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방향으로 간다 세상은 언제나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알고 있다.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것이다. 아니다. 늘거나 아니면 죽거나다. 회사는 번창하거나 아니면 파산하거나다. 박정희 이래 많은 재벌이 파산했다. 호경기에 성장하고 불경기에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호경기에 성장하고 불경기에 파산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세력이 커지거나 혹은 작아지는게 아니라 커지거나 아니면 멸망하거나다. 많은 왕조가 망했다. 시스템이 망하면 망한 것이다. 조선왕조가 망한 것은 시스템의 붕괴다. 박정희 독재가 망한 것도 시스템의 붕괴다. 자한당이 위기도 시스템의 붕괴인데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곧 망할 조짐이다. 흥하거나 아니면 망하거나지 늘어나거나 혹은 줄어들거나는 아니다. 생명도 같다. 생명은 자라거나 혹은 죽어갈 뿐 반대로 줄어들기는 없다. 어린이의 키는 커진다. 노인의 키는 작아지는가? 아니다. 노인의 키는 그대로다. 자라거나 아니면 죽거나이지 작아지기는 원리적으로 없다. 우주 안에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물론 약간은 있다. 노인들은 물렁뼈가 주저앉아 키가 약간 작아진다. 나라는 멸망하기 전에 영토가 줄어들기도 한다. 재벌이 멸망하기 전에 계열사를 팔아 몸집이 줄어들기도 한다. 부분적으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언제나 플러스여야 하며 마이너스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쌍이다. system은 쌍sy-으로 세운다stem는 뜻이다. 쌍으로 서 있는데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무너진다. 밸런스가 붕괴되어 파멸한다. 두 다리로 서 있는데 한쪽 다리가 부러지면 다른 쪽 다리도 부러뜨려 균형을 맞추는게 아니고 죽는다. 늘릴 수는 있어도 줄일 수는 없는 것이 시스템이다. 왜 그러한가? 늘인다는 것은 에너지의 여유가 있다는 거다. 줄인다는 것은 에너지의 여유가 없다는 거다. 늘일 때는 에너지의 여유가 있으므로 그 여유를 이용하여 시스템의 두 다리 길이를 맞출 수 있다. 한쪽 다리가 길어지면 다른 쪽 다리도 늘려서 맞춘다.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왜? 줄인다는 것은 에너지의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에너지가 없어서 다리의 길이가 줄어드는 판에 두 다리의 길이를 맞출 수술비용이 있겠느냐고? 예컨대 임금이 올라가면 거기에 맞추어 모든 것을 조정해야 한다. 용돈도 늘리고 외식도 늘리는 식이다. 그런데 임금이 줄어들면 어쩌지? 모든 것을 다 줄여야 한다. 그런데 과연 줄일 수가 있나? 물론 조금은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고정비 지출이 많아서 줄이기에 만만한 건 식비밖에 없다. 식비 줄이다가 굶어 죽는다는 말이다. 결론인즉슨 세상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 작동하며 아주 작게는 그 반대방향의 역주행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일방향성을 가지며 약간의 역주행이 가능한 이유는 단계마다 에너지를 비축하는 관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여유가 크지 않다. 비축분이 많을 수는 없다. 그래서 조직은 커지지 않으면 죽는다. 구조조정을 해서 몸집을 줄이는 수도 있지만 자연에는 그런 기술이 없다. 자연은 겨울과 같은 위기에 몸집을 줄이는게 아니라 몸을 죽이고 대신 씨앗을 남긴다. 세상은 균형이며 플러스 균형은 되어도 마이너스 균형은 불가다. 선두가 멈추어야 하는게 아니라 후미가 쫓아와야 한다. 갑자기 선두가 멈추면 자중지란이 일어나서 다 죽는다. 부자가 근검절약해야 하는 게 아니라 빈자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균형을 맞춘다며 부자를 죽이면 다 죽는다. 그래서 한국이 이재용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거 원래 해결 안 되는 거다. 수구꼴통의 연거푸 삽질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진보가 기세를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장사꾼 트럼프의 제법 매서운 활약에서 보듯이 진보가 이러한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나마 조금 아는게 있다. 한 방향으로 계속 가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그래봤자 조만간 탄핵 먹고 죽겠지만 말이다. 중국이 뜨면 미국이 움츠리고 이렇게 잘 안 된다는 사실을 트럼프가 알고 있다. 죽기살기로 싸워서 중국을 밟아놓는 것이 미국에도 유리하고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장사를 해봐서 아는 것이다. 세계는 절대 두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국도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방향을 바로 찾아야 한다. 합종도 되고 연횡도 되고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합종은 잠시 시간벌기일 뿐 결국 연횡에 넘어간다. 물론 유럽은 오히려 그러한 연횡을 깨뜨리고 합종을 유지해발전한 역사다. 로마제국 이후 패자가 되어 새로운 로마를 꿈꾸는 자들이 있어왔지만 신성로마제국 이후 유럽에 패권은 등장하지 않았다. 영국 때문이다. 영국이 바다를 차지하고 앉아서 자신이 패권을 쥐지는 못하니 남의 패권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일어나면 영국이 밟고, 독일이 일어나면 영국이 밟고, 스페인이 일어나면 영국이 밟고, 러시아가 일어나면 영국이 밟고, 스웨덴이 일어나면 역시 영국이 자근자근 밟아준다. 이는 특이한 사례고 이렇게 잘 안 된다. 영국이 섬이면서 배를 이용하면 인접국 모두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니 일종의 골디락스 존이라 하겠다. 동서냉전의 대결도 오래가지 못했다. 초나라와 진나라의 양강대결도 오래가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원리적으로는 언제나 진보가 이기는 게임이다. 세상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 굴러간다. 단, 가만두면 중국처럼 폭주하게 된다. 시계의 태엽이 너무 빨리 풀려버린다. 조속기를 달아서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누군가 나서서 진시황을 말렸어야 했다. 영국이 수백 년간 그래왔듯이 패자가 등장하려고 하면 적절히 브레이크를 걸어주어야 한다. 누구라도 트럼프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이러한 구도는 계속 간다. 세상은 두 방향의 팽팽한 대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방향으로만 굴러가며 그냥 한 방향으로 계속 가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 멈추지 못하고 폭주하게 되므로 적절히 브레이크를 걸어주어야 한다. 진보가 폭주하므로 브레이크 역할로 보수가 있을 뿐 보수는 원래 가는게 아니다.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 가지는 않는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두 가지 체제가 있다는 식의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 시스템은 우주 안에 하나뿐이며 나머지 변종은 모두 아류다. 사회주의라는 이념은 있어도 체제는 없다. 실패한 체제실험이 있었을 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완성도가 문제이며 완전성에 근접할 뿐 완전한 자본주의는 없다. 그렇게 굴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