나 있는게 빌어먹을 불곰 러시아에 푸틴이다. 터키든 이란이든 지리적인 여건부터 좋지가 않다. 한국은 운이 좋지 않았다. 워낙 생산성이 낮았다. 중국의 황토지대만큼 혹은 일본의 화산지대만큼 토질이 좋지 않은 한국의 마사토 산성토양에서는 경작하기가 힘들다. 수확량이 많지 않다. 도시가 발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지리적 의사결정구조가 있듯이 심리적 의사결정구조도 있으며 그것을 만들어가야 한다. 무의식과 호르몬을 바꿔야 한다. 의도적으로 의리를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리는 충성이니 효도니 정의니 윤리니 도덕이니 하며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의 방법으로 기초부터 하나씩 구조를 쌓아가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가족주의가 있어야 한다. 팀이 있고 이익균형을 따라 대항행동이 있어야 한다. 기업문화든 가족문화든 전방위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도출해야 한다. 우연히 황금이 터지거나 우연히 균형의 축에 위치한 나라들이 흥했다. 한국도 지금은 운이 들어와서 미국과 중국의 균형에 위치한다. 해양문명과 대륙문명의 교차점을 차지했다. 찬스다. 우리는 문화로 또 다른 균형의 축을 만들어야 한다. 영국이 신사도가 있고 일본에 무사도가 있다면 한국에도 무언가 있어야 한다. 이익균형의 문화여야 한다. |
"의리는 충성이니 효도니 정의니 윤리니 도덕이니 하며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의 방법으로 기초부터 하나씩 구조를 쌓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