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3056 vote 0 2007.12.11 (15:10:46)

이명박 가케무샤
탈영웅시대의 영웅놀이’

국민 대다수가 검찰의 충성맹세식 수사발표를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명박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명박은 당선되기도 전에 이미 심리적으로 탄핵당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이명박이 필요하다. 외통수에 대안부재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껍데기다. 비록 껍데기지만 손에 쥔 것을 놓을 수는 없다. 그들에게 상처뿐인 영광.. 국민에게 허무뿐인 축제..

2002년과도 유사하다. 국민은 강한 대통령을 원하면서도 약한(?) 노무현을 선택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결단을 내려줄 위대한 지도자를 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강화도령을 원한 것이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데릴사위를 원한 것이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명목상의 군주로 자리만 지켜주기 원한 것이다.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한 노무현을 선택했다. 알고보니 노무현은 강했다. 그래서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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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이 우습게 되어버린.. 이번 대선의 의미는 한국식 단임 대통령제, 그리고 망국적 지역주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소선거구제에 기반한 87년 체제가 한계를 보였다는 점을 확인한 데 있다.

무엇인가? 대통령제가 유지되려면 반드시 걸출한 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금 더 이상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더 진보한 단계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이 둘의 모순이다.  

그들은 박정희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박정희를 원하지 않는다. 단지 박정희 시대의 향수가 있을 뿐이다. 박정희 역할을 해줄 대역을 필요로 한다. 그들에게는 가케무샤가 필요한 것이다.

단 영화 가케무샤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짜 가짜가 아니라 가짜 진짜라는 데 있다. 그들은 가케무샤가 가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검찰발표를 불신하는 것이 그렇다.

무엇인가? 가짜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아니 가짜라서 더욱 좋다는 것이다. 왜? 만만하니까? 말로만 경제가 어렵다며 엄살을 피워댈 뿐.. 단지 핑계가 그러할 뿐 실제로는 경제가 문제가 아니니까.

그들에게는 더 이상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영웅놀이가 필요할 뿐. 영웅놀이에 진짜 영웅은 필요없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러나 영웅의 배역은 존재해야 한다. 허수아비라도 하나 그 자리에 가져다 두어야 한다.

이명박이 허수아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허수아비라서 더욱 좋다. 가케무샤라서 더욱 좋다. 그들은 이참에 이명박의 확실한 약점을 보았고 오히려 이명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통제불능의 노무현에 데었잖아!)

DJ-노무현 시대는 영웅들의 시대였다. 정치 9단의 시대였다. 결단의 지도자와 열광적인 추종자가 존재한 뜨거운 시대였다. 그리고 이제 그 시대는 갔다. 격정의 시대는 갔다. 2007년에 영웅은 필요없다.

그러나 그래도 2002년의 그 ‘대~~~~한민국♪’은 외쳐보고 싶다. 꼭 한번 외쳐보고 싶다.

한국경제에 히딩크는 없어도 되지만.. IMF 위기는 다 극복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던 온갖 경제위기설 다 극복했고.. 국민소득 2만불 넘어섰고.. 한 해에 천만명이 해외에 나가는 이 시대..

다 좋은데 그때 그 길거리 응원은 꼭 재현해보고 싶다. DJ-노무현 지지자들만 즐겼다는 그 황금시대 나도 흉내내보고 싶다. 이게 이명박 현상의 본질이다. 영웅없는 영웅시대.. 시샘이다. 그들은 샘이 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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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들이 두 패로 나누어 골목에서 놀이를 한다. 한 편이 계속 이기고 다른 편은 계속 술래만 하다가.. 드디어 한 번 이겨서 술래를 떠넘기고 신나게 복수전을 펼쳐보이려는 찰나..

“애들아 해 넘어갔다. 그만 놀고 집에 가자.”

이렇게 되면? 지금 한나라당 지지자 입장이 그렇다. 그들은 우리가 DJ와 노무현이라는 두 영웅을 앞세우고 신명나게 놀 때 지켜보며 시샘이 일었던 것이다. 약이 바짝 올랐던 것이다. 앙갚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 시대는 이제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영웅을 보좌하는 역, 영웅을 응원하는 역, 영웅을 추종하는 역할에 맞추어 지난 10년 동안 맹연습하며 손발을 맞춰온 것이 아까워서..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주도했던 그 신명나는 ‘대~~~한민국♪’을 자기들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을 뿐이다.

이명박을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그러나 이쪽에 영웅이 있었기 때문에 그쪽에도 영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구색이 맞는 거다. 장군멍군에 피장파장이 되는 거다. 그래서 명목상의 영웅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라 영웅놀이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TV드라마 ‘영웅시대’를 통하여 야매지만 영웅 타이틀 하나는 확실히 따놓은 짝퉁영웅 이명박이 가케무샤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명박은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기에.. 이번에 약점이 드러나서 확실히 코가 꿰었기에 강화도령으로 더욱 안성맞춤이다. 완벽하다. 극도의 여론정치, 포퓰리즘, 중우정치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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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이후.. 히딩크의 연임의사 암시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감독은 반드시 한국인 중에서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래서 박항서가 된 것이고 그 박항서로 안 되니까 다시 외국인 감독을 불러들였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왜 반드시 한국인이 바통을 물려받아야만 된다고 생각했을까? 은근히 샘이 났던 것이다. 이제 4강이 문제가 아니다. 축구가 문제가 아니다. 속으로 원한 것은 따로 있다.

히딩크의 방법은 이제 다 배웠으니.. 한국인 감독에게 맡겨서 재현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인 감독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확인도장 받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이명박 지지자의 심리가 그렇다.

이제 모든 위기는 극복되었다. 대한민국은 암초 투성이의 비좁은 항구를 헤치고 나와 대양에서 순풍을 만났다. 노무현이 숱한 경제위기설을 뚫고 5프로 성장을 해냈다. 위기의 대북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들은 DJ-노무현에게서 히딩크의 방법을 어깨너머로 배웠으니 우리 박항서로 해보자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눈치보며 몰래배운거 꼭 자신이 직접 재현해보고 싶은 것이다. 속으로 안달난 것이다.

박항서가 못해도 상관없다. 가케무샤 이명박이 못해도 상관없다. 붉은 옷 입고 길거리에 모일 구실만 만들어 주면 된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이명박은 이마에 영웅이라고 써붙이고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 한국인들은 기어이 영웅을 극복했지만.. 영웅드라마는 극복하지 못했다. 영웅콤플렉스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샘이 났던 것이다. 약이 올랐던 것이다. 말은 못했지만 속으로 부러웠던 것이다.

‘이제 영웅은 필요하지 않지만 영웅을 보조하는 자기네의 가마꾼 1, 가마꾼 2 역할은 꼭 해보고 싶다. 아무나 골라서 누군가의 ‘빠’가 되어보고 싶다. 가짜영웅이라도 좋다 영웅배역만 맡아다오. 그 자리에 버티고 있어만 다오. 그러면 우리가 알아서 신나게 놀아줄께..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천만번도 넘게 연습했어. 못하게 하면 미쳐 죽을거야. 영웅을 무등 태우고 열광하는 군중들 속을 뚫고 지나가는 가마꾼3 역할 무지 연습했다구. 꼭 해보고 말거야.’

거짓이라도 영웅인 척 해야 하는 대통령제의 덫이다. 정치 거물들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양김정치에 이은 노무현 정치.. 거인들의 시대가 남긴 후유증이다. 열광의 시대는 가고, 격정의 시대는 가고, 잔챙이들이 꼴값을 떠는, 아류들이 흉내를 내는 짝퉁의 시대가 왔다.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해프닝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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