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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94 vote 0 2023.12.13 (19:40:47)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그것은 존재론과 인식론의 모순이다. 존재론과 인식론은 구조론 용어다. 검색해봤자 별 이야기 안 나온다. 

 

    존재론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인식론은 자연의 존재가 뇌에 비친 그림자다. 필름의 음화처럼 상은 거꾸로 맺힌다. 그러므로 바로잡아야 한다. 깨달음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잘게 쪼개는 것이다. 쪼개면 모순이 감추어진다.


    원자는 그런 이유로 쪼개진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자연에 원자는 없다. 원자는 존재의 단위가 아니라 인식의 단위다. 원자의 쪼개지지 않는 성질에는 인간의 입장이 개입해 있다. '그렇다'가 아니라 인간 입장에서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원자가 쪼개지면 곤란하다. 또 쪼개야 하니까. 쪼갠다는 말 자체가 자연을 왜곡한다는 의미가 된다. 


    인간이 인식하는 모든 것은 왜곡된 것이다. 원자가 쪼개졌듯이 단어도 쪼개진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단어는 없다. 문장이 있다. 한 단어로 말해도 한 문장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외국어 학습이 어려운 이유다. 


    바람은 부는 것이고 옷은 입는 것이다. 모든 단어에는 반드시 액션이 숨어 있다. 돌은 액션이 없다고? 천만에. 중력을 전달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대응하며 공간의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다.


    인간의 언어는 액션은 지목할 수 없다. 액션은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목한다는 것은 객체를 붙잡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단어를 말하면 자연의 변화를 토막 쳐서 왜곡한 다음에 뇌에 입력하는 것이다. 


    흐르는 물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 인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물은 이미 하류에 가 있다. 현재는 없다. 현재를 말하는 순간 이미 과거다. 미래는 없다. 미래를 말하는 순간 이미 현재다.


    우리는 잘게 쪼갠다. 인간의 뇌구조가 그러하므로 어쩔 수 없다. 컴퓨터는 반도체가 1바이트 단위로 되어 있다. 자연수는 낱개로 되어 있다. 자연에는 자연수가 없다. 자연의 컴퓨터에는 1바이트가 없다. 자연은 쪼갤 수 없다.


    우리가 아는 세계는 원자와 단어로 이루어진 세계이며 그것은 잘게 쪼개진 것이며 인간의 편의에 의해 왜곡된 것이다. 잘게 쪼개놓으면 상이 뒤집어져도 상관없다. 동전의 앞면이든 뒷면이든 상관없다. 문제는 다른 것과 연결할 때 발생한다. 방향과 순서가 맞지 않으면 연결되지 않는다. 전구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


    지식은 쪼개진 단어와 사물을 개별적으로 아는 것이고 깨달음은 그것을 다른 것과 연결할 줄 아는 것이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아는 것이다. 복제할 줄 아는 것이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것이다.


    그러려면 앞으로 가야 한다. 원자 앞에 메커니즘 있고, 색 앞에 공 있고, 명 앞에 도 있다. 사물 앞에 사건 있고, 응답 앞에 부름 있고, 원소 앞에 집합 있고, 보수 앞에 진보 있다. 바늘귀에 실을 꿰어야 바느질을 할 수 있다. 앞을 끼워야 한다. 머리를 연결해야 한다. 


    우리는 단어를 가르칠 뿐 문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문법을 알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개는 문법을 모르므로 인간이 아니다. TV에 나오는 천재견은 수백 단어를 알아듣지만 문장을 조립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원래 문법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문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인간의 문법이나 자연의 문법이나 정확히 같다. 문법이 메커니즘이다.


    존재론의 문법 - 연결의 깨달음, 방향과 순서가 있다. 맥락이 있다.
    인식론의 단어 - 임의로 토막 낸 개별적 지식, 개별적인 사실을 반영한다.


    존재론은 진짜고 인식론은 가짜다. 인식론은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쪼개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 단어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 인식론을 배우지 않으면 인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올바른 방법은 인식론을 학습한 다음 존재론으로 바꾸는 것이다. 귀납으로 인식한 다음 연역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쉽지 않다. 


    자동차의 각 부분을 학습하는 것은 인식론이다. 운전할 때는 처음부터 전체를 장악한다. 여기서 충돌이 일어난다. 일단 앞바퀴를 해결하고 다음 뒷바퀴를 해결하는게 인간의 학습이다. 운전을 하면 앞바퀴를 틀었을 뿐인데 뒷바퀴도 꺾여 있다. 


    인생의 많은 실패와 좌절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하나를 건드리면 하나가 반응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기초 하나를 건드렸을 뿐인데 집이 다 무너졌다. 그렇게 안 배웠는데? 그 반대도 있다. 기왓장을 하나 건드렸는데 아무런 일도 없다. 


    우리는 기초와 기둥과 대들보를 각각 학습할 뿐 이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배우지 않는다. 그것은 가르치기가 매우 곤란하다.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강정호 스쿨을 열고 있는 강정호 선수는 새로운 타격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 중에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냥 방망이를 휘두르는 거잖아? 방망이는 구석기시대부터 휘둘러 왔다고? 인류가 방망이를 휘두른 역사는 작게 잡아도 10만 년이다. 무려 10만 년 동안이나 방망이를 휘둘러온 인류는 아직 방망이를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있어서 강정호에게 배우고 있다.


    왜 인류는 80억이나 모여서 방망이 하나 제대로 휘두르지 못할까? 존재론과 인식론의 모순이 그만치 치명적인 것이다. 그냥 휘두르면 안 되고 채찍을 휘두르듯이 가속적으로 휘둘러야 한다. 밸런스의 단위들을 차례차례 호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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