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국 코미디는
일본식 만담의 보케와 츳코미 구조가 있습니다.
김병만이 보케라면 류담이 보케를 때리는 츳코미.
일본 만담은 한 명이 바보짓을 하고 한 명이 꾸짖으며 때리는 형태입니다.
극한직업의 코미디는 다행히 한국 코미디의 이런 낡은 관습을 탈피하고 있습니다.
봉숭아 학당만 해도 한 사람이 바보짓을 하면 다른 사람이 핀잔을 던지는 구조입니다.
한국에 이런 낡은 개그를 탈피한 사람이 전유성과 최양락밖에 없었는데
극한직업의 코미디는 한 사람이 바보짓을 하면 다음 사람이 오히려 한 술을 더 뜨는 구조입니다.
점입가경으로 뻔뻔하게 밀어붙이므로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은 제가 TV를 안 봐서 한국 코미디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김병만의 달인을 보면 중간중간에 류담이 김병만을 계속 때려서
줄곧 흐름이 끊어지고 호흡이 산만해지며 긴밀함을 잃고 마는 겁니다.
봉숭아 학당도 중간중간에 계속 호흡이 끊어지니 억지로 고함을 지릅니다.
이창훈이 시끄러운 목소리로 난 짬뽕!!!을 외치는게 그런 억지입니다.
흐름이 끊어져서 어색하게 되니 고함을 질러 수습하는데
그게 패턴으로 굳어져서 너도나도 고함을 질러대니 TV를 볼 수 없습니다.
전유성과 최양락은 고함을 지르지 않고 점잖게 웃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술 더 뜨는 점입가경법을 구사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보케와 츳코미의 대칭이 아니라 연속이라는 거지요.
대칭이면 거기서 끝나는데 연속이면 흐름이 이어져서 긴장이 유지됩니다.
대신 이 코미디로 가면 데굴데굴 구르는 폭소가 아니라 은근한 미소가 됩니다.
솔직히 극한직업이 배꼽잡고 웃겨죽는 코미디는 아닙니다.
구조론에서 강조하는 연역적 구조, 정상에서 판을 장악하고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통제하는 구조.
전유성과 최양락은 잘못하고 벌 받는 초딩일기식 코미디와 수준이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