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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203 vote 0 2003.02.05 (20:49:17)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진정한 민주국가에서는 어떤 조직이나 기구가 상비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 소집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국회는 필요한 때 임시국회나 정기국회를 소집한다. 의장이 소집을 공고하면 의원들이 소집에 응해서 그 즉시 국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회는 회기 동안에만 존재하고 회기가 끝나면 사라진다. 진짜 민주주의라면 그러하다. 이것이 잘 상상이 안된다면 몽골족의 쿠릴타이를 상상해 보도록 하자. 연락을 맡은 사람들이 동분서주하여 각 부족의 족장들에게 쿠릴타이의 소집을 알린다. 부족장들과 유력자들이 신성한 장소에 모여든다.

드 넓은 초원 한가운데에 시장이 열리고 한쪽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마상시합이 벌어진다. 처녀 총각들은 타 부족 사람과 연애를 하고 어른들은 부족의 천막을 돌아다니며 신랑감과 신부감을 점찍는다. 그동안 족장들은 파오 안에서 회의를 하며, 회의결과는 그때그때 부족원들에게 전달된다.

회의는 만장일치로 결론이 날 때 까지, 끝없이 계속된다. 만약 만장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회의는 끝나지 않는다. 물론 완전결렬로 되어 아예 편을 갈라 전쟁을 벌이는 일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만장일치로 회의가 끝나고, 성대한 축제를 열어 신에게 고하는 것으로 쿠릴타이는 완결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고대 희랍의 직접민주정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혁당 어떻게 가야 하는가?

할말은 태산같이 많지만 기본적인 사항만 간추려서 이야기 하겠다. 우선 당을 원내와 원외로 2원화 해야 한다. 원내는 국회에 소속되는 일종의 헌법기구이기 때문에, 당원인 우리가 임의로 개입할 수 없다.

현재 원내는 김원웅 한 사람 뿐이다. 그러므로 김원웅 혼자서 총재를 하든, 대표를 하든, 사무총장을 하든, 대변인을 하든 본인이 알아서 해야한다. 단 조직을 완전히 2원화하여 원외는 원내에 개입할 수 없고, 원내는 원외에 개입할 수 없다.

각종 선거시에는 한시적으로 선대위체제로 간다. 선대위체제에서는 원내와 원외가 통합되며 이때 원외가 원내의 하부조직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선대위는 해산되고 원내와 원외는 다시 별개의 조직으로 돌아간다.

모든 정당활동은 지구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중앙은 상설기구를 두지 않고 필요한 때 의결을 위하여서만 한시적으로 소집된다. 중앙은 느슨한 지구당의 연합형태로 존재한다. 이때 지구당의 세력차이에 따라 지구당간 경쟁과 세력의 우열이 드러나야 한다.

당비는 지구당에 납부한다. 중앙이 소집될 때 지구당은 지구당별 당세에 따라 필요한 만큼 경비를 갹출한다. 이때 세력이 강한 당이 각종 의결에서 우선권을 가지는 형태로 지구당간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표, 집행위, 부문위, 지역위 등 조직은 전부 없앤다. 중앙에서 필요한 의결은 회의가 소집될 때, 각 지구당이 파견한 대표에 의해 이루어진다. 소집이 해제되면 중앙은 없어진다.

중앙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지구당이 정견을 발표하거나, 대변인성명을 내거나 기타등등 독립적인 정치행위를 할 수 있다. 이때 타 지구당과 의견이 다를 때, 무리하게 의견을 조율하거나 통일할 필요는 없다. 지구당마다 이념과 노선에서 약간씩의 차이가 나야하며, 상호간의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

기존의 선출직이 담당하는 직책은 소집된 현장에서 결정하고, 소집이 해제됨과 동시에 기구는 해산된다. 당원은 필요한 때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의장은 일정한 조건을 갖추었을 때 회의 소집을 공고할 수 있다.

의장은 추첨에 의해 소집된 현장에서 결정된다. 소집이 해제된 상황에서의 당무는 그 전 회기의 의장이 대행하며, 소집할 때 마다 의장은 새로 결정된다. 회기 사이의 당무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남겨두고 기본적으로 모두 폐지한다.

이러한 제안의 기본적인 원리는 『정부는 소집될 뿐 상설하지 않는다』는 원리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고, 여러분이 잘 아시는 월든의 소로가 한 말입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다 이렇게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각 지구당이 하나의 완전한 독립 정당이 되는 거고, 중앙은 필요한 때 소집될 뿐이며, 평소에는 연락망 형태로만 존재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문제는 지구당이 없는 지역의 당원들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간단합니다. 사이버지구당을 만들면 됩니다. 즉 지역을 불문하고 인터넷에서 30인 이상의 당원을 모아오면 지구당으로 인정하는 것이지요.

또 기존의 부문위가 하는 역할은 사이버지구당이 하면 됩니다. 예컨대 여성위를 해산하는 대신, 기존의 온라인 여성단체를 그대로 지구당화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호주제폐지모임(antihoju.jinbo.net) 안에서 개혁당 당원 30명을 확보하면, 개혁당 호폐모사이버지구당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만약 같은 역할을 하는 사이버지구당이 두 개 이상 존재하게 되면, 그 중 세력이 강한 하나를 정통으로 인정하면 됩니다. 상해 임시정부가 만주의 참의부, 신민부, 정의부 등을 지배하는 형태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그냥 서로 인정하면 되는 거죠. 경우에 따라서는 복수의 조직을 인정할 수도 있구요.

정리하면

1. 당을 원내와 원외로 2원화한다.
2. 모든 기구는 상설되지 않고 필요한 때 소집된다.
3. 선거시에는 선대위체제가 가동되며 한시적으로 원내가 원외를 지배한다.
4. 당비는 지구당에 낸다.
5. 중앙은 느슨한 지구당의 연합 형태로 존재한다.
6. 모든 정당활동은 지구당차원에서 이루어진다.
7.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사이버지구당을 인정한다.
8. 대표, 집행위, 지역위, 부문위 등 모든 기구는 폐지한다.
9. 기존의 부문위가 하는 역할은 부문별 사이버지구당이 담당한다.

제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개혁당 뿐 아니라 모든 정당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하자면 그냥 진짜 민주주의를 하면 됩니다.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면 되는데 안하면서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중앙의 일꾼들이 인터넷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그들이 인터넷을 배울 때 까지 개혁당은 인터넷정당일 수 없는 것입니다.

뭐 간단합니다. 리눅스형 정당입니다. 원래는 이게 진짜인데 귀찮아서 안하는 겁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가능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하면 됩니다.

세계 어느나라도 이러한 진짜는 안한다구요? 원래 혁명은 남이 안하니까 그것이 혁명인 것입니다. 인터넷정치혁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총대를 매고 앞장서서 가야 합니다. 그 역할을 그냥 우리가 하면 됩니다. 왜 남보다 앞서 나가기를 두려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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