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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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8750 vote 0 2010.06.08 (04:13:36)

1. 월드컵 국가대표팀은 왜 죽어라 뛸까?


 

월드컵이다. 4년만에 월드컵 시즌이 돌아왔다. 축구의 'ㅊ' 자도 모르는 사람도, 장사꺼리 생긴 호프집 사장님도 다함께 외쳐보자 '대한민국!!!" 게다가 이번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란다. 시차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2002년 4강 진출과 감동의 길거리 응원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리그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도 많아졌고, 경험도 축적되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혼신을 다해 뛰어서 승리를 얻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쌩뚱맞은 질문 하나 해보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왜 죽어라 뛰는 것일까? 한국팀도 뛰고, 아르헨티나도 뛰고, 나이지리아도 뛰고, 그리스도 뛴다. 왜 그럴까? 당연한 질문을 뭐하러 하냐고? 그 당연한 질문을 해 보았나? 축구 선수는 공차는게 직업이니까, 혹은 대표선수로 뽑혔으니까 따위의 대답이 나올까나?

월드컵 토너먼트.gif 


사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위 그림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토너먼트 인데, 답은 이 안에 있다. 축구 대표팀은 '운동'을 한다. 생물이 운동을 한다는 것은 어디서부터 에너지가 들어왔기 때문. 무엇이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모이게 하고, 또한 움직이게 하는가? 그것은 토너먼트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 '월드컵'이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있다는 그 자체가 각 국가로 하여금, 팀으로 하여금, 선수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선수들은 월드컵을 꿈에 그리며 뛰고 또 뛴다. 하지만 진실은 "월드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과 열정과 땀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월드컵이라는 금 덩어리로 형상화 시킨 것에 불과하다. 월드컵은 애초에 가치를 획득하는 과정인 것이다.


 

 

2. 보이지 않는 손


 

월드컵은 열정과 땀의 가치를 형상화 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월드컵이 아니라, FIFA라는 조직이다. FIFA가 있기 때문에 월드컵이라는 게임이 존재한다. FIFA가 하는 일 중에 가장 근본적인 것은 경기 심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방송사를 이어주는 역할이다. 주최하고 주관하는 것이다. 심판판정은 그 다음 일이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e-sports)은 e-sports협회가 방송사와 플레이어를 연결하기 때문이지, 그저 플레이어 간에 게임을 하는 것은 단지 게임일 뿐이다. 프로야구는 KBO가 방송사와 야구팀을 연결하기 때문이지, 그저 팀간의 게임을 하는 것은 '야구'이지, '프로야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처럼 프로스포츠는 게임과 대중과의 연결고리가 있을 때에 성립된다. 월드컵을 프로스포츠라고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겠지만, 상당부분 프로스포츠의 시스템에 맞닿아있다. 그것은 바로 자본이다. 자본은 대중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월드컵에도 선수들을 뛰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태초에 대중이 있고, 대중을 미디어가 묶어내고, 미디어는 자본이 되어 '월드컵' 이라는 형태로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선수들은 월드컵을 손에 넣으려고 죽어라 뛰고, 그러다보면 Goal 이 나오는 것이다.



 

대중(존재) > 미디어(자본) > 월드컵(밸런스) > 대표팀(플레이어) > Goal(승부)


 

그 중에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은 바로 위의 토너먼트 인 것이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합치면 다음과 같은 형상이 된다.

tree.jpg 


이렇게 토너먼트를 말하는 이유는 토너먼트의 형식이 바로 구조이기 때문이다. 축과 대칭의 구조와 그 상부구조가 반복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구조는 일부에 불과하다.

 

 


3. 구조의 나무


 

학창시절에 생각했던 것은 모든 학문은 철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철학에서 수학이 나오고, 수학에서 과학이 나오고, 과학에서 공학이 나온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시간이 지날 수록 학문은 계속 분화되지만, 사람이 깊이 공부할 수록 결국 철학에 맞닿게 된다는 것이다. 최고수준의 야구선수, 학자, 정치인, 피겨스케이터, 미술가... 모두 최고 수준에 닿으면 기술이 아닌 철학을 말한다. 학문은 철학에서 시작되고, 사람은 철학으로 끝난다.


 


인류(존재) > 사건(문제) > 왜?(철학) > 학문(진보)  > 기술(문제해결)




 

구조의 나무.jpg 


하지만 철학에서 시작된 학문은 눈에 보이지만, 철학 이전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태초에 인류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에 "왜?" 라는 의문에서 철학이 태동하고, 철학은 학문의 진보를 낳고, 기술과 제도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인 것이다. 구조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현상'이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세상 모든 것에는 구조가 있고, 그 구조는 계속해서 자라난다. 구조의 형상은 자라나는 나무과 같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자본은 계속 자라나고, 참여하는 국가도 늘어가는 것 처럼 말이다. 나무는 상하로 대칭된 토너먼트와 같다.


생물이 성장하는 것은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서 양분을 얻어서 지상으로 쑥쑥 자라난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자라나는 것이 에너지의 방향인 것이다.


그런데 또한 나무는  잎사귀로 광합성하여 태양 에너지를 얻는다. 이번엔 반대로 지상에서 지하로 에너지가 흐른다. 그렇다. 이것이 에너지다. 이것이 진보다 하는 순간 또 다른 에너지의 존재를 잊곤한다. 보이지 않는 땅속의 뿌리를 잊게되고, 하늘로 향하는 잎을 잊게 된다. 지면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뻗은 나무 역시 축과 대칭을 이룬다. 구조론이 무엇인가? 에너지의 밸런스를 유지하여 진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4. 노무현의 나무


 

참여정부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로부터 '좌빨'이라 불리웠고, 진보로부터 '신자유주의' 라는 낙인을 받았다. 다 헤어릴 수도 없지만 생각나는 것 만 해도,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 <한미 FTA>, <대북관계 확대> 등... 나라가 시끌벅적할 정도의 대규모 논쟁이 끊이지 않았고, 또 혹자는 국론분열이라고 까지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수도 진보도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구조를 알지 못하였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관성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국가도 나무처럼 자라난다. 진보한다. 진보의 에너지는 땅 속 보이지 않는 곳의 민중이고, 보수의 에너지는 가지 끝에 잎처럼 광합성하는 자본이다.


진보의 문제는 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이고, 보수의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왜? 돈으로 사람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왜? 돈을 인정하는 순간 제어당하기 때문.


참여정부의 정책은 외부의 태양으로부터 광합성을 하여 에너지를 얻는 것이 한미 FTA이고, 민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려는 것이 복지예산 확대정책인 것이다. 어느 한 쪽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양 쪽의 에너지의 밸런스를 유지함으로서 진정한 진보를 이루고자 했다는 것.


진실을 말하자. 자본의 에너지와 사람의 에너지는 원래 같은 것이다. 사람이 가치를 창출한 것이 자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좌파와 우파의 사고를 모순에 빠뜨리는 것은 사람의 에너지가 자본의 에너지가 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 자본은 빠르고, 사람은 느리다.


자본가가 쥐어짜면, 살기가 힘들어지고, 살기가 힘들면 애를 안낳고, 애를 않낳으면 총 생산이 줄어든다. 외국에서 자본이 안들어오면, 국내에서 시장독점이 일어나게되고, 독점이 일어나면 소비자가 대접을 못받게 된다. 자본으로 어찌 해보고자 하면 단기적으로 호황이지만 장기적으로 개피본다. 사람으로 어찌 해보고자 하면 장기적으로 옳지만, 단기적으로 취약하다. 결과가 느리게 나오니 그 사이에 불안하다.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좌파든 우파든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논리를 만들고 그것을 고수하려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나무는 고사해버린다. 진정한 진보라는 것은 우파의 정책이나 좌파의 정책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밸런스를 유지하여 뿌리와 가지가 계속해서 뻗어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5. 구조의 모래시계


 

오래전부터 동양에는 음양사상이 있었다.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고, 뭔가 문제가 생겼다면, 음양의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음과 양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서양에는 희랍사상에서 출발한 논리체계가 존재한다. 인과율과 정반합 등이 있지만 뭔가 부족하다. 큰 그림을 그리질 못한다.


구조론은 동양의 음양사상과 서양의 논리체계를 포함한다. 구조론은 나무의 생장에서 깨달음의 포지션을 취한다. 깨달음이 무엇인가? 땅 속에 뿌리를 뻗은 식물이 땅 위로 헤집고 나오는 것이 깨달음이다. 알 속의 새가 알을 깨고 나옴이고, 뱃속의 아기가 어미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 깨달음이다.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의 진보를 향하는 것이 '깨달음'이고, '시대정신' 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양 쪽의 에너지를 제어하는 것이 구조론이다. 구조를 알면, 밸런스가 보이고, 밸런스를 제어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구조를 보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6.08 (04:33:04)

지난번 구조론 연구소 을지로 오프모임에서 강론을 듣고, 나름 생각한 결론인데, 이것을 딱히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아서 그 사이에 시간이 좀 흘렀소.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까지 나는 구조론이 일방향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에너지의 양방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양방향의 에너지를 모두 활용하는 것이 최대효율이라는 것이오. (물론 큰 틀에서 상부>하부 개념이 있소.)

구조론 연구원들의 고귀한 의견을 듣고 싶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6.08 (08:12:30)

조직의 성장구조와
그것의 작동구조를 구분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하오.

조직의 성장구조는 귀납적으로 진행되고
그 조직의 작동(일하기)은 연역적으로 일어나오.

그러나 그 조직의 성장도 낱낱이 구분해 보면
모두 연역적 사건들의 집적이며

그 밖에 인류라는 더 큰 조직이 자궁으로 존재하며
그 더 큰 모래시계 안이 작은 모래알 한 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말하자면 인류라는 모래시계 자궁 안에서
사람이라는 모래알이 연역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며 그 모래알이 쌓여서 조직을 이루는 것이오.

그래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하는 것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6.08 (12:05:21)

최근 새롭게 발견한 것이 바로 그것. "성장구조는 귀납적으로 진행되고, 작동은 연역적으로 일어난다."

미디어의 구조에서 정보가 정보가 진행되는 순서는 사실관계(기사) > 잇슈선점(심층기사) > 판단기준(법칙과 사례) > 적용, 분석(평론, 칼럼) > 문제해결(대안, 예측)   이지만, 메세지의 파급력은 반대 순서 즉, 문제해결 > 적용, 분석 > 판단기준 > 잇슈선점 > 사실관계 인 것이오.

어떠한 사건이 표면위로 떠오르면, 귀납적으로 사실관계부터 확인하지만, 결국 문제자체는 연역으로 진행하기 때문. 큰 틀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연역이 옳지만, 연역의 부분 또한 귀납인 것이오. 귀납적인 분석도 큰 틀에서 사건의 일부이기 때문.

그런데... 이것을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6.08 (12:06:16)

강론에 써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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