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인간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 이 사실에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그거 중이병이다. 낙담하고 실망해서 밥을 안 먹고 있으면 엄마가 관심을 가져주겠지만 그게 남의 주의를 끌려는 유치한 행동이다. 이미 중삼을 넘었으면 의연해야 한다. 신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신은 수염난 할아버지가 아니다. 신은 인격체가 아니다. 신은 당신의 존재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도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다고 관심을 가져줄 어떤 존재는 없으니까. 바둑알 입장에서는 바둑 두는 이세돌 신이 아니 알파고 신이 나를 특별히 귀여워해서 화점에 놓아준거 아닌가 하겠지만 그런거 없다. 그냥 둔 거다. 알파고 신이 많은 바둑알 무더기 중에서 특별히 당신을 선택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화점에 놓여있지 않다. 당신은 연결되어 바둑판 전체를 메우고 있다. 그렇다. 당신은 당신이 아니다. 중요한건 외부에서 끊임없이 에너지가 공급된다는 거다. 상대가 쉬지 않고 맞대응 하기 때문이다.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곳이 끊기면 대마가 죽는다. 화점에 놓인 당신이 특별한게 아니고 모두가 중요하다. 중이병에 걸린 당신은 생각한다.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어. 내가 당장 죽는다 해도 달라지는건 없어.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든 상대가 맞대응을 한다. 그것이 중요하다. 당신의 낙담조차도 맞대응이다. 맞대응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다.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어떤 결정은 당신의 과거가 아니라 당신의 미래가 조정하고 있다. 그래서 당신은 지금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의 지금 결정이 당신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에 대한 결말이 아니라 그 반대로 앞으로 일어날 일의 시초이므로. 당신은 연주를 마치고 텅 비어있는 객석을 바라보며 아무런 보상이 없네. 박수 쳐주는 사람 하나 없어. 인생은 허무해. 아무런 의미도 없어. 이러겠지만 반대로 당신은 사건의 시초에 서서 스위치를 누르려고 하는 것이며 그때 에너지의 1파와 2파와 3파가 기승전결 순서대로 준비되고 바로 그것이 진짜 보상이기 때문에. 내가 낙담하여 죽음에 두면 상대가 어디에 둘지 당신은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신은 죽지 못한다. 죽을 수 있으므로 죽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카드를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당신은 죽어도 그냥 죽지는 못한다. 사석작전으로 써먹고 죽어야 떳떳하다. 그것이 에너지다. 하나의 결정이 또다른 결정을 추동한다. 두 번째 결정, 세 번째 결정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보상이다. 그럴 때마다 에너지는 출렁거린다. 그것이 보상이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 그리고 부단히 맞대음 함. 그에 따른 에너지의 출렁거림에 있다. 하나의 결정에 전부가 연동되어 예민하게도 일제히 반응하므로 에너지다. 그래서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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