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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4413 vote 0 2009.05.21 (18:58:59)

어느 무명가수의 실종
(어제 글과 맥락에서 이어집니다.)

가수지망생인지 혹은 무명가수인지 하는 사람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써놓고 잠적했다가 탈진한 채로 오늘 발견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달린 네티즌의 리플이 참으로 가관이다.

대부분 ‘알바라도 해서 벌지 왜 죽으려 했느냐’고 나무라는 내용이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말은 이거다.

“足加!!!!”

그들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근원에서 이해하지 못한다. 우물 바깥의 세계, 더 높은 가치의 세계를 힐끗 봐버린 인간이 어떻게 뿌리부터 변하는지를.

만해의 시 님의 침묵이 묘사하듯이, 날카로운 첫 키스 이후 돌려놓은 운명의 지침처럼, 거룩한 만남 이후, 새로운 세계에 눈 뜨고 비범해진 사람이 다시 범속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렇다. 그들은 질투하는 거다. 열등감 폭발이다. ‘칼릴 지브란’의 우화 한 토막을 인용하자.

수다쟁이 제비꽃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폭풍이 저 오만한 꽃들을 어떻게 했는지 보렴. 우리는 키가 작아서 볼품없지만 하늘을 벌을 받진 않았어.“

그들은 장미가 되려했던 욕심많은 제비꽃도 발견했다.

"저 거만한 가짜 장미를 봐. 제비꽃의 분수를 모르고 날뛰었던 자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기억해두는게 좋을걸."

장미가 되었던 착한 제비꽃이 죽어가면서 마지막 힘으로 말했다.

"너희들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며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겨울의 차가운 죽음을 기다릴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비겁한 안도에 지나지 않아. 단 하루였지만 난 장미였었고 우주의 진실을 보았어. 나는 하늘과 태양의 친구였었고 너희들이 밑바닥에서 별들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 단 하루 동안이었지만 천년보다 값있었어."

그는 죽었지만 얼굴은 신의 미소를 담고 있었다.

세상에는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무명가수는 라면 먹으면서 그 세계에 도전했던 거다. 더 높은 세계를 보았던 거다.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알았던 거다. 그렇다면 엄숙해져야 한다.   

네티즌들이 왜 화가 났을까. 그들은 열심히 사는 보통사람들이다. 보통사람의 자부심이 있다. 라면먹는 무명가수는 라면먹는 주제에 감히 더 높은 세상을 쳐다봤던 거다. 장미가 되려했던 착한 제비꽃처럼.

왜 열심히 돈 버는 가치만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꿈 꾸는 가치는 이해하지 못하나? 천금의 돈 보다도 한 곡의 진짜 노래를 소중히 여기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옛날엔 자기 눈 찌르고 금강산 계곡물에 뛰어들었던 최북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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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 사건도 그렇다. 그럼 몇 십년이나 야구한 사람이 자서전을 쓰는데 그 정도로 짚고넘어가지도 않는대서야 그것이 될 말인가? 누가 마약하는지는 구단에서 다 안다. 딱 보면 안다. 그러나 쉬쉬한다.

이것이 가린다고 가려질 문제인가? 사람들이 마해영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해영이 그 건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할 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거다. 과연 그럴까?

딸이 못난 서방에게 폭행을 당해도 “네가 참으면 돼. 너 하나 참으면 모두가 편해져.” 이런 식의 희생을 강요하는 미련한 판단이 옥소리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왜 깨닫지 못하는가?

왜 최근에 연예인이 무더기로 자살하는가? 거의 백퍼센트 무책임한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인간에게 고독할 권리가 있다.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엉겨붙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관계로 얽히고, 친분으로 얽히고, 연고로 얽히고, 선후배로 얽혀서 나약해졌다. 의존될대로 의존되어서, 나약해질도로 나약해져서 어차피 안 되는 개혁은 시도하지도 말자는 거다.

어차피 안 되는 민주화는 꿈도 꾸지 말고, 어차피 안 되는 정권교체는 생각하지도 말고, 어차피 안되는 마약근절은 폭로도 하지 말고 쉬쉬하며 덮어놓고 그냥 살자고? 바보야! 너나 그렇게 살아라.

미국이라면 어떨까? 내가 안 터뜨려도 누군가는 터뜨리고 만다. 어차피 터질 문제라면 지금 짚고넘어가는 것이 깨끗하고 좋다. 우리에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 참에 다 까고 가자. 이렇게 된다.

비열한 김인식은 ‘명단까라’고 압박했지만 이건 ‘명단까면 죽음’이라는 협박이다. 왜? 김인식 본인이 안다. 선수 중에 누가 약했는지 모르는 바보 감독이 한국에 있나? 그럴 리가 있나?

2군 라커룸에 놔두고 돌아가며 먹었다는데도(모 기자의 보도). 자신이 아는 것을 마해영에게 까란다. 치사하긴. 최훈의 네이버 카툰 GM에 등장하는 그 약 말이다. 만화와 현실이 너무 똑같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24531&weekday=sun

인간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존재. 성공하지 못할 목표는 애시당초 꺼내지도 말라는 거다. 이게 한국같이 고립된 나라가 망가지는 공식. 반면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또 월드컵 길거리 응원처럼 미친듯이 달라붙는다.

극에서 극. 쏠림이 너무 심하다. 롤러코스터를 탄다. 극단적인 좌절에서 극단적인 기대.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최선에서 최악으로. 그러니 한국인들 다음 대선에는 신통하게 최선을 선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유럽은 다르다. 여기서 못해도 저기서 한다. 이탈리아에서 안되는걸 독일에서 해내고, 독일에서 안되는걸 스웨덴에서 해낸다. 그래서 거긴 까고 가는 문화다. 그래서 거긴 여유가 있다.

그들은 극단적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감각을 발휘한다. 여기서 안되어도 저기선 될테니까 안 된다고 기죽이지 않는다. 실망하지 않는다. 좀 된다고 너무 흥분하지도 않는다. 유럽은 그런 균형감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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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죽음에서 본 것도 그렇고 설경구 송윤아 건도 그렇다. 필자는 그 사람들의 저급한 수준을 통탄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문화라는 것은 ‘깨어있는 상위 1프로가 만들어온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려는 바다.

인간은 원래 미욱한 존재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서 묘사된 거처럼 야만하다. 엊그제 보도만 해도 그렇다. 크로마뇽인들은 네안데르탈인 잡아먹고 동굴에서 살았던 거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

아빠는 아기를 먹고, 아우는 형을 먹고, 형은 아우를 먹고, 차마 못먹어서 이웃간에 서로 자식을 바꿔먹고 그렇게 식인하며 잘도 살았던 거다. 오죽하면 루신이 광인일기를 그렇게 썼겠는가?

그걸 바로잡은 것은 상위 1프로다. 그 상위 1프로와 나머지 99프로의 싸움은 계속된다. 어느 쪽에 편먹든 그것은 님의 마음대로다. 무명가수의 탈진사태에 악다구니나 늘어놓는 그 쓰레기들처럼, 상위 1프로의 방향성 지정을 거부하겠다면 이곳에 올 일이 없다.

상위 1프로가 끈을 놓아버리면 세계는 다시 정글로 돌아간다. ‘상위 1프로 필요없다 우리끼리 함 해볼께!’ 하며 덤볐던 부시와 이명박이, 유인촌 시켜서 황지우시인 쫓아내고 어떻게 조졌던가?

내년에 월드컵 한다는 남아공만 해도 그렇다. 에이즈 비율이 몇 퍼센트인지. 살인 사건이 시간당 몇 건 일어나는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해야 에이즈가 치료된다는 미신이 아직도 떠도는 나라.

완벽한 절망, 완벽한 폐허, 완벽한 정글, 희망은 어디에도 없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상위 1프로- 그러나 대중의 눈높이로는 그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 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역사이래 줄곧 논쟁을 벌여왔고 앞으로도 논쟁은 계속된다. 문제있는 이혼전문 피카소를 따르고, 사고뭉치 살바도르 달리를 따르고, 말썽장이 재혼업자 찰리 채플린을 따르고, 벌거벗은 윤리파괴자 존 레넌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인자하신 지도자, 이상적인 인격자 ‘마오님’을 따라 독재자의 노예로 안주하며 편안하게 살 것인가? 그것은 님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대부분 어리석은 99프로는 완벽한 인격자(?) 마오 독재자 따라 독재자의 개가 된다.

그렇게 히틀러의 노예가 되고, 박정희의 개가 되고, 김일성의 발바닥이 되고, 전두환의 똥꼬를 핥고, 새로 떠오르는 완벽한 인격자(?) 그네님 발바닥 핥아드리려고 동대문에서 청량리까지 줄 서 있다.

님은 어느 편에 서시겠는가?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보는, 그래서 사회의 규범을 파괴하는, 반윤리의, 1퍼센트의, 천재가 낳은 문화의 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그 수준으로 잘도 이해하는 고매하신 인격자(?) 그네님 발바닥 핥는 줄 뒤에 서려고 청량리편 지하철 탈 것인가?

알아서 하시라.

분명한건 중간은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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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님 리플을 고쳐 잇는다)

그 깨어있는 상위 1%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현대성’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가져다 준 불이 그 현대성이다. 현대성이 이 세계를 야만에서 문명으로 이끌어간다.

문제는 그 ‘상위 1%’라는 개념이 그들이 말하는 계급이 아니라는 사실. 명박이들은 자기네들이 그 쌓아둔 돈으로 따져서 우리나라의 상위 1%라고 우기겠지만, 그 돈으로 학벌도 사고, 지식도 사서, 이 나라를 영구지배 하겠다고 설치겠지만, 우리는 그런거 안쳐준다.

현대성이라는 것은, 그 진짜배기는 사거나, 소유하거나, 거래하거나, 교육하거나, 상속하는게 아니라 말하자면 일종의 감각같은 것이다.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더듬이가 있느냐? 혹은 없느냐?

명박이들이 타워팰리스의 그 폐쇄된 울타리 안에 오붓하게 모여 자기네들끼리 집단 자위행위 벌이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무명가수가 다듬어진 노래로 천하를 덮으려 했듯이, 너른 광장으로 나와 세상 전부와 만나는 거다.

그 진짜배기 가슴과, 가슴 대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촉각이 그대에게 있느냐다. 월드컵 때도 세상 전부와 상대하려 그 광장에 모인 것이 아니었더냐다. 세상 전부와 맞서려는 꿈을 이미 포기해버렸느냐다.

http://gujo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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