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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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144 vote 1 2018.08.14 (16:56:30)

      
    안희정의 라쇼몽


    안희정과 같은 쓰레기를 걸러낸 것은 미투운동의 쾌거이지만 가해자를 특정하고 형법으로 처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남녀관계가 일어나는 침실은 양자역학적 공간이다. 상당 부분 미래가 과거를 규정한다. 과거에는 혼인빙자간음죄라는 게 있었다. 실제로 혼인할 의사가 있었는데 그새 여자가 잘못을 저질러 사이가 틀어졌다면? 그래도 범죄가 된다.


    과거의 범죄가 미래에 확정된다. 이건 황당한 거다. 그런데 구조론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 사건은 단번에 완결되지 않는다. 현재진행형이다. 사건은 호텔방에서 완결된 것이 아니고 수행비서에서 짤렸을 때 완결된 것일 수 있다. 영화 라쇼몽의 공간을 떠올릴 수 있다. 각자는 다른 사건에 올라타 있다. 사실이 다른게 아니라 올라탄 사건이 다르다.


    사건은 액자식 구성이다. 사건 속에 또 다른 사건이 숨어 있다. 이제 21세기다.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바뀌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개인의 감당할 영역이 커진다. SNS는 말하자면 미국 텍사스주처럼 개인이 소총을 한 자루씩 차고 다니는 거다. 다들 페이스북이라는 권총에 트위터라는 샷건으로 무장하고 있다. 안희정이 시범케이스로 딱 걸린 거다.


    그런데 말이다. 다들 총기 소지 자격증은 갖추고 있는가? 과거에는 가족의 신세를 졌다. 함부로 행동하다가는 동료와 패거리들 사이에서 평판이 떨어진다. 조선왕조 시대라 치자. 마을마다 복수관계에 있었다. 안골 조씨가문이 건너마을 장씨집안과 원수지간이다. 그렇다면 조씨가문 안에서 혹은 장씨집안 안에서 내부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은 묻힌다.


    사회가 발달한다는 것은 부족주의가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득세한다는 것이며 이는 가문과 가문 간의 대결구도가 깨지고 대신 개인과 개인이 원수지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인이 만인에게 총질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제 다들 조심해야 한다. 함부로 까불다가는 총 맞아 죽는 수 있다. 반대로 총질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허공에 난사하면 안 된다.


    무엇인가? 21세기가 개인의 시대라는 말은 개인이 잘 훈련된 엘리트여야 한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다들 가문의 보호를 받았다. 엘리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집단이 보호해주지 않는다. 안희정의 위력행사에 김지은이 당황해서 넘어갔다는 말은 본인이 엘리트가 아니라는 고백이 된다. 엘리트라면 그런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엘리트로 훈련되지 않은 사람을 비서로 쓴 안희정이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엘리트가 못 되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가려는 것도 욕심이다. 엘리트의 시대다. 만인이 다 훈련된 신사이고 숙녀여야 한다. 어리광은 안 통한다. 위력을 가진 사람에게 높은 도덕적 규범이 적용되어야 하며 피해자 위치에 있는 사람도 분별력 있는 대응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한국에서 마리화나가 합법으로 허용된다고 치자. 마리화나를 허용한 국가 때문에 중독자가 되었다고 항변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국가 때문에 담배에 중독되었다거나 국가가 술을 허용하는 바람에 알콜중독자가 되었다거나 국가에서 운전면허를 내주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냈으니 국가책임이라고 변명하면 안 된다. 교통사고는 본인의 책임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뻔하다. 안희정은 시대에 뒤떨어진 봉건인이다. 라쇼몽으로 돌아가자. 안희정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영광을 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부족주의 사고방식이다. 가문 대 가문의 복수가 중요한 판이라 개인은 묻혀져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가문의 영광 속에서 개인의 희생은 아름다운 일로 믿는 봉건시대 가치관이다. 그런데 김지은은 교육받은 엘리트다. 가문의 일원이 되는 것으로, 정확히는 대통령의 연인이 되는 것으로 보상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개소리이며 개인이 직접 권리를 챙겨야 한다. 말하자면 안희정은 김지은을 하녀취급 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안희정은 상대방을 엘리트로 대접하지 않았다. 이런 낡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정치판을 기웃거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안희정을 걸러낸 것은 잘한 일이다. 이 사건은 엘리트의 시대 그리고 개인의 시대에 봉건적인 마인드를 가진 정치인이 상대방을 하녀취급 하다가 들킨 것이다. 피해자도 엘리트답게 대응하지 못해서 사람들을 헷갈리도록 했다. 


    필자의 결론은 21세기에는 만인이 만인을 엘리트로 대우해야 하는 시대이고 마찬가지로 위력을 가진 자의 구시대적인 행동에는 엘리트답게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거다. 사건을 일으킬 빌미를 주어서도 안 되지만 사건이 일어났다면 단번에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그것이 배운 엘리트의 자세다. 당황하거나 위축되면 안 된다. 


    21세기는 그런 시대이다. 이성이 있는 인간은 사건의 질 단계에서 입자, 힘, 운동, 량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져야 하는 시대이다. 침실에서 촉발되고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난 일을 누가 알겠느냐마는 사법부의 사실관계 판단이 맞다고 간주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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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8.08.23 (14:41:04)

이번 법원의 안희정 판결은 안희정 부인의 증언이 가장 결정적 이었다라고 생각되네요. 

판사는 기존 권력을 해체할 수 없어 그대로 행한 것인데, 그것은 남녀 사건이 터지면 가족중심을 먼저 보기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아줌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력자일 수밖에 없는데, 왜? 자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족에서 엄마는 해체될 수 없으므로.

이런 사건에서,
아내를 법정에서 증언해줄 남편은 존재할까?
남편을 법정에서 증언해줄 아내는 있다. 실재 사례가 있으므로. 왜? 그랬을까? 자식이 있으니까.

페미니스트들은, 실재로 그 자신은 어떨까? 라는 반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희정 부인처럼 안 그럴 자신이 있는가? 또 그런 상황에서 남편 편을 들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부인과 자식들을 독립적으로 보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을요. 페미니스트들은 이 부분을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변화는 요원하다고 여깁니다. 남녀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일단 여자를 욕하거나, 남자가 가정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또 남자를 욕합니다. 이런 현상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분명해집니다. 가정이 유지되어야 아이를 양육할 환경이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겠지요.

많은 여자들이 이번 판결에 대해 분개하고 있지만, 결혼제도와 부부와 가족중심의 사회에서, 김지은씨와 같은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여겨요. 1:1의 법정 싸움이, 2:1로 편먹고 싸우는 셈이 되었으니, 이는 분명 반칙이라고 여겨요. 언제는 부인한테 허락 받고 했는지? 왜 법정에 아내를 증인으로 세운 것인지? 그리고 법원은 왜 그걸 허용한 것인지? 그리고 김지은씨는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에 대해서 법원은 김지은씨에게 물어 보았을까요? 안희정부인의 법정 증언만 기사화할 뿐, 김지은씨가 그 행동에 대해 자신을 변론한 기사는 안보입니다.

이번 판결을 남녀치정으로 결론내고 싶어해서 안희정부인을 증인으로 세운 것일까요?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미투관점'에서 봅니다. 또 그러기를 원합니다. 실재로 김지은씨 그때의 그 상황의 입장에 공감을 하는 것이겠지요. 또 대체적으로 이 사건을 자신의 '딸'이라면? 의 관점에서 본다고 여깁니다. 아내라면?의 관점에서가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안희정부인이 증인으로 선 바람에 미투가 아닌 치정으로 변질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안희정부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자식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자식세대가 좀더 인간답게 살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미투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러자면 현재에서 뭔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한 가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세대가 제대로 뻗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왜 이번 사건이 안희정과 김지은에 대해 부인의 응징으로 판결이 나야 하는 것이었을까요?

남녀를 떠나 단독자로서 인간이 좀더 자유와 자기성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지키고 보호받고 존중 받으려면,, 사회에서 기본적이라 생각한 자연스러운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여깁니다.

물론 그것이 혜택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 알 수도 있겠지요. 제도의 어느 영역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가에 따라 입장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얘기를 안하고 넘어가기에는 찜찜하고 양심에 걸리니, 이리 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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