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은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오래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이제 헐리우드가 우습다. 한국 영화 이 정도면 괄목상대해야 한다. 1212를 다룬 정치적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나는 영화기술의 관점에서 본다. 다른 감독들이 이 영화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옛날부터 말했지만 영화를 논하면서 재미, 감동, 교훈, 주제의식, 내러티브 이런 소리 하는 자는 때려죽여야 한다. 재미를 원하거든 만화를 보라고. 감동을 원하면 위인전을 읽어라. 교훈을 원하면 소설책을 봐라. 이순신 영화 명량 보고 울고 싶었다. 이게 영화냐? 관객은 많이 들었지만. 판타지 찍어놓고 사극이라고 우기면? 더문 참사가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종의 착시현상. 김용화 하면 쌍천만 감독 아닌가? 시사회 직후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이 올해 최고의 흥행영화로 더문을 찍었다. 흥행요소가 골고루 들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다 넣어놨다. 근데 왜 망했지? 일단 그게 영화냐 하는 부분부터 짚어봐야 한다. 혹시 만화? 한국인 중에 아직 영화가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게 필자의 진단이다. 영화는 아니고 영화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었다. 사극이 특히 문제다. 전쟁을 그런 식으로 안 한다는거 다들 알잖아. 병사가 흩어져서 각자 한 명씩 맡아서 개인전을 한다. 왜 단체전에서 개인전을 하지? 전쟁터에서 대오가 깨진다는건 상상할 수 없다. 옆사람과 어깨가 붙어야 한다. 어깨가 떨어지는 즉시 전군붕괴. 3분에 대세결정. 병사는 옆사람과 어깨가 떨어지면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바로 똥 싼다. 절대적으로 동료에 의지한다. 동료가 고문관이면 돌아버린다. 멍청한 상관은 적보다 무섭다. 그런걸 묘사해야지. 고구려와 신라가 당나라의 방진과 평지에서 싸워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강력한 방진은 절대로 못 깬다. 워털루에서 프랑스 기병대가 영국 방진에 깨진 이유가 있다. 막연하게 돌격하라! 소리 지르지 말고 현장에서 구조를 드러내야 한다. 대부분 안 되는 데는 물리적 이유가 있다. 적이 무서운게 아니고 아군과 손발이 안 맞는게 무섭다. 말했지만 영웅과 소인배의 차이는 하루에 50개 이상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내는가에 있다. 서울의 봄은 그걸 제대로 보여줬다. 근데 전두환이 더 날아다녔다. 순발력 있게 의사결정을 잘했다. 집단이 패닉에 빠졌을 때도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여 수습하기를 반복해. 장태완도 적절히 의사결정 했지만 매번 3초가 늦었다. 사실은 전두환이 차지철 수사 핑계로 청와대 경호실 접수하고 최규하를 연금한 순간 승부가 난 것. 노재현을 놓친 것은 실책이지만 노재현은 원래 전두환 사람이었다. 누가 쿠데타 했는지 몰라서 도망친 거. 한미연합사로 가서 전두환이 쿠데타 한 사실을 알고 자진투항, 게임 끝. 국방부로 간게 항복하려고 한 거. 돈 먹은 순간 엉덩이 맞춘 거. 장태완이 방송국 점령했으면 달라질 수 있었는데 당시는 24시간 방송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난 거의 스트레스 받지 않았다. 영화가 장태완의 대응을 실제보다 과장했기 때문. 실제로는 전두환의 싱거운 승리. 노재현 놓친거 외에는 계획대로 되었어. 결국 정승화가 멍청하게 한 거. 계엄사령관 되는 순간 자기 목에 총이 겨눠진 건데. 안이한 판단. 문재인이 윤석열 믿은 것처럼 순진했어. 박정희가 쿠데타 막으려고 멍청이만 요직에 앉힌 거. 똑똑한 넘은 다 정치권으로 보내고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보내고 군에는 머저리만 남겨. 초반에 800만 관객 예상했는데 영화 보고 천만으로 급수정. 일베충 발악해도 소용 없어. 한국 영화의 수준이 올라갔어. 영화는 의사결정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제대로 보여줬다. 좁은 공간에 몰려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역시 보여줬다.
어찌 전율하지 않겠는가? |
멍청한 상관이 적보다 만배이상 무섭다.
그냥 멍청한 상관때문에 게임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