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는 보인다. 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입자로부터 사유를 시작한다. 아니다. 질도 보인다. 질은 분위기다. 분위기도 보인다. 사람들 얼굴 표정에 나타나 있다. 분위기를 일본사람들은 공기라고 하는데 공기는 보인다. 험악해진 공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갑분싸'라는 말도 있다. 갑자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다들 알아차리는 거다. 그림의 소실점은 눈으로 보면 볼 수 있다. 그런데 보지 못한다. 필자가 구조론을 강의하다가 충격받은 것이 꽤 많은 사람이 소실점을 모르더라는 거다. 그렇다면 맹점도 모르겠네? 소실점은 충격적이다. 맹점도 충격적이다. 자신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게 맹점이다. 하긴 고릴라가 지나가도 모르는게 인간인데. 모르시는 분은 ‘고릴라를 보셨나요’로 검색해보자. 게임의 맵은 원근법이 적용되지 않아 어색하다. 과거 싸이월드도 초기화면이 어색해서 싸이를 쓸 수가 없었다. 이모티콘을 팔아먹으려면 원근법을 적용할 수 없다. 그거 보고 있으면 괴롭다. 여러분은 괴롭지 않았던가? 나만 괴롭나? 원근법이 맞지 않는 이발소 그림이나 조선시대 민화를 보면 괴롭잖아. 그 괴로움을 역이용해서 참신한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어쨌든 물리적 자극이 있는건 사실이다. 균형이 맞지 않고 구도가 맞지 않으면 불안하고 어색하다. 디자인이 개떡인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괴롭지 않은가? 나는 진짜 물어보고 싶다. 괜찮냐고. 밥이 넘어가느냐고. 숨이 쉬어지느냐고. 고통스럽지 않아? 스치로폴로 유리창을 문지르면 삐익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거 매우 괴롭다. 그 소리로 간첩을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낸다는 내용의 만화도 있는 것을 보면 나만 괴로운 것은 아닐 터이다. 음치가 노래를 하며 삑사리를 내도 괴롭지 않은가? 나는 워낙 음악을 몰라서 상관없지만 예민한 사람은 박자가 조금만 틀려도 괴로울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화음을 발견했다. 대장간에서 담금질하는데 두 사람이 두드리는 쇠붙이의 길이가 특정 비율일 때 기분 좋은 소리가 나더라는 거다. 비율이 맞지 않으면 괴로운 소리가 난다고. 그래서 화음을 발견했다고. 이런 데 예민한 사람이 있고 둔감한 사람이 있다. 직관이 별게 아니고 그 차이를 물고 늘어지는 거다. 직관은 느낌이고 그 느낌은 시원하거나 어색하거나 가시가 걸리거나 상쾌하거나 괴롭거나 하는 물리적 자극이다. 물리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앗 따거 하고 상대성이론을 찾아버린 것이다. 등이 따끔따끔할 때가 있다. 혈관이 확장되었는지 수축되었는지 그런게 있다. 필자가 처음 수평선을 보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수평선이 눈높이보다 낮았는데 심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배워서 알았지만 너무 둥글어서 지구가 이렇게 작았나 하는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구는 크지만 인간의 눈은 쉽게 곡률을 느끼므로 작게 보여진다. 수평선이 정확히 눈높이여야 하는데 그 아래일 뿐만 아니라 크게 휘어서 둥근 것이 보인다. 게다가 수평선이 선명하고 그 뒤는 뿌옇다. 그 뒤로 보이는 섬의 건물은 밑동이 잘렸다. 바닷가에서 점차 고도를 높여가면서 보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냥 봐도 둥근데 그걸 증명해야 하느냐고. 산에서 들판을 내려다봐도 느낌이 이상하잖아. 소실점이 맞지 않듯 어색하다. 필자가 처음 경주남산에서 시내 쪽을 바라봤을 때의 장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충격받았기 때문이다. 소실점을 처음 배웠을 때 맹점을 처음 봤을 때 싸이월드가 이모티콘을 팔기 시작했을 때 충격받았다. 매우 자극적이었고 혹은 매우 괴로웠기 때문에 필이 왔기 때문에 그걸 물고 늘어지는 것이며 그것을 해명하다 보면 깨달음이 있고 발견이 있는 것이다. 다섯 살 아기가 실로폰을 두드리다가 '엄마! 이 소리와 이 소리는 친한가 봐' 하고 말하더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천재가 아니라 순수다. 순수한 사람이 그 점을 물고 늘어진다. 괴롭기 때문에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부끄러움, 어색함, 위화감, 떳떳함, 자연스러움, 시원함, 아름다움은 그냥 느끼는 것이다. 그 느낌은 뇌 안에서 연역적으로 일어난다. 생각할 것도 없이 뇌가 이미 판단해 놓고 있다. 이해가 안 되면 스치로폴로 유리창을 문질러서 뭔가 느껴보도록 하자.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 자극을 처리하다 보면 깨달음은 그 안에 있다. 특히 언어의 이상함에 주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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