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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070 vote 0 2017.09.12 (13:49:50)


    머리 좋은 사람을 천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머리가 좋으면 멘사회원이 될 뿐이다. 천재는 특별하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비범한 생각을 해내는 사람이 천재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잘 이해한다는 것이다.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머리가 좋은 사람은 비범할 수 없다. 비범하려면 충돌해야 한다. 마찰해야 한다.


    이해를 못 해야 한다. 납득이 안 되어야 한다. 적응을 못 해야 한다. 그럴 때 타인의 도움을 구한다. 천재는 팀을 조직하는 사람이다. 제갈량은 천재가 아니다. 제갈량 때문에 많은 것이 흐트러졌다. 마속의 죽음은 억울하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제갈량의 잘못이다. 반대로 적기에 이순신을 발굴해낸 선조는 재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이순신 대 선조의 대결구도로 보고 유치한 선악논리로 가지만, 사실은 무신 대 문신의 대결구도다. 고려는 무신의 난으로 망했는데 그 정점에 등장한 사람이 이성계다. 왕을 때려죽이고 무신정권을 완성했다. 반역이야말로 위대하다. 이성계도 재평가되어야 한다. 이순신 역시 선조를 죽이고 무신정권을 여는 게 답이다.


    이런 재난을 방지해야 했다. 신립과 이일과 원균이 여진족을 때려잡은 맹장이지만, 이들을 밀어주면 무신들이 기세를 올려서 조선왕조가 넘어간다. 무신이면서 그들 패거리에 가담하지 않고 문신과 말이 통하는 이순신을 발탁한 것은 선조의 뛰어난 감각이다. 이런 구조를 조직하는 사람이 천재다. 저평가된 사람이 유비다.


    도원결의 시스템 성공이다. 사실은 장비가 주도했다. 장비는 코믹한 무장으로 알려졌지만, 그게 만화다. 유비, 관우, 장비 중에 지식인은 장비뿐이었다. 유비는 돗자리가 전공이고 관우는 거만해서 주변과 불화를 일으켰다. 거리의 소설가들이 삼국지평화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느라 주인공인 장비를 희화화한 것이다.


    천재가 필요한가? 다빈치가 만능천재라느니 정약용이 다빈치형 천재라느니 하는 개소리에 넘어가면 피곤하다. 장난하나? 다빈치가 했다는 발명 중에 진짜는 없다. 그냥 낙서다. 어릴 때 다들 그런 낙서발명 많이 했잖은가? 어쩌다 노트가 발굴돼 호사가들에 의해 재평가된 것이며 몇백 년 전에는 다빈치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당대의 평가가 중요하다. 당대에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대략 별 볼 일 없는 사람 맞다. 제갈량은 우리도 천재 하나쯤 키워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유림의 소망에 의해 만들어진 거품이다. 정약용도 마찬가지. 우리도 다빈치형 천재 하나 갖고 싶다는 비뚤어진 욕망이 낳은 코미디. 제갈량의 목우유마, 정약용의 거중기를 믿나?


    거중기 운운하는 사람은 기기도설도 안 본 사람이니 대화에 낄 자격이 없다. 조조는 나름 시스템을 만들었다. 조조는 집안사람 조 씨, 하후 씨에 각성받이 한 명씩 짝지어 두 명을 전장에 보냈다. 이런 두 명 파견 방식은 보통 실패한다. 로마는 귀족출신 장수와 평민출신 장수를 짝지어 보냈는데 둘이 교대로 하루씩 지휘한다.


    한니발은 귀족이 지휘하는 날짜에만 공격한다. 평민은 싸움을 알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개 황족과 비황족을 짝지어 보내는데 비황족이 전공을 세우면 황족이 공을 가로챈다. 눈치 없이 자기 공을 자랑하면 죽는다. 거의 90퍼센트는 죽는다. 다만 곽거병은 황족출신이라서 그런 뒷배 걱정이 없이 마음껏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이런 구조를 두고 논해야 한다. 의사결정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천재다. 데이비드 버커스라는 사람이 폭로했듯 고독한 천재는 없다. 대개 환상이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나 에디슨이나 다빈치나 성공한 도둑에 불과하다. 테슬라도 억울할 것은 없다. 원래 혼자서는 일이 안 되는 거다. 에디슨이 소인배라서 팀이 깨졌다.


    거의 모든 천재는 팀을 조직하고 본인이 그 팀을 대표하며 그 수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능을 훔친다. 징기스칸은 싸울 때마다 졌다. 자무카에게 패하고 팀을 만들었다. 수평적 부족연합인 쿠리엥 체제를 만인장 위주의 직계체제로 재편한 것이다. 만인장에는 동생과 자식들을 앉혔다. 이긴 싸움은 대개 부하들이 지휘했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천재다. 버커스가 폭로했듯이 아이디어가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답을 찾지 못해서 안 되는 게 아니다.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추진력이 없어 안 되는 거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둘이서 동업을 하면 거의 깨진다고 봐야 한다. 두 사람이 짝수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안 된다.


    유방은 한신과 소하와 장량과 진평의 재능을 훔쳤다. 항우는 범증의 재능도 사용하지 못했다. 팀을 짜는 게 기술이다. 그런데 팀만 가지고는 당연히 안 된다. 중요한 건 에너지다. 천재는 특별한 것이며 특별함은 에너지에서 나온다. 천재는 광기가 있고 에너지가 있다. 잡스의 재능에 속지 말고 그의 에너지를 보라는 말이다.


    밤잠 안 자고 연구하는 건 노력이 아니라 에너지다. 에너지라는 단어를 쓸 줄 모르니까 노력이라고 표현하는 데 노력이야 나도 할 수 있지 하고 다들 좋아하지만 속지 마라. 에너지 없는 노력은 가짜다. 에너지는 위대한 만남에서 얻어진다. 에너지는 모순과 충돌에서 얻어진다. 세상과 정면대결 하지 않으면 에너지는 없다.


    사람은 집단의 어떤 모순을 발견하면 곧 에너지를 얻어 문제 삼고 시비 걸고 마찰을 일으키며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려 한다. 모순은 주로 차별과 간극이다. 차별당하는 유태인이 강한 게 이유가 있다. 반대로 차별이 제도화되어 공고해지면 에너지는 사라져 버린다.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때 남부의 90퍼센트는 노예가 없었다. 부유한 노예주는 오히려 노예해방을 주장하고 노예가 한 명도 없는 가난한 농민이 노예해방을 결사반대하며 북부와 싸우려고 했다. 이는 역설이다. 가진 게 있는 부자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차라리 노예를 해방하는 게 낫지만, 쥐뿔도 없는 농민들은 악에 받쳐 전쟁을 불사한다.


    모순을 보면 에너지를 얻는다. 모순은 사회의 약점이다. 가난한 남부인들은 미국사회의 어떤 약점을 봐버린 것이다. 모순을 해결한다는 생각은 잘난 지식인이 하는 것이고 하층민은 그런 거 없다. 상어떼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남북전쟁은 미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봐버린 가난한 남부 농민이 사회를 물어뜯은 것이다.


    리 장군은 노예해방론자였다. 링컨이 리에게 자리를 약속했다. 리는 그냥 북군을 지휘하여 남군을 밟아버리면 되었다. 그런데 왜? 리 본인의 변명은 이렇다. 나는 단지 고향 버지니아가 양키들에게 짓밟히는 게 싫었을 뿐이다. 고향을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개소리다. 그는 미국정치 시스템의 어떤 약점을 봐버린 것이다.


   당시 연방은 허수아비고 대통령은 이름뿐이고 미국은 개판이었다.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링컨이 황제에 올라 주들을 국가로 높이고 주지사를 왕으로 임명했다면 리는 얼씨구나 하고 북군대장을 맡아 남부를 토벌했을 거다. 인간은 치졸하다. 리는 소인배다. 주먹으로 패면 말을 듣지만, 링컨이 좋은 말로 하면 당연히 개긴다.


    왜? 상대의 약점을 봤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게 인간. 치사하지 않은가? 모든 배신자가 배신하는 이유는 같다. 문재인이 좋게 나오니까 약점을 봤다고 믿고 본능의 명령을 따라 개긴다. 소인배 근성 발동이다. 사람 좋은 사람은 반드시 털린다. 사람 좋은 링컨이 리에게 털렸다. 리 같은 소인배는 그냥 쏴버리는 게 맞다.


    인간은 별수 없는 개새끼다. 자기 약점을 보면 자기를 물어뜯는 게 인간 본성이다. 알코올중독자가 그렇다. 자신의 약점을 포착하고 흥분해서 자기를 들이친다. 만만한 게 자기다. 자기를 매우 때린다. 당신이 늑대에게 쫓기는 사슴이라 치자. 늑대의 노림수는 사슴이 커브를 돌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갈림길이 중요하다.


    갑자기 늑대의 울부짖음이 커진다. 심리적으로 쫓겨서 의사결정에 실패한 사슴은 언제나 직진을 선택하며 그 결정은 죽음을 부른다. 이성이냐 본능이냐? 본능은 이성에 앞선다. 본능을 따르면 죽고 이성을 따르면 산다. 이는 다윈의 진화론과 어긋난다. 이성을 따르는 영리한 사슴이 생존해야 맞다. 물론 현실은 그 반대다.


    영리한 사슴은 미리 도주로를 확보하고 침착하게 늑대를 따돌린다. 대신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전멸한다. 직진만 해야 약한 사슴이 대타로 죽는다. 늙은 사슴과 병든 사슴과 어린 사슴이 희생된다. 자연은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전혀 사슴에게 유익하지 않다. 대신 환경에게 유익하다.


    영리한 사슴만 살아남으면 사슴이 점점 늘어나 숲이 파괴되고 환경재앙이 일어난다. 다윈이 틀렸다. 본능이 인간으로 하여금 어리석은 선택을 강요하며 인간은 본능대로 하다 죽는다. 노예도 없는 90퍼센트의 남부인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다가 죽었다.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약점을 봤다고 흥분하여 오버한 것이다.


    일베충도 같다.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어떤 약점을 봤다고 믿고 흥분한 게 일베충이다. 본능적으로 그 약점을 공격한다. 그게 자기 다리 물어뜯는 일인 것을 모르고 말이다. 일베충의 존재가 바로 한국 민주주의 약점이다. 하긴 그래야 생태계가 유지되지. 인간이 다 똑똑하면 무슨 재미? 일베충 자해는 정글의 법칙과 맞다.


    그들은 자신을 죽여 지구를 보호한다. 지난 9년의 재난은 대한민국의 어떤 급소를 바보들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물어뜯는다. 미국도 같다. 미국의 어떤 급소를 텍사스의 바보들에게 들킨 것이며 미국은 지구를 보호하는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 미국을 망칠수록 지구가 보호된다. 브렉시트도 같은 원리다.


    잘나가는 영국을 주저앉혀 유럽을 보호한다. 한국도 시험에 들었다. 요즘 잘나가는 한국을 이대로 주저앉혀 지구를 보호하자는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그대는 어리석은 사슴처럼 질주할 것인가? 질주하면 죽는다. 옆으로 빠져야 산다. 당신이 살면 지구에 해롭다. 천재의 이성은 지구에 해롭다. 인간이 지구를 망쳤다.


    천재는 집단의 어떤 급소를 봐버린 사람이다. 그럴 때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연결되어야 할 것이 떨어져 있거나, 막혀야 할 것이 구멍 나 있거나, 98퍼센트 갖추었는데 2퍼센트 부족하거나 등으로 소로 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일 때 인간은 흥분한다. 그럴 때 필을 받는다. 가슴이 뛴다. 힘이 있으면 써보고 싶다.


    미모가 있으면 유혹하고 싶다. 재능이 있으면 나대고 싶고, 허점이 있으면 건드리고 싶고, 예민한 곳이 있으면 자극하고 싶다. 기어코 탈낸다. 에너지다. 에너지는 환경과 집단과 긴밀해지려고 한다. 왜? 긴밀하면 작용하고 작용하면 반응하니까. 그러므로 단절과 차별과 불통은 에너지의 적이다. 차별이 없어도 곤란하다.


    어수선해져서 의사결정 못한다. 엔트로피를 일으켜 한 방향으로 에너지는 유도되어야 한다. 차별이 있어야 낙차가 생겨 에너지가 작용한다. 차별이 공고해서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면 역시 에너지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화와 예술과 예절은 차별을 극복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상당한 차별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최영미는 그러한 차별심리를 들킨 것이다. 교실에다 오늘의 공부에 따라 미래의 남편이 바뀐다고 써 붙인 꼴이다. 맞는 말이라도 입바른 말 하면 짤린다. 공연한 말로 사람들을 화나게 한 것이다. 키 작은 사람 앞에서 넌 루저야 하면 안 된다. 천재는 먼저 와서 에너지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요원의 들불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반칙을 해야 한다. 신상사 때만 해도 일대일 맨손으로 붙었다. 양은이는 비열하게 부하들을 동원했다. 자기 말로는 화신 8인조. 집단으로 다구리를 놓는 반칙이다. 반칙해야 한다. 사회의 규칙을 어기라는 말이 아니다. 허점을 찾아내고 공략하라는 말이다. 공자가 팀을 조직한 것이 반칙의 시조였다. 당파를 조직해야 한다.


    마광수는 개인플레이를 강조하지만, 혼자 노는 게 미덕은 아니다. 에너지는 집단에서 온다. 집단 밑으로 숙이고 들어가면 안 된다. 새로운 족보를 열어야 한다. 일가를 이룬다 했다. 가를 일으켜야 한다. 공자의 가르침이다. 왕 밑에 경, 경 밑에 대부, 대부 밑에 사다. 공자는 반칙해서 질서를 엎었다. 왕 위에 선비집단 있다.


    왕도 선비 중의 한 사람이다. 왕도 성균관에 입학해서 동급생이 되어야 한다. 집단의 힘으로 에너지를 일으켜 질서를 파괴한 사람이 공자다. 에너지가 없으면 팀이고 뭐고 허사다. 사회의 모순을 포착한 자가 에너지를 얻는다. 본능이 아닌 이성이어야 한다. 남부가 미국의 약점을 보고 떼거리를 일으켜 엎었는데 그 결과는?


    결과적으로 미합중국은 약점을 해결하여 강해졌다. 연방정부가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대군을 지휘한 당시의 링컨은 그 어떤 황제보다도 힘이 셌다. 이후 남부는 재건되는 데 백 년이 걸렸다. 자기를 희생시켜 미국에 유리한 일을 한 것이다. 약점을 보고 에너지를 일으켜라. 단 떼거리를 이루지는 말고 만날 사람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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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는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부의 바보들은 미국식 민주주의 시스템의 어떤 약점을 보고 흥분하여 곧 에너지를 조직했지만, 단지 떼거리를 이루었을 뿐 팀을 가동하지는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 한 겁니다. 인지의신예로 권력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동학농민군도 정의당도 합당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왜? 목표가 불분명했습니다. 북군은 노예해방이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남부는 일단 일을 벌여놓고 어찌 되나 보려고 했습니다. 일단 불을 질러놓고 싸움에 이기면 영국과 프랑스가 개입하여 뭐 어떻게 되겠지. 이런 무책임한 생각. 그래서 리는 이겼지만 북진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왜? 리가 북진하자 남부인들 일부가 고향으로 가벼려서. 10만 군대가 북진하자 5만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엔티텀과 게티스버그에서 북군에게 털렸죠. 일본군도 명확한 목표가 없이 어정쩡하게 진주만을 공격했죠. 미드웨이에서도 명확한 목표가 없이 소풍나온듯 했고. 아마 미군 항공모함이 미드웨이에 없을 거야. 없을 거니까 안심하고 함 가보자고. 이런 식입니다. 없는데 왜 가? 이런 식이면 서전을 이겨놓고도 결전을 주저하며 올인을 못합니다. 안철수도 마찬가지. 소풍 나온 거. 목표도 불분명하면서 일단 벌여놓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백 퍼센트 망합니다. 모순을 봐야 에너지가 생기고 목표가 생깁니다.  


[레벨:30]이산

2017.09.12 (15:41:47)

글에 속도감이 있어 단숨에 읽어버렸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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