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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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472 vote 0 2018.03.03 (08:32:09)


    보수는 일단 없다. 진보를 반대하는게 보수다. 보수 자체의 고유한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있다고 주장되는 것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재벌의 기득권을 강조하거나, 교회의 사설권력을 비호하거나, 봉건 가부장제도의 관습을 옹호하거나, 비리세력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논리일 뿐 순수하게 보수 그 자체의 가치는 내세우는게 없다.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태도다. 보수적 태도는 분명히 있다. 가치가 없을 뿐.


    그런데 그런 보수적 태도는 진보 안에도 많다. 말로는 진보를 주장하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나이롱 진보 많다. 진보이념은 그런 태도와 별개로 존재한다. 개인적 생활태도는 지극히 보수적이나 진보이념의 실현을 위해 함께 투쟁한다면 일단 우리편이 맞다. 물론 생활태도까지 진보적이면 매우 좋다. 조갑제 등이 보수의 가치가 어떻다고 떠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다.


    예컨대 튼튼한 안보야말로 보수의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는 것이다. 진보도 안보를 해야 한다. 안보는 보수의 전유물이라는 주장은 조갑제가 꾸며낸 거짓말에 불과하다. 노무현이라고 안보를 등한시하겠는가? 천만에. 병역기피자들이 안보타령을 하는 거다. 자기네의 집권을 위해 억지로 말을 꾸며낸 가짜 보수 말고 진짜 보수는 어떤 것일까? 어떤 보수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일단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정치에 대해 무지하더라. 그런데 문재인은 싫어하더라. 이건 확실하다. 지금은 홍준표도 싫어한다고. 한동안 안철수를 밀다가 요즘은 중립에 가 있다. 대한민국 보통 보수의 모습이다. 태극기 집회 나가는 생계형 보수 말고 진짜 보수 말이다. 그들은 왜 문재인을 싫어할까? 대북관이 마음에 안 든다고. 문재인의 대북정책이 어떻길래? 모른다. 관심이 없으니까. 그래서? 


    타자에 대한 태도다. 피아구분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돈을 1억 원 빌려 갔다고 치자. 석 달 만에 나타나서는 1억을 더 빌려달라고 한다. 더 빌려주지 않으면? 사업이 파산하게 되고 이미 빌려간 1억은 못 갚는다는 거다. 1억을 더 빌려주면 사업을 성공시켜서 갚겠다는 거다. 이건 숫제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올가미에 걸린 기분이다. 과연 그 약속을 지킬지 믿을 수 없어 불안한 거다. 


    보수 입장에서 보자. 문재인이 1억 원을 빌려간 거다. 아니 대한민국을 통째로 5년간 빌려갔다. 그래서 불안한 거다. 조만간 문재인이 1억을 더 빌려달라고 할 것만 같다. 내 자식이 1억을 빌려달라고 하면? 부담이 없다. 빌려간 돈을 갚지 않으면? 상속에서 그만큼 빼면 된다. 그들에게 문재인은 내 자식이 아니고 남이다. 우리가 남이가? 문재인은 남이다. 문재인이 대한민국을 빌려가더니 북한에 투자했다.


    사업이 망해서 조만간 1억을 더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 것만 같아 불안하다.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문재인을 싫어한다. 진보는 돈을 빌려가기 때문에 싫어한다. 진보는 언제나 미래를 계획한다. 미래에 투자하는 것, 그게 돈을 빌리는 거다.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에다 반값 등록금을 투입한다면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게 회수될까? 무상급식 받고 반값 등록금 받은 젊은이가 대한민국에 환원할까?


    그렇다고 대답하면 진보이고 못 믿겠다고 대답하면 보수다. 진보는 미래와의 약속을 믿는다. 선진국에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거든. 보수는 못 믿는다. 선진국 사정 모르거든. 선진국은 워낙 양심 바르고 똑똑해서 그게 되고 한국인은 못돼먹어서 그게 안 된다고 여긴다. 왜? 본인이 못돼먹었거든. 그게 자기소개인 거다. 그런데 선진국도 한국과 같은 과정 다 거쳤다. 그들이 역사공부를 하지 않아서 모를 뿐. 


    그럼 보수는 돈을 빌려가지 않는가? 빌려가지 않는다. 보수는 그냥 털어간다. 보수는 잔돈푼을 뜯어간다. 진보는 시스템이므로 기하급수적으로 빌려간다. 보수는 각개약진이므로 산술급수적으로 털어간다. 이런 거다. 노르웨이는 공적 노동자가 30퍼센트다. 국민 3명 중에 1명은 공무원이라는 말이다. 한국은 7.9퍼센트인가 그렇다. 일본은 더 적다. 공기업이 없어서 그런 듯. 그런데 공무원은 계속 늘어난다. 


    공무원은 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인원절감을 못한다. 게다가 이건 되물릴 수가 없다. 서울시내 지하철 무임승차도 그렇다. 할아버지들은 공짜로 지하철을 탄다. 이걸 중단할 수 없다. 줬던걸 도로 뺏을 수 없다. 한 번 주기 시작하면 가속적으로 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음에는 더 많이 줘야 한다. 10만 원 더 줘서 지지율 5퍼센트 올렸다고 치자. 다음에는 20만 원 더 줘도 지지율 3퍼센트가 오르지 않는 거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시스템이라 가속화된다. 보수는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뒷구멍으로 몰래 해먹는다. 그럼 진보주의자들은 왜 이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까? 핸들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너무 세면 다음 해에 조정하면 된다. 보수들은 핸들링을 못 한다. 왜? 정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핸들링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보수는 머리가 나빠서 못한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는 비대칭이다.


    대칭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진보의 반대편에 보수가 있는게 아니다. 에너지는 일방향성을 가진다. 진보는 시스템이라 구조론에서 말하는 통짜덩어리이니 되물릴 수 없고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것이며 잘못되면 수렁에 빠지는 것이며 노르웨이 같은 경우는 공무원 국가로 되어버렸는데 보수가 보기에는 그게 수렁에 빠진 것이다. 공무원 국가에서 비공무원 국가로 되돌아가기는 절대로 불가능이다.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올 수는 없는게 시스템이다. 그래서 진보를 싫어하는 것이다. 그럼 노르웨이 사람들은 왜 진보를 싫어하지 않을까? 그 사람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공무원의 부패를 막는 장치를 만들어놓고 있다. 자전거 타고 다니는 노르웨이 국회의원과 에쿠스 타는 한국 국회의원의 청렴도를 비교해봐라. 자유한국당이 정선 카지노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꽂아 넣었는가?


    진보는 시스템이고 시스템에 정답은 하나뿐이며 길은 외길이고 들어가는 문은 있어도 나오는 문은 없으니 머리 나쁜 사람들이 진보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러한 진보의 위험성을 진보 자신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지만 승리하려면 해야 한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는 똑똑한 사람만 들어갈 자격이 있다. 유시민 같은 돌머리가 나서면 안 되는 거다.


   결론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어떤 개별정책이 보다 인간적이냐 혹은 냉정하게 거절하느냐 그런게 아니다. 사람 중심 어쩌고 하는건 진보가 그렇게 포장한 거다. 보수가 병역기피 주제에 안보중시 어쩌고 거짓 포장하듯이 진보도 거짓 포장한다. 진보는 생물의 진화와 같은 시스템이며 코끼리의 코처럼 계속 길어지는데 이게 짧아질 수는 없다. 코가 잘못 길어지면 죽는다. 애초에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그래도 코끼리는 용케 살아남았다지만 코만 길고 다른 부분은 약하면 기형이 되어 죽는다. 다행히 코끼리는 신체균형이 맞아서 살아남았지만 극히 희박한 확률로 살아남은 것이다. 기린도 마찬가지다. 긴 목으로 어떻게 해보려다가 그 목의 길이에 맞는 나무가 없으면 죽는다. 코끼리는 유일하고 기린도 유일하다. 소는 비슷한 종족이 많다. 진보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살아남을 확률이 드물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기려면 다른 길이 없으니 이 길로 가야 한다. 단 정밀항해를 해야 한다. 덤벙대면 죽는다. 진보는 그야말로 우주선을 달에 보내는 심정으로 바늘구멍과 같은 작은 궤도를 통과하여 명중시켜야 하는 것이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그냥 우주선을 쏘기만 하면 달에 떨어지는게 아니다. 지구도 돌고 달도 도는데 지구와 달의 거리는 일정하지 않으며 우주선의 탈출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망한다.


    진보와 보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는 조선왕조의 쇄국처럼 가만있으면 된다. 서서히 망한다. 표나지 않게 죽어가는게 보수다. 10년쯤 지나보면 왕창 죽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진보는? 조선왕조가 쇄국에서 개방으로 방향을 트는 즉시 행복끝 고생시작이다. 구소련의 개혁개방과 같다. 옐친 시대에 믿던 미국에 탈탈 털렸다. 진보는 지속적으로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끝없는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 긴장 풀려서 해롱대는 자 몇 보인다. 문정인도 그중에 하나다. 조선일보가 호구왔는가? 하고 인사를 한다. 유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진보는 사지선다형 시험문제에 답안찍기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핸들링을 하고 밀당해야 하는 것이며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며 부단히 자신을 교육시켜 가야 하는 것이다. 작금의 미투운동과 같은 일은 계속 터져 나오게 되어 있다. 

    

    보수가 문재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미투운동과 같은 것이 가속적으로 터져 나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마음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어준도 잠시 긴장 풀려서 야단맞았잖아 말이다. 진보를 즐기려면 다음 단계의 진행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으니 악보를 외고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다음 행보를 내다보고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다. 아는게 약이다. 


    진보와 보수는 대칭적이지 않다. 뱀의 머리가 진보라면 꼬리는 보수다. 머리는 앞으로 가고 꼬리는 뒤로 가는가? 아니다. 머리도 전진하고 꼬리도 전진한다. 단 머리는 재빠르게 가는데 꼬리는 뒤에서 미적거리며 가끔 발목을 잡는다. 꼬리는 눈이 없으니 가르쳐도 말을 들어 먹지 않는다. 머리가 똑똑해야 한다. 꼬리를 잘 구슬러서 달고 가야 한다. 도마뱀은 꼬리를 떼고 가지만 인간은 보수를 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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