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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05 vote 0 2003.02.24 (12:50:28)

카이사르는 종신 독재관이 된 뒤 가는 곳 마다 12개의 도끼를 든 부하들을 뒤따르게 했다. 권력의 상징하는 도끼가 fasces인데 여기서 파시즘이라는 말이 나왔다. 왼쪽 사진에서 히틀러 주변의 깃발들은 그 파스께스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스페인 내전에서 국제여단으로 참여한 지식인 후안 모데스토의 멋진 이미지 .

떠나는 권력에 막차를 탔던 한화갑이 마지못해 물러났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한화갑이 잘못한건 없다. 단지 잘하지를 못했을 뿐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했던 많은 일들을 그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 『리틀 DJ』는 과분했다. 지난 5년간 역사가 한화갑에게 맡긴 일은 개혁주체를 만들어 김대중주의를 계승하는 일이었다. 그 일을 할 자신이 없다면 살벌한 권력의 무대 근처에 얼쩡거리지 말았어야 했다.

역할은 2개 뿐이다. 무대 위에서는 주인공이 아니면 악역이다. 내가 봐도 한화갑이 나쁜 사람은 아닌듯 하다. 그러나 그 무대 위의 주인공들과 비교되므로 악당처럼 보여진다. 때로는 한화갑이 불쌍하다. 그래도 동정의 여지는 없다.

한화갑에게 리틀 DJ는 과분했다.

리틀 노무현이 또한 예비되어야 한다. 개혁주체를 만들어야 하고, 노무현주의를 일으켜 세워야 하고, 노노믹스를 주장해야 하고, 노무현독트린이 발표되어야 한다. 무수한 제 2의 노무현들에 의해 계승되어야 한다. 가능한가?

분명한 것은 그러한 작업은 주로 언론전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그 전쟁에 참여할 병사는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외곽에서 공급된다는 점이다. DJ정권 5년간 한화갑, 권노갑들은 자기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멤버 안에서 인맥을 통하여 주체를 만들어보려 했다. 불가능했다. 동교동의 존재 자체가 방해가 되었다.

권력의 속성이 그러하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바둑의 포석처럼 적당히 간격을 벌리되 적에게 끊기지는 않아야 한다. 권력의 자원이 항상 외곽에서 공급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곳에 뭉쳐있으면 죽기 때문이다.

바둑에 포석이 중요하듯 권력은 처음 출범할 때 관계설정을 잘해야 한다. 적은 확실히 적으로 돌리고 아군은 확실히 우리편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한번 언론과 관계를 잘못 맺으면, 또 시민단체 혹은 운동권, 재야, 그리고 요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네티즌들과의 관계설정이 잘못되면 끝장이다.

한화갑, 권노갑들이 조중동과 관계를 잘못 정해서 처음부터 싹수가 노랗게 시작했다면 지금 출범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싹수는 무슨 색인가?

참여정부의 싹수는 파란색인가?

참여정부가 끼워야 하는 첫 단추도 이 언저리에서 결정된다. 적이든 아군이든 관계설정을 잘해야 한다. 적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아군도 우리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는 JP와의 해괴한 동거 때문에 출발부터 아햏햏했다. 적도 아군도 불분명했다. 결국 사방으로 포위되어 고립되었다.

관계설정을 위해서는 이념이 필요하고, 개혁주체가 필요하고, 우호적인 언론이 필요하고 결정적으로는 싸워줄 병사들이 필요하다. 최근의 경향으로 보면 시민단체나 재야, 학계, 운동권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 듯 하고, 대신 네티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나 재야는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조중동의 위세 때문이다. 조중동이 시장의 8할을 먹고 있는 한 시민단체나 학계나 운동권이 언론전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그 언론전의 무대를 종이신문에서 방송과 인터넷으로 끌어오는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KBS와 SBS개혁을 서둘러야 하고 또 인터넷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제 노무현당선자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것이 우연일 리는 없다. 전략이다.

언론은 원래 개혁되지 않는다

KBS를 인위적으로 개혁할 수는 없고 인터넷을 인위적으로 키우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크는 수 밖에 없다. 어렵더라도 이 길을 가는 수 외에 대안이 없다. 조중동은 망하지 않을 것이며 KBS와 SBS는 개혁되지 않을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다. 먼저 서울대를 없애지 않는 한 KBS는 절대로 개혁되지 않는다. KBS개혁의 주체는 KBS노조가 되어야 하는데, 우선 KBS노조부터 문제가 있고, 그 노조에 인재공급을 독점하는 서울대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개혁하지 못하면, 대신 언론이 개혁되지 않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드러내보이는 방법으로 선거에서 이기는 수 밖에 없다. 조선일보가 국가발전에 암적인 존재임을 드러내보이는 방법으로 조선일보가 뒤를 봐주는 정당에 표가 안가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미국을 봐도 그렇고 일본을 봐도 그렇다. 세계 도처에서 언론시장은 수구세력이 크게 먹고 있다. 자본주의시스템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언론이 시장에서 경쟁될 성격의 상품이어도 좋은가에 회의를 느낀다. 생각해봐도 답이 없다.

우리는 앞으로 5년간 언론개혁을 줄기차게 외칠 것이다. 그 결과로 언론이 개혁되는 것이 아니라 정권재창출에 성공하게 될 확률이 높다. 성동격서의 전략이다. 언론과 싸우는 척 하면서 그 언론이 뒷배를 봐주는 한나라당을 깬다.

참여정부의 기본 컨셉은 토론공화국

청와대에 너무 많은 386들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이의제기가 조중동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사실 굉장하다. 이는 노무현정권의 기본전략과 관계있다고 본다. 개혁주체를 만들려는 것이다.

인수위가 정부명칭과 4대 국정과제는 정했는데 참여정부의 이념은 결정하지 못했다. 참고로 말하면 국민의 정부 이념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였다. 내부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가치는 노무현당선자가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토론공화국』이다. 각종 인사발표로 보여지는 참여정부의 기본 컨셉은 『토론공화국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로 정리되고 있다.

토론공화국이 되려면 토론을 할 의회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해야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안에는 토론공화국을 운영해줄 팀이 없다. 민주당은 크게 개혁파와 동교동 그리고 통추 멤버들로 3분되는데,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 말하면 개혁파와 동교동 둘 다 노무현과 대화가 안된다. 통추는 정서적으로 약간 통하는듯 하다.

정치노선이 비슷해도 정서가 다르면 대화가 안될 수 있다. 신기남, 천정배, 조순형 등의 발언을 보면 뭔가 약간식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무현은 386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486 이상인 개혁파들의 정서와는 간격이 있다.

노무현의 토론공화국은 민주당도 아니고 개혁파도 아니고 청와대 안에 만들어질 공산이 높다. 결론적으로는 언론전이다. 개혁주체도, 노무현주의도, 노노믹스도, 노무현독트린도 노무현이 하루아침에 인위적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5년동안 조중동S와 싸우다 보면 저절로 만들어진다.

지금부터 5년 동안 그것을 만들어갈 언론전의 병사들은 네티즌들이다. 발언공간을 얻지 못한 시민단체나 학계는 역할이 축소된다. 그 네티즌 병사들과 교통할 연락병들이 바로 386 비서진들이다. 청와대에 들어간 386 비서들 면면을 뜯어보면 한 국가를 책임질 깜냥이 못되는듯 하지만 네티즌들과 정서적으로 소통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상황은 요렇게 돌아가고 있다

정리하면 지금 출범하고 있는 노무현정권의 기본 컨셉은 『토론공화국』으로 짐작되며, 그 공화국의 의회는 청와대 386비서들이고, 그 의회가 만들어가는 것은 5년후 노무현주의를 계승할 개혁주체세력이며, 그 개혁주체는 조중동과의 언론전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그 언론전을 이끌어갈 병사들은 우리 네티즌들이며, 그 산물은 5년 후의 정권재창출과 노무현주의의 계승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토론공화국의 운영을 위해 386비서들을 다수 청와대에 포진시킨 것이 아닌가 하고 짐작한다. 노무현당선자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하므로서 그 언론전의 첫 포성이 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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