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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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039 vote 0 2009.10.28 (00:33:57)

집값은 언제 떨어지는가?
“서울 교통이 뚫리는 속도에 비례한다.”

경제는 생물이다. 생물 중에서도 성질이 난폭한 동물이다. 동물은 인간의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동물을 잡으려면 속여야 한다. 그물은 저쪽에 쳐놓고 몰이는 이쪽에서 해야 한다.

경제는 역설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반의 인식과는 반대로 움직여서 다수의 기대를 배반하곤 한다. 그러나 ‘경제가 반대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하면 역으로 경제를 예측할 수 있다.

반대쪽에 그물쳐놓고 몰이할 수 있다. 시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전성기 때의 그린스펀이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어쨌든 경제는 어떻게든 일반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려고 기를 쓴다.

경제는 고도의 심리게임이다. 분명히 원리가 있다. 내밀하게 작동하는 법칙이 있다. 그 원리를 다 알아도 안 되고, 다 몰라도 안 된다. 아는 사람만 아는 거다. 물론 아주 길게 보면 또 일반의 예상과 다르지 않다.

참여정부 출범후 많은 사람들이 ‘이제 집값 떨어질거야’ 하고 기대한 사실은 필자 입장에서 당혹스럽다. ‘어? 경제는 원래 반대로 가는뎅!?’ 참여정부가 경제 잘하면 집값 오른다.(길게보면 잡히지만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으려 하면 그 의도가 투기꾼에게 읽힌다. 그게 시장을 자극하여 더 오를 수도 있다. 정부가 완벽하게 집값을 잡으려면 국민도, 투기꾼도, 시장도 완벽하게 속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설사 성공한다 해도 바로 되지 않고 두어번 반전을 겪어야 한다. 임기 끝나고 한참 후에 인정받는다. 어떻든 경제를 잘하려면 크게 한번 욕을 먹어야 한다. 좋게 시작해서 좋게 끝나는 아름다운 길은 없다.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서 해낼 수 있지만 단임제가 덫이다. 각설하고 지금처럼 상황이 혼미하여 앞이 잘 안 보일 때는 길게 내다보고, 원칙을 지키고, 기본을 따르고, 원리를 따져보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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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오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것이 자본의 본질적 속성이라는 점이다. 집값상승이 일시적으로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니든말든 그건 국가가 고민할 일이고.

시장참여자 개개인 입장에서는 이득보는 자가 손해보는 자보다 많으면 된다. 이득은 당장 눈앞의 현찰이고, 손해는 한참 지나서 나타나는 심리적 박탈감이다. 누가 한참 후의 심리문제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경제활동이 증가하는 만큼 화폐수량이 증가해야 한다. 화폐가치는 물가상승, 금리변동 으로 불안정하다. 따라서 경제가 살아나면 화폐역할을 대행하는 주식, 부동산, 금, 골동품, 미술품들의 가격이 오른다.

문제는 가격상승이 단기간에 실질적인 이익을 준다는 점이다. 이건 비단 집값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서 음원이나 영화를 불법으로 다운로드 하면 시장이 죽는다.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

만화라도 웹툰을 공짜로 보지만 작가에게 정당한 댓가가 지불되어야 문화시장 전체가 살아난다. 왜냐하면 경제의 본질은 화폐가 아니라 신용체계이기 때문이다. 신용체계 자체가 성장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다.

집값이 오르는 진짜 이유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이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신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신용을 확보하는 수단 중에서 가장 손쉬운 것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집값 올라도 팔아치우고 시골로 옮겨가지 않는 이상 의미없다. 은행이자만 나갈 뿐이다. 비싸게 판 집 다시 비싸게 사야하므로 결국 본전이다.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렇다면 이익은 무엇인가?

신용체계의 성장이다. 이익은 더 신용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안정감을 느끼는 것. 은행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것. 외제차를 몰면서 불안감을 덜 느끼는 거다. 직접가치보다 그렇게 파생되는 가치가 더 크다.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원하기 때문에 집값은 구조적으로 오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집값이 올라서 얻는 부가적인 이익, 심리적인 이익, 중산층의 안정감은 선진국이 되면 집이 없어도 누구나 얻는 거다.

신용은 교육, 의료, 연금 등으로 사회 안전망을 갖추면 된다. 심리적 안정감은 복지제도로 대체된다. 은행돈 역시 신용사회가 되면 저절로 해결된다. 경제의 본질은 신용이다. 우리 사회가 신용사회로 가는 문턱에 있다.

후진국은 신용의 시스템이 미비하며, 그에 따른 여러 부가적인 손실을 집값상승으로 보전하려는 것이다. 당장 은행돈을 쓰지 않더라도, 이 불안한 사회에서 살려면 언제든지 필요한 때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을 보유한 중산층의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 그러니까 본질은 심리다. 그런데 심리는 원래 거품이다. 그런데 그 거품은 자본의 필수요소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경기변동이 생기는 거다.

선진국 시민이 누구나 공짜로 누리는 안정감을 후진국 시민이 누리기 위해서는 집값상승이 필요하고, 그 때문에 사회의 시장참여자들은 일제히 집값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건 현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순간에 과도하게 오른 서울 집값은 폭락이다. 어쨌든 집값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너무 올랐기 때문에 언젠가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언젠가는 터진다.

집 자체의 가치는 오르지 않았다. 투자가치가 오르고, 부가적인 가치가 올랐을 뿐, 중산층의 심리적인 안정감이나, 좋은 학군에 산다는 우월감 등 주변적 가치 뿐 집 자체가 주는 혜택은 증가하지 않았다..

살사람보다 팔사람이 많아지는 순간 폭락한다. 언제일까? 보통은 인구감소, 만혼경향, 결혼기피, 주택보급율 상승 등을 말하지만 설득력이 적다. 그것은 시한폭탄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일 뿐이다.

구조론으로 접근하면 교통문제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서울의 교통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집값은 폭락한다. 서울 집값을 끌어올린 핵심은 강남의 교통난이다. 육아를 위해서는 공기 좋은 시골이 좋다.

쾌적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역시 수도권에서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큰 산을 끼고 주변에 널찍한 공원이 있고, 도서관도 있는 곳이 좋다. 최악의 교통난을 자랑하는 강남이 비싼 이유는 교통난 때문이다.

이건 역설이다. 뉴욕도 맨하탄에 교통이 아주 안좋아서 집값이 자꾸 비싸진다. 경제는 항상 반대로 간다는 전제를 이해해야 한다. 구조로 보면 보인다. 말했듯이 구조는 진화론의 격리가 중요하다.

격리되어 있어야 가치가 상승한다. 바닷가 항구는 바다에 의해 격리된 곳이다. 그러므로 가치가 있다. 중앙은? 가치없다. 중국만 해도 수도는 낙양이든, 장안이든, 북경이든, 남경이든 변두리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 초원은 바다와 같다. 말이 배다. 바다는 항구를 통해 배가 드나들고 초원은 말을 통해 변방 초원지대로 진출하는 거점인 낙양, 장안, 북경이 뜬다. 이탈리아의 도시들도 그렇다.

유럽의 지중해가 중국의 몽골고원이다. 문명은 지중해에서 그리스반도, 이탈리아반도, 이베리아반도, 브리튼 섬을 거쳐 서서히 대륙으로 상륙한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필연의 법칙이 있다.

80년대 초 대만은 지방화 전략을 쓴다며 촌마을 구석구석 포장도로 뚫었다. 지방인구가 일제히 서울로 몰려왔다. 교통이 좋아지자 지방병원 놔두고 서울병원 찾는다. 지방백화점 놔두고 서울 백화점 찾는다.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지방에 투자했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그래서 역설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을 반대편에 쳐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것이다. 오히려 서울 집중이 심화되었다.

KTX만 해도 지방으로 가라고 만든 건데 결과는 반대다. 서울로 더 몰려왔다. 이 현상은 지방 안에서도 일어난다. 영천은 대구에 흡수되고, 김제는 전주에 흡수되고, 옥천은 대전에 흡수되려 한다.

최근 서울시내 교통이 좋아지고 있다. 막히는 곳은 막히지만 수도권에 많은 도로건설계획이 세워져 있다. 반전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지방교통 뚫리면 지방이 서울에 흡수된다. 수도권교통 뚫리면 서울은 지방으로 확산된다.

필자의 견해는 진보, 보수라는 진영논리를 배제하고 객관적, 과학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경제는 길게 봐야 한다. 작년 경제위기에 좌파들이 ‘신자유주의 끝났다’며 만세불렀지만 지금 ‘음메 기죽어’ 되었다.

경제는 새옹지마다. 집값은 반드시 떨어진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수도권 교통난이 해결되는 속도에 비례해서 집값 폭락한다는 사실이다. 이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구조론이 답을 제시한다.

서울교통 좋아지면 ‘서울로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줄어든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서울에 서둘러 진출할 필요가 없다. 애들은 시골에서 키워야 아토피를 막는다는 사상이 전파된다.

경제는 역설이다. 서울이 살기 나쁘니까 다들 서울로 모인다. 유럽은 살기가 좋으니까 인구가 다 지방으로 흩어져서 서울같은 대도시 없다. 그 사람들은 흙바닥에 발 디디고 사는 재미를 안다.

경제가 역설인 이유는 구조론의 단계적 진행 원리 때문이다. 지방화가 되어도 지방이 그냥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성공이 지방으로 확산되는 것이며 서울이 체력을 길러야 지방으로 확산하는 힘을 얻는다.

일정기간 한쪽으로 쏠리다가 다들 그쪽이 대세구나 하고 옮기려고 보따리 쌀때쯤 해서 그 쏠리는 힘이 그대로 반대로 방향을 틀어서 대중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그런 변덕에 따라가려면 안 된다.

근본적으로 국가전략을 제대로 짜서 그러한 시장의 변동에 휘둘리지 않고 탄탄대로를 가는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선진국에서 공짜로 얻는 것을 시장에서 경쟁하여 얻으려고 하니 그 얼마나 어리석은가?  

PS.. 이 글이 구조론 관점에서 씌어졌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수긍될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를 모르고 재래시장을 현대화 한다면서 통로를 널찍하게 만들어서 재래시장 다 망한 겁니다. 밀리오레처럼 내부를 비좁게, 다닥다닥 붙여놓아서 통행이 불편하게 만들어서 손님 발길을 잡아세워야 그나마 장사가 됩니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09.10.28 (11:41:31)

역시 자릿세 보다 통행세.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10.29 (09:56:34)

"경제는 새옹지마다. 집값은 반드시 떨어진다."

이건 진리!
쥐바기 도박판에 판돈 걸었다가 상투 잡고 찌질거리기 없기!

쥐바기 갱제에 더불딥은 필연이오.

경기회복?
빚 끌어다가 흥청거리는 것이 갱제살리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16]노매드

2009.11.04 (18:36:28)

집 값이 떨어지는 양상이 천천히 떨어질까요? 급락을 할까요? 아무래도 후자의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11.04 (21:41:38)






집값이 떨어진다는
정보가 알려지면 끝물 투기세력이 가담하여 폭등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결국 폭락하겠지요.
서서히 떨어지게 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거고.
프로필 이미지 [레벨:13]길리안

2010.01.13 (15:02:15)

안녕하세요? 책만 구입하고 공부 시작을 못했습니다...
부동산 관련 토론이 활발한 김광수경제연구소 까페에 본 글을 게시해도 될런지요?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가르침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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