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노하우 네티즌칼럼니스트 최후의 만찬 모임이 있었다. 스무명 넘게 모였는데 여성은 한 사람도 없었다. 여성 칼럼니스트도 있어야 한다고 여러번 건의했건만 여성 칼럼니스트를 발굴하지 못했던 것이다.
개혁당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모든 당직에 여성 대 남성 비율을 50 대 50으로 하기로 한건 좋았는데 여성 참여자가 드물어서 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이쯤되면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든가 하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과연 그럴까? 여성과 정치는 맞지 않는 것일까? 최초로 여성 당수가 된 박순천여사를 비롯해서 아마키 카츠란(김활란), 박승호, 김옥길, 김옥선 등 이름난 여성 정치인이 제법 있었는데 해가 갈수록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기는 커녕 도리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추미애대통령론을 두고 일각에서 벌어지는 설전이나 조기숙님의 칼럼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들도 이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성정치의 답은 무엇인가?
여성 정치? 솔직히 답이 없습니다.
사실이지 어떤 면에서는 답이 없다. 여성에게 정치를 주문한다는 그 자체로서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여성을 정치로 끌어오기 앞서, 정치를 여성에게로 가져가면 어떨까?』
정치란 무엇인가? 총만 안들었다 뿐 전쟁이다. 여성이 전쟁을 잘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각하자. 과연 그것이 진정한 정치인가? 천만에! 그렇지 않다. 진짜 정치는 따로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정치에 허상을 만들어놓고, 그 허상을 근거로 여성을 배척해 온 것이다.
그동안 정치는 남성들이 독점해왔다. 남성은 먼저 정치 그 자체를 왜곡시켰다. 여성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하면서, 그걸 정치라고 강변해왔다. 과연 정치는 언제나 그런 식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건 가짜다.
고정관념은 깨져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다. 남성이 정치를 왜곡하여 여성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여성이 정치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웨덴을 비롯하여 북구의 여러나라들은 여성들이 정치에 많이 진출해있다. 망가진건 없다. 오히려 날로 번영하고 있다.
여성이 참여해야 정치가 돌아간다. 그러나 기존의 남성위주로 왜곡된 정치판을 그대로 두고 여성이 거기에 가담하기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바꿔야 한다. 여성이 정치로 오지 않으면 정치를 여성에게로 가져가야 한다.
참여정부의 여걸들을 주목하라!
내각에는 여성이 4명 밖에 안되지만 박주현수석을 비롯하여 청와대에도 여성이 많이 들어갔다. 과거의 구색맞추기와 달리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요직을 주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없다. 강금실장관도 말했지만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강장관은 절대로 잘 해낼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강장관은 잘 해낼 수 있다. 과거의 그런 정치 말고 전혀 새로운 정치를 잘 해낼 수 있다.
생각하라! 과연 남성들이 벌이는 살벌한 정치놀음이 가치있는 것인가? 끼리끼리 편먹고, 당겨주고, 밀어주고, 껌붙고, 진드기 붙고 그 짓거리가 가치있는 것인가? 편가르고, 찍어내고, 협잡하고, 음모하고 그 짓거리가 정치라면 차라리 정치를 때려치울 일이다.
그건 참된 정치(政治)가 아니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패거리를 만드는 버릇이 있다. 남자들이 부정부패를 일삼는 이유는 자기네 패거리를 유지하는데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구 뒷배를 봐주고, 누구를 밀어주고, 누구에게 연줄을 붙여주고 그런 짓거리 말이다.
여성은 정치를 못한다. 사실이다. 여성은 자기 파벌을 만들 줄도 모르고 상대파벌을 견제할 줄도 모른다. 협잡할 줄도 모르고 뒷다마 깔 줄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하자. 그런 따위가 유익한가이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정치 잘할 필요없다. 오히려 정치를 잘하지 못해야 한다.
최고의 정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하지 않는 것이다. 판을 살벌하게 만들어놓고 신나는 활극을 벌이며 여성들이여 들어오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그 살벌하게 돌아가는 판을 없애버려야 한다. 싸그리 엎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생활정치가 가능하다.
장관이 별건가? 여성도 할 수 있다.
장관이라는 자리는 아주 대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리일까? 그렇지 않다.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졸의 학력만 있어도 장관을 해낼 수 있다. 관료조직이 안정되어 있다면 장관은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불안정한 한국의 관료조직이다. 관료조직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파벌싸움이 심하다는 말이다. 지역으로 갈라지고 학벌로 찢어졌다. 여성이 파벌을 장악하기는 힘들다. 종래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여성은 절대로 해낼 수 없다.
물론 남자라면 잘 해낼 수 있다. 보통 남자 말고 경륜있는 남자 말이다. 경륜이란 무엇인가? 인맥이요 세력이다. 나이는 60쯤 되고 탄탄한 인맥과 학벌로 대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면 누군가 장관을 물먹이려고 수작을 부려도 주변에서 방어해 주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장관을 하려면 반드시 경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대통령은 왜 경륜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강금실씨에게 대한민국에서 파벌암투가 가장 심한 법무부장관을 맡겼을까?
최악의 장관은 자기파벌 심는 장관이다.
장관이 뭔가를 잘못한다면 그 잘못은 대부분 파벌간의 암투 때문에 일어난다. 부처를 장악하지 못한다는 말은 곧 파벌간의 암투를 중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는 세력이 약한 장관이 자기 세력을 만들기 위해 수작을 부리다가 세력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대적인 파벌의 반격을 당해서 망가지는 것이다.
남자들은 어디를 가나 자기 세력을 만드는 본능이 있다. 반면 여성들은 원래 청렴하다.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세력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여성공무원들의 부패지수는 현저히 낮다.
강금실씨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자 검찰에서 『경악』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성이라고 얕보고 인사도 하지 않고 있단다. 힘없는 여성이 어떻게 법무부 내부의 치열한 파벌암투를 중재하고 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지 우려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자. 발상의 전환을 하자. 역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강금실씨가 장관을 해야한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세력을 만들지 않으므로 그 세력을 두고 빚어지는 온갖 알력에서 해방된다. 애초에 파벌만들기, 자기사람 심기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강금실이야말로 적임자일 수 있다.
한국의 모든 병통은 지역과 학벌로 엮어진 파벌에서 나온다. 파벌에서 자유로운 여성이 움직여야 나라가 바뀐다. 강장관은 잘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