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阿瞞)아, 내가 없었으면 네가 어찌 이 성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겠느냐!" 기주성에 입성하면서 허유가 조조한테 한 말이다. 관도대전의 승리는 허유 덕분에 가능했다. 오소의 창고를 습격하고, 승세를 타서 바로 야습을 감행하고, 강물을 끌어들여 기주성을 침수시켰다.

    이 모든 것이 허유의 계책을 조조가 따른 것이었다. 공을 내세우며 까불다가 허저한테 죽었다. 조조와는 아명을 부를 정도로 흉허물없는 친구였다. 그런데 왜 조조는 허저를 말리지 않았을까?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던지 조조는 후하게 허유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유방은 초한전쟁이 끝난 후 생명을 빚진 은인 정공을 제일 먼저 죽였다. 정공은 팽성대전에서 유방이 패하여 목이 달아날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다. 전쟁이 끝나고 정공은 상을 받으러 왔다가 목을 떼였다. 반면 유방을 괴롭힌 옹치는 오히려 십방후에 봉했다.

    '정공도 사형당했는데 네 처지를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 마라.'라는 표현이 고전문학에 나올 정도다. 유방의 변명은 항우의 신하된 자가 항우에게 충성하지 않았다는 거지만, 궤변이고 본질은 누구한테 목숨을 빚진 사실이 쪽팔려서다. 상을 주면 공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황제 유방을 누가 살려줬지? 바로 나야! 이거 피곤하다. 입을 막는 방법은 죽이는 것뿐이다. 윤석열은 대선 승리 후 일등공신 이준석을 먼저 죽였다. 윤석열이 대통령 된 것이 누구 덕분이지? 내 덕분이라고. 이러고 입을 놀릴 것이 뻔하다. 죽여서 이준석 입을 틀어막을밖에.

    송 태조 조광윤은 건국 후 일등공신 30여 명을 무장해제 시켰고 명 태조 주원장은 건국 후 일등공신을 다 죽였고 덤으로 지식인 5만 명을 몰살시켰다. 조선왕조 이성계는 건국 후 일등공신 이방원을 숙청하려다 도로 짤렸다. 이방원은 눈치가 있어서 칼 들어올 줄 알고 대비했다.

    정치의 세계가 원래 비정하다. 양향자가 개혁신당을 탈당하여 국힘당 경선에 합류할 모양이다. 국힘 18룡이라더니 이제 19룡인가? 생각하면 수박 수집가 문재인이 열일했다. 조금박해 전문 영입단장이다. 총선에 이겨야 하는 선거 국면에는 먹혔다. 문재인 욕하면 안 된다. 

    문재인이 공신을 정리하지 않은 것을 비난해야 한다. 하긴 양정철도 눈치가 있는지 알아서 근신하고 있다. 좀 나대긴 했지. 김종인은 제 발로 나갔고. 당시는 정청래와 이해찬을 정리해야 총선을 이기는 분위기였다. 그것이 정치판 토사구팽의 법칙이다. 원래 다 그렇게 한다.

    유방도, 조조도, 조광윤도, 주원장도, 이방원도, 윤석열도 토사구팽을 했다. 카이사르의 삼두정치도 깨지고 옥타비아누스의 삼두정치도 깨진다. 그것도 일종의 토사구팽이다. 폼페이우스가 특별히 멍청했다거나 안토니우스가 멍청하다는 넘들은 역사공부를 안 한 빡대가리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역사의 법칙이다. 이재명은 대선 후 내가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하는 자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 나는 예고했다. 지금 수박타령 하며 내전 벌이려는 자가 제일 먼저 배신한다고. 이건 물리학이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그게 바로 정치란다.

    정리할 걸 정리하지 않으면 기강이 서지 않고 청와대 밖에 작은 청와대가 발생한다. 그래서 망한 사람이 김영삼. 아들 현철 소란에 멸망. 이명박 형 상득, 노무현 형 건평, 김대중 아들 홍일. 문재인은 그나마 깨끗한데 엉뚱하게 조국이 씹혔다. 이것도 에너지 흐름으로 보면 같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조국이 후계자 행세하다가 맛이 가거나 이해찬처럼 씹히는 건데 윤석열이 없는 죄를 날조하는 바람에 이상하게 되었다. 물론 윤석열은 일등공신 김건희 숙청 실패로 멸망했다. 당선 직후 김건희부터 처넣어야 했는데 말이다. 유방도 조조도 그렇게 했잖아.

    이재명은 이런 쪽으로 감각이 있을 거다. 난 도지사 시절부터 지켜봤지. 윤석열은 있는 카드 다 쓰는 사람인데 이재명도 만만치 않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으면. 윤석열은 무대뽀 부잣집 자식이라서 폭주하는데 이재명은 밑바닥 출신이라서 힘 조절을 할 줄 안다는 차이가 있지만.

    ###

    이재명은 성남시장 시절 형님 덕에 예방주사를 맞아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