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짖어라 우리는 간다” 용장이 지장만 못하고, 지장이 덕장만 못하다는데, 그 덕장도 운장을 당해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명박은 일단 운이 좋다. 국가와 국민에게는 불운이 되겠지만. 그리고 그 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아프간 인질사태가 일어난 것도 그렇고. 뜬금 이회창이 나타나 충청표를 묶어준 것도 그렇고. 내부간첩 정동영, 문국현이 죽자사자 이명박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있는 것도 그렇고. 숱한 비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은 가만히 앉아서 당선되게 생겼다. 이게 선거냐? 도둑놈들 중에서 능력있는 도둑 고른다는 이런 썩어빠진 선거는 보이콧 하는게 맞지 않나? 그런데 보이콧 하려해도 대안이 없다. 여당없는 선거에서 야당들끼리 청와대 때리기 경쟁을 벌이면.. 결국 야당 중에 대표성 있는 이명박이 먹게 되어 있다. 유세를 하면 할수록 이명박을 도울뿐인 정동영, 문국현은 부패사범 이명박의 도우미 노릇을 하느니.. 차라리 후보를 사퇴하여 이명박 1인에 대한 찬반투표로 가는 것이 이 시대의 정의를 반영하는 바른 행동이 될 것이다. 투표용지 맨 위에 기호 0번 노무현 칸 만들어 찍고 오겠다. 아니면 놀러가든지.
좌파의 지엽말단주의가 문제 정동영의 선거구호가 웃긴다. ‘가족행복’이 웬말이며 ‘착한 대통령론’이 웬말이냐? 초등학교 반장 선거하냐? 통반장 뽑나. 동네 이장 선출하냐? 필자가 민노당 찌질이그룹을 비판할 때 노상 말해왔던 지엽말단주의, 지리멸렬주의, 신변잡기주의다.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기, 대안없이 트집만 잡기, 진실에서 이기려 하지 않고 말싸움에서만 이기려드는 행태.. 대표적인 예가 참여정부를 물먹인 천성산 도롱뇽 소동, 그리고 미군철수를 하자는건지 말자는 건지 알 수 없게 만든 평택 대추리 싸움.. 이건 진보가 수렁에 빠진 거다. (그 행동이 옳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 학을 떼게 만들었다는 거다.) 문국현이 쫄딱 망한 이유도 같다. 문국현은 심지어 고액권 지폐 발행에 대해서도 시시콜콜 반대하고 있다. 그걸 왜 대통령이 결정해? 지가 뭔데? 대통령이면 다냐? 이런 보도 나오면 국민은 본능적으로 눈치챈다. 민노류가 당선되면 국민의 사소한 일상생활 하나하나 시시콜콜 간섭하고 트집할 거라는 거. 자신의 역할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 오만이라는 것을 문국현들은 모른다. 진짜 겸손한 대통령은 내부문제는 안 건드린다. 바깥을 친다. 밖에서 크게 길을 열어간다. 안에서 꼬인 것을 밖에서 푼다. 공약은 딱 하나만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전두환이 그래도 물가 하나는 잡았다거나, 노태우가 그래도 주택 200만호는 건설했다거나, 김영삼이 그래도 금융개혁은 했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허튼소리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뭐라도 한 가지만 제대로 해주길 바라는 평범한 유권자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는 거다. 그게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의 겸손이다. 겸손해야 한다. 경선 때 유시민의 멧돼지 공약, 목욕탕 공약도 유치한 거다. 대통령 선거 나오면서 보건복지부 공약을 왜 해? 지금 보건복지부장관 선거 하자는 거냐? 참 글 배웠다는 분들이 그렇게들 개념이 없는지 원. 왜 DJ가 ‘정권 넘어가면 전쟁난다’는 발언을 하는지.. 그렇게도 이해가 안 되시나. 필자가 예전에 했던 말 중에.. 이번에 우리쪽에서 주한미군철수 공약 안 나오면 선거판 자체가 허무해져 버린다는 말 기억하시는지. 이 말이 함의하는 바를 바로 헤아려야 할 것이다. 좌파들이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소인배들이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여 역사의 큰 흐름에서 방향을 잡아갈 생각은 않고.. 그저 ‘내가 옳았다’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목표달성이 쉬운 작은 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찌질이들의 본질은 오직 말싸움에서 이길 목적 하나 뿐인 것.. 말싸움에서 이기는데는 눈에 보이는 증거가 최고.. 증거 만드는 데는 작고 똑부러지는 일이 최고.. 그러다보면 대추리 같은 지엽말단에 매달리게 되는 것. 역사의 큰 흐름 바꾸기는 누가 옳은지 단시간에 판단이 서지 않는다. 100년 세월이 흘러야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온다. 반면 작은 성과는 ‘내가 옳다’고 우길만한 근거로 대기가 쉽다. 진보는 사소한 일에 집착하다 망한다. 성과주의 집착하고 한건주의 집착하다 망한다. 파업이라도 하나 성공시키고.. 농민대회니 민중대회니 하며 집회라도 하나 성공시키면 다 될거 같지? 종각에서 동대문까지 종로거리만 한바탕 뒤집어 엎어 놓으면 백만표 나올거 같지? 국민들 그거 지켜보고 학을 뗀다. 이를 간다.
DJ가 오죽 답답했으면 지금 선거판이 극도로 허무해졌다. 왜? 이슈가 없어져서 후보들이 사소한 공약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민주화 과정에서 큰 이슈들이 대략 정리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군정이 청산되었고.. 중국, 러시아와 수교를 했고..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 역사의 큰 방향이 정리된 것이다. 그러니 더 들고나올 건수가 없어졌다. 대한민국이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상국가로 가는 길에서 남은 장애물은 딱 하나.. 주한미군의 존재 밖에 없다. 대선후보가 미군철수를 선동하면 보수표가 저쪽에 응집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전술적인 유불리를 논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쪽 진영의 누군가에게서 이런 수준의 말이 나와주어야 적어도 진보-보수간에, 젊은세대-기성세대간에 판이 짜여지는 것이다. 정치는 중재다. 정동영이 통을 먹으려면 미군철수 하자는 쪽과 반대하는 쪽 사이에서 중재를 해야한다. 그러려면 철수하자는 말이 나와서 기세를 올려야 그 중재역할이 부각되는 것이다. 애초에 말이 안 나와 버리면 그러한 중재의 역할이 소멸한다. 중간파는 입지가 없어진다. 대통령은 중간에서 싸움 말리는 역할이다. 애초에 싸움이 안붙어 버렸으니 판이 짜여지지 않은 거다. 오죽 답답했으면 DJ가 전쟁설을 흘리고 나서겠는가? 가족행복이니 착한 대통령이니 하며 유치떨지 말고 카리스마와 위엄을 보이는 큰 정치 해야한다는 말이다. DJ가 아는 것을 정동영, 문국현은 왜 모르나?
이명박은 죽었는데 대안이 없다 대세론은 옛말이고 오피니언리더급에서는 다들 돌아섰다. 필자 주변에 이명박 좋다는 사람 없더라. 문제는 5년전, 10년전에는 자식들이 적극적으로 부모를 설득했는데 지금은 침묵하고 있다는 거다. 왜 침묵하지?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는 거다. 떼쓰기 전문의 정동영은 콘텐츠가 없고 감동이 없고 드라마가 없으니 해줄 말이 없다. 반미표, 자주표, 통일표만 모아도 30프로는 될텐데 그걸 못한다. 선거는 조직 대 바람인데 바람이 안 일어나서 못한다. 동기부여가 안 된다. 민주화 세력의 정체성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젊은 세대의 정체성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왜 말해주지 않나? 왜 젊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나? 말하라! 왜 말 못하나? 80년대를 관통하며 그 독한 여름에 최루연기 가득한 아스팔트 위를 내달린 그들이 진정 누구인지를 말하라.
개들은 짖어라! 우리는 간다. 그것은 소수파의 연대를 성사시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