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8강에 가기를 바라는 이유
그동안 한국은 여러 차례 일본을 이겼다. 경기력은 확실히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 있다.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일본이 오늘밤 8강에 진출한다면 그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만약 한국도 대진운이 좋고 감독이 유능하다면 충분히 8강에 오를 수 있는 레벨에 도달해 있음을 의미한다. 그게 중요한 거다. 문제는 우리의 레벨이다.
피파 랭킹 47위인 우리의 현주소.. 이건 확실히 잘못된 거다. 허정무호는 그걸 증명했다. 그동안 아시아는 부당하게 괄시받았다. 그 설움 풀었다. 이번에 16강에 오른 나라들 중 6개 국가 정도는 한국보다 위에 있고, 나머지 10개국은 한국과 대등하며, 이탈리아 프랑스 등 16강에 탈락했거나 예선탈락한 국가를 포함해도 한국보다 레벨이 위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 나라는 많아야 10개국 안팎이라고 생각된다. 이건 좋은 소식이다.
2002년에 4강까지 올랐지만 득점력 빈곤으로 연장전 골든골과 승부차기로 올라갔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다. 말하자면 한국이 어쩌다가 바레인이나 몰디브와 비겼다고 해서 우리가 바레인이나 몰디브를 인정하지는 않듯이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의미는 반감되는 것이다.
일본이 이번에 수비축구로 16강에 올랐지만 8강에 오르려면 득점을 올려야 한다. 덴마크를 세트 피스로 꺾었지만 파라과이가 이를 눈치채고 일본의 세트 피스에 충분히 대비한다면 일본은 곤란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조별리그 5득점의 한국이 2실점의 일본에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축구매니아라면 화려한 기술이 중요하겠지만 축구매니아가 아닌 필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 월드컵을 통해 식민지 트라우마, 625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얻는 것이며 함께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허정무호의 성공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감독을 영입해서 나은 성적을 얻는다 해도 그것으로 골수 축구매니아들을 기쁘게 할 지언정, 전체 한국인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영감을 주는 일이다. 우리는 2002년과 2006년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서 일정한 성과를 올렸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선진축구를 배우는 학생 신분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어 내 힘으로 경쟁해야 한다.
유난히 허정무 감독에 대한 질타가 심하다. 나는 이 현상이 일종의 어리광이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공부 못하는 애가 ‘엄마가 과외시켜 줬다면 서울대 갈 수 있었는데’ 하며 부모탓을 하는 격이다. 감독 역량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선수 기량으로 올라가는게 더 낫다.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2002년에 우리는 히딩크 덕분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고마운 일이지만 히딩크에게 계속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는게 속마음일 것이다. 유능한 감독덕을 봤다는거 그거 자랑 아니다. 감독이 무능했는데도 선수 덕에 올라갔다는 소식이 더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감독은 유능해야 한다. 팀의 레벨을 한 차원 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카다 감독이 일본을 8강에 올려놓는다고 해서 일본축구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일까? 일본은 계속 오카다의 가르침을 따라 수비만 하면 되는 것일까? 생각있는 일본인이라면 오카다의 지략보다 혼다의 골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
각자 역할이 있다. 일부 한국인들의 감독숭배는 왕조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이젠 정말 경우의 수 따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많더라. 마찬가지로 이젠 정말 감독 역량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나는 말하겠다. 골을 넣어줄 좋은 선수가 즐비하게 있는데 왜 감독 덕을 보려고 하겠나 말이다.
그렇다. 나는 우리가 히딩크때처럼 120퍼센트의 전력으로 기적을 연출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백의 전력을 가지고 80만을 발휘했을 뿐인데도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서 목숨 걸고 축구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이기든 지든 그라운드에서 엎어져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만큼 울었으면 됐다. 이제 담담해 졌으면 좋겠다.
허정무 잘했다. 뭘 잘했느냐고? 나는 애초에 허정무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선수들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감독이 방해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수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6골은 내게 충분한 기쁨을 주었다. 박지성, 이청룡의 기량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감독은 그 정도만 하면 된다. 감독이 슈퍼스타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모습은 확실히 찌질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오카다라는 명장(?)을 둔 일본이 전혀 부럽지 않다. ∑ |
물량맞추려고, 아래로 쥐어짜고...
축구라면, 그라운드에서 120프로 다쓰고, 아무 생각없이 울고
악으로 깡으로...
히딩크시절배운게 있다면, 체력은 훈련기에 다지고,
제발, 음식좀 조절하고...
DNA는 어쩔수 없지만, 타고난건 그렇다쳐도, 음식만 조절해도,
체력 기반 올릴수 있다는것.
다시 돌아와 우리의 일상에서도...
새벽4시부터 오후 2시까지 먼지나는 빵공장에서 일을 해도,
오후 3시에는 샤워하고, 정장을 입고, 영화 보기전에 와인한잔 할수 있다면,
언제나 그렇듯, 역(逆)설적이면서도 역(力)설적인 이야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