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075 vote 0 2018.06.26 (14:05:05)


    전략의 대강은 자체의 힘으로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할 것인가다. 오자병법과 손자병법의 차이다. 정답은 선 오자병법 후 손자병법이다. 전략과 전술의 차이다. 오자병법은 전략에 맞고 손자병법은 전술에 맞다. 오자병법으로 군대를 키우고 손자병법으로 임기응변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은 과도하게 손자병법에 의지하다가 망한다. 손자병법으로 한 번의 전투를 이길 수는 있으나 전쟁 전체를 주도할 수는 없다. 손자병법은 적을 속이는 것이다. 적을 속이면 적도 아군을 속인다. 오자병법은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보여줘서 적이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일단 항복하게 되는 원리다. 


    적을 속이는게 아니라 반대로 적이 아군을 신뢰하고 따르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려면 속임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이겨야 한다. 문제는 오자병법을 쓰다가 손자병법으로 갈아탈 수 있으나 그 역은 없다는 거다. 엔트로피다. 관성력에서 작용반작용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그 역은 없다. 


    위치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도 그 역은 없다. 절대성 모드에서 상대성 모드로 바꿀 수 있지만 상대성에서 절대성으로 갈아탈 수는 없다. 에너지가 없어서 안 된다. 걸어가던 사람이 업혀갈 수 있지만 업혀가던 사람이 걸어갈 수는 없다. 이미 다리가 풀려버렸다. 


    그러므로 초반에 선택을 잘해야 한다. 처음에는 걸어가다가 안 되면 업혀가야 한다. 처음부터 업혀가다가 자생력을 잃어버리면 안철수처럼 낙오되어 오도가도 못한다. 권투기술을 쓰다가 불리하면 유도기술로 바꿀 수 있으나 그 반대는 곤란하다. 원거리 공격인 권투를 하다가 클린치 상태가 되면 근거리 공격인 유도로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유도를 하다가 갑자기 권투로 바꾸면 상대방은 도망가 버린다. 화살을 쏘다가 적이 근접하면 창으로 바꿔야 한다. 창으로 육탄전을 벌이다가 그 상태에서 활로 바꿀 수 없다. 활시위를 매기기도 전에 죽어 있다. 원거리 타격이 먼저다. 공자의 원칙을 따르다가 결정적인 시기에 노자의 지혜를 응용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노자의 융통성을 쓰다가 갑자기 공자의 원칙주의로 돌아설 수 없다. 그렇게 갑자기 바꾸는게 원칙위반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를 배운 다음에 응용기술을 써야지 응용기술을 익힌 다음에 기본기를 강화할 수 없는게 한국 축구가 안 되는 원리다. 세상 모든 망하는 집단의 공통점은 기본을 어기고 꼼수를 쓰다가 뒤늦게 원칙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망하는 것이다.


   안철수처럼 말이다. 양의사를 찾다가 안 되면 한의사를 찾을 수는 있다. 반대로 한의사를 찾다가 뒤늦게 양의사를 찾으면 치료시기를 놓쳐서 망한다. 어디를 가나 주가 있고 종이 있으며 정면에서는 주를 위주로 하고 종은 뒤에서 보조나 해야 한다.


   철학이 주라면 처세술은 종이다. 강자의 철학이 정면승부라면 약자의 처세술은 뒷설거지다. 약자의 처세술은 어디가서 보란듯이 내세울 것이 못 된다. 쉬쉬하면서 몰래 한 번 써먹고 버리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278 에너지는 방향전환이다 image 1 김동렬 2018-12-02 3607
4277 방향성의 의미 2 김동렬 2018-11-30 4038
4276 구조론은 같다 1 김동렬 2018-11-28 3695
4275 확률을 믿어라 2 김동렬 2018-11-28 4555
4274 닫힌계를 이해하라 1 김동렬 2018-11-27 3632
4273 세상은 마이너스다 4 김동렬 2018-11-26 3634
4272 음모론의 권력욕 1 김동렬 2018-11-26 3849
4271 새로운 지평을 열다 1 김동렬 2018-11-25 4441
4270 답은 경계선에 있다 1 김동렬 2018-11-23 4151
4269 자연의 언어는 구조다. 2 김동렬 2018-11-22 3697
4268 왜 전라도 군사가 강한가? 3 김동렬 2018-11-20 5006
4267 자연은 가난하다 5 김동렬 2018-11-19 4648
4266 김용의 영웅문 1 김동렬 2018-11-16 4266
4265 에너지의 이해 1 김동렬 2018-11-15 3386
4264 구조론은 도구다 1 김동렬 2018-11-15 3387
4263 단순한게 좋다 2 김동렬 2018-11-14 4313
4262 차원의 이해 1 김동렬 2018-11-13 3914
4261 구조론의 세계 7 김동렬 2018-11-12 4300
4260 구조와 언어 1 김동렬 2018-11-09 3654
4259 연역과 귀납 4 김동렬 2018-11-06 3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