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뿐만이 아니다. 도처에 신파가 넘치고 감상주의가 넘친다.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도 세종 뺨치는 명군 현종을 징징이로 만들어놨다. 굳이 마키아벨리즘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렇다. 동네 조폭도 가오를 잃으면 바로 생활 접힌다. 임금이 징징대면 3초 만에 아웃이다. 스스로 위엄과 권위를 세우지 않는 군주는 인정받지 못한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유비를 울보에 찌질이에 쪼다로 만들어 놨지만, 그것은 독자들의 자기동일시를 위해 설정을 그렇게 가져간 것이며 현실에서 그런 머저리는 바로 제거된다. 누구도 울보에게 자기 목숨을 맡기지 않는다. 역사상의 허다한 군주가 점차 폭군이 되어가는 이유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다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것이다. 유비는 무수히 말을 갈아탔지만 의리없다는 말을 듣지는 않았다. 군웅들과의 약속은 밥 먹듯이 어겼지만 민중과의 약속 하나는 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욕먹는게 직업이다. 칭찬을 듣고 명성을 얻으려면 종교인을 하는게 맞다. 논객을 하는게 맞다. 욕은 정치인에게 가고 이익은 국민에게 가게 하는 것이 바른 정치다. 물론 명성과 칭찬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것은 젊은 정치인이 뜨려고 할 때다. 민주당은 이미 180석 먹었다. 민주당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여기서 더 공격해서 200석 먹겠다고? 윤석열을 탄핵하겠다고? 솔직히 민주당 실력은 150석에도 못 미친다. 지난 선거는 국힘의 삽질과 기레기의 왜곡과 안철수의 간첩질이 삼각파도를 이루어 국힘당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일회성 행운이다. 두 번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이제는 실력대로 가야 한다. 80석 정도 가진 소수파 정당이 진정성 쇼를 해서 명성을 얻고 바람을 일으켜 120석으로 성공하려면 이탄희 노선이 맞다.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이 46석 가지고 152석 마술을 부린 것이 그렇다. 그런데 지금도 46석이냐? 부자 한국이 거지 북한과 링 위에서 알몸으로 격투기를 해서 승패를 가리자고 하면 세계가 비웃을 것이다. 180석 민주당이 46석 열린우리당을 모방하겠다고 하면 그게 정신병자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민주당은 국민의 수준을 앞질러가면 안 된다. 46석이라면 그래도 된다. 46석 소수정당은 광야에 먼저 가서 목 놓아 부르는 초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는가? 지금은 떨어지는 가랑잎도 조심해야 한다. 도박을 하고, 생쇼를 하고, 감동을 주고, 신파를 찍고 눈물을 뿌리려다가 진짜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러다 죽는다. 도대체 자신이 다수당인지 소수당인지도 모르는, 챔피언인지 도전자인지도 모르는, 조조의 위치인지 유비의 위치인지도 모르는, 유권자를 삼국지나 읽는 꼬맹이로 알고 업신여기는 자가 정치 할 자격이나 있다는 말인가? 민주당은 정도를 걸어야 하고 150석을 하면 승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최선을 다해 붙는게 정도다. 국민이 주인이다. 정치인이 국민 위에서 놀면 안 된다. 소수당은 게릴라전 해도 되는데 다수당이 게릴라전을 하면 자살이다. 정치인은 욕을 먹는게 직업이므로 욕을 먹으면 된다. 명성이 필요하면 정의당으로 가는 것이 맞다. 국민을 믿고 도박을 하겠다? 그게 국민을 갖고 노는 것이다. 국민이 장난감이냐? 소수당은 모험이 진정성이고 다수당은 조심이 진정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