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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겠다. 경쟁이 없으면 인터넷정당이 아니다. 개혁당이 인터넷정당이 아닌 이유는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개혁당 안에 하나의 여성위원회가 있고, 그 하나의 여성위원회 안에서 소수파는 존립근거를 잃는다. 소수파가 배제되면 토론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토론을 하지 않는다. 토론을 하지 않으므로 인터넷으로 당을 할 이유가 소멸한다. 그러므로 개혁당이 인터넷을 통하여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인터넷정당이 아닌 것이다.

인터넷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과거의 천리안이나 하이텔과 같은 PC통신과, 인터넷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천리안, 하이텔 체제에서 특정 이슈에 관한 동호회는 1개만 개설될 수 있었다.

그 한 개는 발기인 30명의 명단을 확보해서, 천리안으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만 개설이 가능했다. 그 결과 내가 참여한 10여개의 동호회 중에 분열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한 갈등은 동호회 활동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 다르다. 예컨대 인터넷에 서태지 관련 팬클럽이 1천개 쯤 생긴다. 이렇게 1천개로 분열되어서 서태지 팬들의 활동은 더 쇠퇴했는가? 천만에! 인터넷은 분열될수록 발전한다. 팬클럽과 동호회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발전하는 것이 인터넷이다.

다음 까페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가지 주제에 무제한으로 동호회 개설이 가능하다. 이는 표피적으로 보면 분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효과가 얻어진다. 왜 인터넷이 발전하는가? 경쟁하기 때문이다.

서태지 팬클럽이 무수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더 많은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피터지게 경쟁한 결과 발전이 있는 것이다. 운영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고급정보를, 어떻게 하면 더 빠른 정보를 올려서 팬들을 유혹할까 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반면 천리안이나 하이텔은 경쟁이 없다. 경쟁이 없으므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그 결과 발전이 없다. 하는 일도 없다.

개혁당에서 인터넷을 통한 토론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것은, 소수파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 다르면 당연히 딴살림을 차려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여러개의 부문위가 중구난방으로 개설되어 서로 경쟁하는 체제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문위들은 개혁당의 지배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예컨대 호주제 폐지 모임이 있다면, 이 모임이 개혁당 여성위 산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혁당 여성위와 전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호폐모를 만들고, 이 모임이 개혁당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즉 위와 아래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개혁당 안티조선모임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이라면 개혁당 안으로 들어와서 개혁당 사이트 안에서 안티조선동호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서는 회원이 한명도 오지 않는다. 원래 안오게 되어 있다.

정반대로 가야 한다. 개혁당사이트와 상관없이 별도로 안티조선 사이트를 만들고, 그 사이트에 출입하는 안티조선인 30여명 이상이 모여서, 개혁당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면 즉시 개혁당 안티조선 지구당이 만들어지는 체제여야 한다.

예컨대 우리모두(urimodu.com) 안에서 30명의 개혁당원이 모이면 개혁당 안티조선사이버지구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모두라는 사이트 전체가 개혁당의 지구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모두 안에서 개혁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따로 모여서 우리모두 안에서 개혁당 안티조선사이버지구당을 만들게 되므로 우리모두라는 사이트와의 마찰은 없다.

지금도 안티조선 우리모두 안에는 많은 동호회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중 개혁당동호회가 하나 생기는 것이며 이 동호회가 개혁당 우리모두 사이버지구당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무제한적인 지구당의 개설이 허용되어야 한다.

1만개 혹은 10만개의 사이버지구당이 개설되어 경쟁해야 한다. 심지어는 한 개인이 1인 지구당을 개설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 관리와 운영이 안되는 지구당은 죽고 운영이 잘되는 지구당은 살아남는다. 이들과 개혁당과의 관계는 절대적으로 수평이어야 한다. 개혁당이 이들에게 명령할 수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이버지구당이 왜 필요한가? 사이버지구당이 힘을 쓰는 때는 선거 때이다. 선거라든가 특정 행사 때, 대규모 인원동원을 필요로 할 때, 연락조직망의 형태로만 사이버지구당과 개혁당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즉 평소에는 개혁당과 개혁당 사이버지구당이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개혁당 안에 급진파와 온건파가 따로 살림을 차리고, 급진파는 급진파 끼리 모이고, 온건파는 온건파 끼리 따로 모여야 한다.

친김원웅파는 친김원웅끼리 별도로 사이트를 만들어서 모이고, 반김원웅파는 반김원웅끼리 따로 모여야 한다. 이들 사이에 어느 한쪽이 고개 숙일 필요는 전혀 없어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은 긴장된 전선을 형성하고, 갈등하고, 논쟁하고, 토론하면서 나란히 가야 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잡아먹지 않아야 한다. 의견은 합쳐지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인터넷정당을 표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개혁당의 구조는 과거 천리안의 구조와 비슷하다. 개인이 임의로 부문위를 만들 수 없다. 만들더라도 개혁당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건 전혀 인터넷다운 것이 아니다. 발상 자체가 180도로 거꾸로 된, 터무니없는 것이다.

개혁당이 진짜 힘을 쓸 때는 선거 때 단 한번 뿐이다. 선거 때 한번만 의견을 모으고 평소에는 각개약진으로 가야 한다. 의견을 통일시켜서 안된다. 일방의 이념을 타방에 강요해서 안된다. 무지개처럼 생각이 다르면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주요 조직책에서 여성과 남성의 비율을 50 대 50으로 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 문제의 해결은 매우 간단하다. 그런 자리 자체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무슨 장을 두고 조직책을 두고 위원장을 두고 하는 것은 선거 때 단한번 써 먹는 1회용에 불과하다.

무수한 감투가 있다. 평소에는 아무 일도 안한다. 모든 조직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평소에는 존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없애면 된다. 그것이 인터넷의 방법이다.

아무나 위원회를 개설하고 리더가 될 수 있다. 아무나 지구당위원장이 될 수 있다. 1인이 1인 지구당위원장이 될 수 잇다. 그냥 본인이 노력해서 사이트를 잘 만들고 고급정보를 모으고 사진자료도 올려놓고 노력하여 회원을 배가하면 된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당원을 모은 사람이 가장 큰 힘을 휘둘러야 한다.

지금 게시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조원봉씨의 태클문제만 해도 그렇다. 김원웅 반대하는 사람은 별도로 개혁당 안티김원웅사이버지구당을 만들면 된다. 개혁당이 안티김원웅 사이버지구당을 없애려고 노력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 그냥 놔두면 된다. 반대파가 득세하면 전당대회때 표결에 이겨서 당을 접수하면 된다. 아무도 안말린다. 이것이 좋은 것이다.

당원 한사람 한사람이 하나의 지구당이어야 한다. 그래야 참여가 있고 노력이 있다. 참여와 노력이 자신에게 이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봉사는 있고 대가는 없다. 대가없는 일을 할 바보는 없다. 절대적으로 경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보가 있다.

진짜 인터넷정당은 가능한가? 가능하다. 다음 까페 만들 듯이 무제한으로 만들면 된다. 중앙은 그러한 지구당을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는 툴만 제공하면 된다.

덧글..

제 주장은 개혁당 안에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밖에 만들자는 것입니다. 예컨대 오마이뉴스 개혁당사이버지구당은 오마이뉴스에 있고, 한겨레 개혁당사이버지구당은 한겨레에 있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안이 아니라 밖입니다.

프레시안개혁당사이버지구당도 있고, 우리모두 개혁당사이버지구당도 있을 수 있지요. 이런 식으로 안이 아니라 밖에 만들자고요.

그리고 표결을 할 때 그 지구당이 모은 당원의 숫자 만큼 지분을 주는 거죠. 오마이뉴스 개혁당사이버지구당이 1000명의 당원을 가지고 있다면, 오마이뉴스 대표는 1000표를 한꺼번에 투표하는 거지요. 당원을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힘이 세지는 거지요. 이것이 정답입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는 고도원씨는 수십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런 인터넷에서 영향력있는 사람을 개혁당이 픽업하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집행위에 한 자리를 주는 수 뿐이다. 물론 고도원씨는 한사코 사양할 것이다. 그러므로 방법은 없다.

저의 제안은 개방하는 것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안에 개혁당 사이버지구당을 만들고 아침편지를 보는 100만 회원 중 1천명이 당원으로 가입하면 그는 1천명의 지구당을 거느린 위원장이 된다. 이때 고도원지구당의 당원들은 개혁당을 보고 가입하는 것이 고도원씨의 인품을 보고 가입한다. 이렇게 되면 개혁당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당원으로 활동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김원웅이 못마땅한 사람도 유시민을 불신하는 사람도 고도원은 믿을 수 있다. 그러면 된다. 이런 식으로 중앙이 신뢰를 독점하지 않고 개방하면 된다. 자연히 당원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김원웅과 유시민이 신뢰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당원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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