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은 갔다 시간의 순례자 스티븐 호킹은 기어이 그의 별로 떠났다. 패럴림픽이 한창인데 휠체어 타고 갔다. 슬금슬금 갔다. 일찍이 뉴턴이 자연의 질서를 해명했다지만 그것은 공간위주의 질서였다. 아인슈타인이 거기에 시간을 들이대자 사람들은 혼란해졌다. 혼란하다. 혼란해! 아인슈타인 자신도 혼란했지만 수학 뒤에 숨어서 눈만 꿈벅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당시에 극소수만 알던 첨단 위상수학을 활용했듯이 수학이 더 발전되어야 해결될 테니까. 물리학이 수학을 앞지를 수는 없다. 최고과학자가 촐싹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거다. 보통과학자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이론을 수정할 수 있지만 인류를 대표하는 최고과학자는 그럴 수 없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라면 위험하니까. 어쨌든 저질렀으면 책임져야 한다. 뉴턴의 공간에다 아인슈타인의 시간을 섞으면? 그는 저질러버린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통일하는 것은? 양자역학이다. 그것은 에너지다. 또 그것은 사건이다. 인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빅뱅은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 그 점은 공간의 작은 점이다. 아니다. 크기는 없다. 크기가 없으므로 작은 점일 수도 없다. 특이점은 시간의 점이다. 아니다. 그것은 사건의 점이다. 그때 모든 물질은 무한히 작은 점에 모여 있었다. 아니다. 겹쳐 있었다. 이건 다른 거다. 빅뱅의 특이점은 공간의 작은 점이 아니다. 그것은 겹쳐져 있는 것이다. 내가 있고 아내가 있고 장인과 장모가 있다. 아니다. 서로는 남편이면서 또 아내다. 장인이기도 하고 장모이기도 하다. 특이점에서 나는 너이기도 했고 너는 나이기도 했으며 장인과 장모는 내 아들이나 손자이기도 했고 나의 먼 조상이기도 했다. 온통 뒤숭숭했다. 그게 에너지의 모습이다. 에너지는 확산방향에서 수렴방향으로 틀면서 질서를 낳는다. 하나가 동시에 여럿과 관계를 맺는 것이 확산방향이다. 일대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수렴방향이다. 빅뱅은 거대한 에너지의 방향전환인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을 해명해서 빅뱅이론과 팽창우주론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빅뱅 이후 우주는 폭발적으로 커졌을까? 아니다. 우주는 풀어졌다. 얽힌 싵타래가 풀렸고 남편과 아내가 분별되었고 장인과 장모가 구분되었다. 각자 제 위치를 찾아간 것이다. 확산방향에서 수렴방향으로 틀었을 뿐이다. 사건으로 보면 다르다는 말이다. 에너지는 그저 방향이 있을 뿐 크기라는게 원래 없다.
크기가 없으므로 우주가 커질 수 없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상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빅뱅의 한순간에는 모든 것이 중첩되어 있었다. 지금은 질서정연해졌다? 아니다. 지금도 중첩되어 있다. 정확히 모를 뿐. 사건으로 보는 눈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