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21 vote 0 2018.09.27 (14:32:07)

      
    방향성의 이해


    ‘더 셰프’라는 영화가 있다. 미슐랭가이드 별점에 관한 영화인데 흥행이 망해서 아마 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 대략 이런 대사가 나온다. 싸구려 햄버거와 고급요리의 차이가 뭐냐? 햄버거는 질 나쁜 고기에 질 나쁜 빵에 질 나쁜 서비스라고 여주인공이 대답한다. 남주인공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어차피 파리사람들은 다 그런 고기에 그런 빵을 먹고 있어. 그럼 우리가 만드는 고급요리는 질 좋은 고기에 질 좋은 빵에 질 좋은 서비스일까? 그게 전부가 아냐. 미슐랭가이드 별 셋을 받는 고급요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한 창의적인 요리여야 하는 거라구. 햄버그가 싸구려인 것은 죄다 똑같기 때문이지. 


    공장에서 찍어낸 거잖아. 반면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해. 까먹었지만 영화가 주장하는 것은 대략 이런 음식철학인데 여기서 방향성이 드러난다. 유명 셰프를 고용하는 고급식당들은 언제라도 새로운 시도를 추가할 수 있다. 반면 햄버거집이나 피자가게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다. 


    뭔가 시도할 때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원들을 다시 교육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메뉴 하나 추가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영화의 주인공은 그날의 메뉴를 현장에서 곧바로 결정하기도 한다. 그날 새벽에 들여온 재료를 보고 메뉴를 정하는 식이다.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위하여는 방향성이 없다. 


    목표에 도달하면 그걸로 끝이다. 의하여는 방향성이 있다. 여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관성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걸로 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버전으로 갈아타고 계속 가주는 것이다. 반면 위하여는 닫혀 있고 획일적이며 꽉 막혀서 답답하다. 


    의하여는 열려 있고 다양하며 풍성하게 계속 가는 것이다. 우리는 위하여라는 말에서 답답함을 느껴야 한다. 의하여라는 표현에서 뻥 뚫리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막힌 콧구멍에서 왕건이 코딱지를 발굴해낸듯한 상쾌한 기분을 느껴야 한다.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느끼려고 노력해야 느낀다. 


    어떤 주장이든 혹은 견해든 에너지원을 끼고 가고 방향성을 달고 가야 한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되어야 하며 전제는 에너지원을 제시해야 하고 진술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전제도 없고 진술도 없는 잘못된 언어사용에는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그냥 이게 좋다거나 저게 나쁘다거나 하는 식은 곤란하다.


    유아틱한 언어구사라면 슬픈 거다. 좋건 나쁘건 그건 지 사정이지 나더러 어쩌라고? 나와 상관없잖아. 에너지원이 있고 방향성이 있어야 내가 끼어들 건덕지가 있는 것이다. 내게 한마디 투척할 발언권이 돌아오는 것이다. 왜? 복제되니까. 복제되지 않는 언어는 필요 없다. 어디 가서 써먹지 못하는 정보는 가치 없다. 


   


    POD 출판 신의 입장 .. 책 주문하기 


    POD출판이므로 링크된 사이트를 방문하여 직접 주문하셔야 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7597
6099 신과 종교와 인간 4 김동렬 2009-10-28 15703
6098 미학은 전복이다 image 7 김동렬 2009-10-08 15696
6097 조중동 탑에 오르지 말기 운동을 하자 김동렬 2004-04-02 15695
6096 Re..허참 글 쓰자마자 일이 터지네요 SkyNomad 2002-11-18 15695
6095 정동영아 김근태야 2005-08-17 15694
6094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빼빼로데이 2002-11-11 15686
6093 직관력은 패턴읽기다 image 김동렬 2003-03-12 15685
6092 TV토론 총평 - 권영길 도우미 좋았고 노무현 무난히 잘했다. 김동렬 2002-12-04 15685
6091 문제의 H양 image 김동렬 2003-03-13 15677
6090 나무 image 김동렬 2003-03-20 15668
6089 이거 봐요, 제가 조갑제 포기한 거 아니랬죠? 심리학도 2002-12-09 15667
6088 여론조사로 대통령 되는건 아니고 김동렬 2002-11-07 15665
6087 조폭들의 광란을 지켜보면서 김동렬 2005-07-26 15664
6086 주다는 있고 받다는 없다 image 3 김동렬 2012-03-03 15654
6085 경상도 보리의 대부분 마귀 2002-12-02 15652
6084 몽준 패착을 두다(오마이독자펌) 김동렬 2002-10-19 15642
6083 후세인과 부시는 쌍둥이였다. image 김동렬 2003-04-03 15641
6082 몽준일보 분석 - 이익치씨 ‘株風’ 으로 보답? 김동렬 2002-10-31 15638
6081 정동영 딜레마 김동렬 2007-10-06 15635
6080 인터넷 총리감 추천 대박이다 김동렬 2002-10-28 15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