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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18 vote 0 2015.12.15 (18:35:34)

     

    교학사가 만든 이른바 역사교과서, 사실은 역사발명서의 논란에 구조론은 답합니다. 조선왕조 500년은 근대화에 실패한 불운의 역사가 아니라 삼봉 정도전이 던질 질문을 조광조와 퇴계, 율곡, 정여립과 송시열이 이어받아 이상국가를 만들려는 거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조선인은 중국인이 되기를 거부하며 우리만의 의사결정구조 곧, 선비집단의 공론으로 움직이는 정치 시스템과 거기에 맞는 독자적인 미학을 일구어냈습니다. 아직도 당나라 옷을 입고 한자를 쓰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한복을 디자인하고 한글을 만들어냈습니다. 조선의 국가컨셉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남의 눈을 빌어, 그것도 일본 주인님의 시선으로 역사를 보는 한 식민사관의 극복은 불가능합니다. 조선의 국가컨셉을 알아채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규정한 백범의 국가비전을 알아챌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해방이후의 한국사는 백범의 질문에 우리가 응답하는 역사입니다. 장준하와 김대중과 노무현이 응답했고 우리는 또 그 응답을 이어가야 합니다. 역사교과서는 무릇 그러한 응답의 기록이어야 할 것입니다. [생각의 정석 12회]


    세계의 모든 나라가 죽 쑤고 있는 판에 한국이 유독 질주하여 선두그룹의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한국인 특유의 집단적 의사결정구조에 있다. 개인이 잘해봤자 팀을 이기지 못한다.


    팀이 좋다 해도 부단한 업그레이드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좋은 팀이 만들어져 있고 또 새로운 팀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는 구조라야 한다. 한국의 역사는 성공한 역사이다. 그 이유는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 있는 의사결정문화에 있다.


    한국인의 힘은 유교와 도교와 불교와 기독교와 자본주의가 합쳐진 특유의 문화에서 나온다. 한국인의 강점은 빠른 의사결정과 방향판단이다. 그 반은 지정학적 구조에서 나오고 나머지 반은 한국인의 우수한 자질에서 나온다.


    한국은 좋은 자원들을 끊임없이 사회에 공급하고 있다. 개인의 자질을 결정하는 것은 주변과의 긴밀한 관계다. 친구와 부부는 간격을 벌리는 수평적 구조이고 형제와 선후배는 관계를 합치는 수직적 구조다. 


    두 구조가 맞물려 돌아가며 구조를 복제하여 일을 진행한다. 그 구조는 역사의 경험칙에서 얻어진다. 가장 좋은 구조는 동료와 연합하여 쉽게 팀을 꾸리면서도, 기성의 팀에서 빠져나와 새로 독립할 수 있는 구조다. 


    안 되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개인을 규정하는 친척, 친구, 동료와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대신 부족이나 종교집단 혹은 축제에 참여하는 군중의 형태로 느슨하게 대규모로 조직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경우 대규모 집단의 일원으로 안주할 뿐 나가서 독립하려들지 않는다. 의사결정하려면 주변을 설득해야 하는데 100명을 설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독립하면 따라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관계가 긴밀하지 않아 그게 안 되기 때문이다. 


    수평적 동료 중에 믿을 놈이 없고 수직적 부하 중에 말 듣는 놈이 없어서 일을 벌이기 어렵다. 역사는 집단적 의사결정 구조의 진보다. 인구나 무력이나 GDP나 이런건 안쳐주는 것이고 현장에서 먹히는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의 역사는 좋은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에겐 쉬운 것이 남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한국인은 한 명이 새 길을 뚫으면 우르르 몰려와서 분탕질쳐서 시장을 말아먹는다고 한탄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렇게 따라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망해 있다.


[레벨:30]솔숲길

2015.12.15 (20:05:49)

[생각의 정석 12회] '미쿡특집', 금융전문가의 미국금융과 한국금융

http://gujoron.com/xe/388980

[레벨:15]떡갈나무

2015.12.15 (21:42:29)

이제 셤도 끝났으니 몇번이고 되새김질하며 읽어야지요
나의 역량부족으로 아직은 어려운 구조론 ^^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5.12.16 (02:56:50)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삼봉과 백범을 잇는 고리는

그 '질문'에 있고,


어쩌면

그 '질문'의 에너지가 생산해낸 결과물 가운데

현실의 공간에서 구현된 것이

조선초의 균전제와 해방직후의 토지개혁인듯..


그런데 그 '질문'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리고 그 '질문'의 에너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2.16 (20:48:53)

질문은 이상주의에서 온 것이고

이상주의는 주역의 중용사상에서 온 것이고

중용사상은 성도교 논리>천인감응 논리>원형이정 논리에서 왔겠지요. 

하늘과 인간의 일대일 대면에서 모든 것이 명백해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텡그리

2015.12.20 (00:20:21)

As above so below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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