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 재판은 이미 이상하게 돌아갔다. 부산고법은 이외식, 정도곤의 손해배상금을 대폭 삭감했다. 재판부는 이외식에게 약 8800만 원, 정도곤에게 약 5000만 원만 지급하라고 2014년 1월 9일 판결했다.
그래도 이건 나은 편이다. 놀라운 반전은 대법원에서 일어난다. 2014년 5월 16일,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는 엄마 이외식의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사고는 1년 5개월 뒤, 아들 정도곤 판결에서 터졌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용덕)는 국가는 정도곤에게 단 한 푼의 돈을 주지 말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논리를 댔다.
이해 불가능한, 황당한 논리다. 아들 정도곤은 엄마보다 1년 4개월 일찍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엄마 이외식에겐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니, 먼저 청구한 정도곤에겐 너무 늦게 신청해 돈을 줄 수 없다니. 같은 사건을 두고 앞뒤가 안 맞는 논리로 다른 판결을 한 대법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법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 가능한 게 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7월 31일에 작성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다.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하고 그 요건을 정립했다.”
정도곤은 자신과 엄마의 지난 삶이 ‘양승태의 재판 거래’에 이용됐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큰 상처를 받은 건 엄마 이외식이다. 50여년 만에 아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법정에 섰는데, 모든 게 쓸모없는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