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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11141 vote 0 2010.07.02 (04:56:35)

1. 직장생활의 지랄성

 

직장생활을 그 자체가 지랄맞다. 돈 있고, 기술 있으면 차라리 자영업이라도 하지, 이래저래 안되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은 얻으려는 것이고, 더럽고 아니꼬운 일들 참아가면서 겨우겨우 하루를 보낸다. 그나마도 고용주는 점차 더 많은 (소위 말하는)스펙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서 경쟁을 가중되고, 청년 실업과 88만원 세대를 양산하고 있다. 없이 태어난 죄로다가 말이다...


하여간 직장은 들어가는 것도 지랄맞은데, 들어가서는 더 지랄맞다.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에서는 직장에 관련한 대략의 고민거리가 나와있는데, 그것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아부하면서 제 뒤통수 치는 동료와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선배가 직장 상사여서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해요.", "상사의 노골적인 관심이 부담스럽습니다.", "여자 상사의 성희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상사가 일을 너무 못해서 스트레스 받습니다.", "어린 여자 상사 모시기가 힘이 듭니다.", "나이 많은 남자 부하직원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회식 술자리가 너무 괴로워요.", "담배를 안 피우니 왕따가 된 듯 합니다."... 등...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직장생활의 지랄성은 '회식',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경쟁' 이 정도에서 주로 나타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직서를 낼까 말까를 망설이게 하는 그것도 결국 직장 내에서의 '관계'에서 비롯 된 것이고, 그것은 대체로 상하관계에 의한 것이다.


 

2.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을까요?

 


한국의 남자라면 대부분 군대를 갔다온다. 군대에서 지나가는 말처럼 누군가 고참이 하는 말이 "군생활을 잘하면 사회생활도 잘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폐쇄된 조직에서의 수직적인 관계를 요령있게 극복해 낸 사람이 직장생활도 훨씬 수월하게 한다.


다수를 위하여 소수를 희생할 줄 알고, 적당히 눈치보고, 윗사람 비위맞출 줄 알고, 아랫사람 갈굴 줄 알고, 시키는 일만 잘하면 군대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직장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만 한 스킬이다. 꼭 그렇게 해야지만 좋은 군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필연적으로 그렇게 해야지만 조직내에서 서로서로 편리한 부분이 존재한다. 한국의 군대는 외국처럼 병사에게 제대로 된 급여를 주지 못하고, 후임을 갈굴 권리로 대신하였기 때문이다.


군대문화의 유산일런지는 모르지만, 직장생활은 일면 군대조직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렇게 군대에서 갈고 닦은 스킬을 잘 이용하면, 직장생활이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직장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려면 기업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직장 그 자체가 아니라, 조직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개인이 수용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어느 지점에 가서는 개인의 원칙과 대치되는 상황이 왔을 때, 비로소 직장생활의 지랄성을 실감하게 된다. 이럴때 딱 한마디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을까요?"



반대쪽에서도 한마디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3. 권력의 단 맛, 조직의 쓴 맛


 

하지만 바로 그 '계급장'이 조직생활의 핵심이다. 상사와 갈등이 있다면 그것은 상사 개인과의 갈등이 아니라, 상사가 관리하는 조직 전체와의 갈등인 것이다. 눈 앞에 한 사람이 조직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조직의 논리이고 약속인 것이니까... 위로 올라갈 수록 권력의 단 맛이 있고, 아래에 머무를 수록 조직의 쓴 맛이 있다. 조직의 쓴 맛을 느낀다면, 거대한 조직 앞에 나약한 개인으로 맞서 있다는 얘기.


때로는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집단이 개인의 원칙이 되는 부분까지도 요구 한다면 말이다. 술 한 방울 못마시는 사람한테 술을 강권하거나, 특정 종교로의 개종을 요구하거나, 개인의 양심을 져버리도록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존엄이 무너지는 것과 함께, 조직 내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집단의 대표자 = 집단의 구성원 이다. 다시 말해서 대표자의 권한이 구성원을 넘어설 수는 없다.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이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집단의 대표자와 갈등이 있다면, 맞장을 뜰게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여 한 목소리를 내어야 밸런스가 맞는다. 그 결과가 어찌 되더라도 말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조직내의 갈등이 무조건 비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불만을 표면화 시키지 못하는 데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구성원이 입을 닫으면 조직내의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결국을 에너지가 없어서 조직은 말라죽게 된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표면화 시켜야 한다.


다만 조직 대 개인의 형태가 되면 문제가 풀리기는 커녕, 되려 더 꼬이기만 한다. 조직 대 조직으로 밸런스가 맞아야 조직 자체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게 된다.


 

4. why not? 과 why do?

 


직장생활에서 조직이 개인에게 행사하는 가장 지랄맞은 행위는 부당하게 인사권을 휘두르고, 해고하는 것이다. 사측에서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극단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럴 때 노조는 극단으로 맞선다. 지난 쌍용자동차 문제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랬다. 노동조합은 집단에 집단으로 맞선다는 것.


표면적으로는 직원을 보호한다거나, 급여인상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행위로서 나타나지만, 본질은 사측의 인사권에 노조의 여론으로 인사권 및 사측의 권한을 검증함으로서 밸런스를 맞추고자 하는데에 의미가 있다.

 

why not-05.jpg  


노조를 안만들기로 유명한 삼성. 최근 계열사인 삼성카드에서 "why not?" 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었다. 말하자면 "왜 안돼?" 라는 뜻인데, 고객이 원하는 건 다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리라... "why not?" 이것은 소비자에게 하는 말 이기도 하지만, 직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무엇이든 한다는 것은, 직원에게 무엇이든 요구한다는 얘기.


직장생활은 why not? 과 why do? 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사측은 why not? 을 외치고, 노조는 why do?를 외친다. 삼성반도체 오산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죽은 '반도체 소녀'의 이야기를 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같을 업무를 하던 사람 중에 7명이 같은 백혈명으로 사망하였고, 현재 투병중인 사람이 22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은 why do? 를 외치지 못하므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why not? 만을 외치면,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서 국내 경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가 고갈되어서 해외에서의 경쟁에서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전장이 좁은 국내에서는 속도전쟁이고, 전장이 넓은 해외에서는 다양성 전쟁이다. 그것은 작은 조직이나 큰 조직이나 매한가지다.


더럽고 치사해도 아쉬워서 다니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그게 어느정도 통하는 것은 대부분 그런 회사이기 때문. 고만고만한 조직끼리 경쟁하니까 그나마 경쟁이 되는 것. 충분히 소통하면서도 속도에 뒤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조직이 결국 승리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07.02 (12:02:49)

양모님 글 읽기가 점점 편해지는 것은 양모님의 글이 일취월장...?  ...흐드드 부러버... ^^
직장생활 별로 안해본 저로서도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문제고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문제...
전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수준이 높아져야 겠소...
이러한 문제들이 상식선까지 올라와줘야 자연적으로 해결되는것...
현재는 모두 상식이하... 공유되어야 할 접점의 형성이 미약함.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상식이  없거나 너무 낮다는 것이 문제라고 보오.
개인과 조직, 혹은 개인과 집단, 개인과 국가의 대결은 너무나 불합리하고 불리한 조건이어서
개인의 맞섬은 여론형성의 세력화로 맞서서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동의하오.
대등해져야 문제가 풀리므로...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7.02 (12:45:03)

간 밤에 라면을 먹었소.
밀알(질) > 밀가루(입자) > 라면(힘) > 소화(운동) > 에너지(량)

밀알이 밀가루의 입자로 흩어지고, 흩어진 입자가 덩어리로 모여 다시 라면이 되고, 그걸 인간이 먹으면 소화되면서 다시 분할하고, 그것이 에너지가 되는 과정. 라면을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먹는 행위 자체가 '입력' 인데, 밀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내부와 외부를 이어주는 과정.

이 부분에서 에너지가 더 큰 부분에서는 힘이 되어버리오. 회사에서 하나의 팀이나 부서를 기준으로 보면 회사는 외부가 되고, 팀은 내부가 되지만, 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팀은 반작용의 한 부분이 되어버리오. 사장 > 기획 > 관리 > 생산 > 소비 의 1사이클이 존재하오. 요는 조직의 리더는 내부와 외부의 중간역할, 외부에서 내부로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오. 그것이 사장이든 팀장이든...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07.02 (13:37:44)


그렇소. 조직의 리더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오. 팀장이든 사장이든...
그런데 이 리더가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온다는 것을 모르거나 스스로 그럴 능력이 안되면 조긱은 정체되거나 망하거나,혹은 보수화되거나... 그런데 아무리 어줍잖은 리더라도 에너지를 외부에서 끌어올려고 시도는 한다는 것이오.
알고하는 것이든,흉내내는 것이든...리더라는 위치가 그것을 자연적으로 하게 셋팅되어 있는 것 같소.
그런데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오고 내부에 전달하는 것에서, 그 중간자를 거치는 통로(매개자)가 부실하면 허당이오.
거기에서 리더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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