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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5402 vote 0 2010.05.03 (06:25:13)

기왕 야구 얘기를 한 김에 야구 라는 스포츠에 대해 좀 얘기하련다.



 

1. 진보된 스포츠, 야구



야구는 인류가 만든 스포츠 중에 가장 진보 된 게임형태 다. 이렇게 말하면 축구팬이 화를 내려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진보된 것을 진보되었다고 해야지, 아니라 할 수는 없으니까... 필자가 야구를 특히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몇가지 원칙에 따라서 스포츠의 형태를 분류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htm_2006090722123460006100-001.jpg 



 

먼저 전제로 해야 할 것은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부터 온 것' 이라고 시작점을 찍자. 단순히 뛰는 것은 운동이지만, 레이싱은 게임이다. 뛰다와 레이싱의 차이는 '싸움'과 '룰' 의 존재여부. 스포츠 이전에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스포츠에는 전쟁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고, 대신에 전쟁에는 룰이 없다. 심판도, 반칙도 없고, 전장의 규격이라거나, 인원의 제한이라거나 하는 모든 제약이 없다. 만약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인구가 많고, 산지가 많고, 선진 무기를 보유한 쪽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서로간의 동일한 규격의 그라운드에, 동일한 량을 적용한 것이 게임이다.


꼭 시간 순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구조의 개념(점 > 선 > 각 > 입체 > 밀도)으로 보면, 1차원의 점의 게임은 바둑이나 장기 정도가 될 것이고, 2차원의 선의 게임은 육상, 수영, 사이클, F-1 등의 레이싱, 3차원의 각의 게임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유도, 태권도, 이종격투기 와 같은 일정한 공간속에서 선수간의 직접 맞서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진보하여 4차원의 입체의 게임은 선수(팀)A와 선수(팀)B 사이에 공을 매개로 공격과 수비를 하는 구기종목. 축구, 농구, 탁구 등의 구기 종목이 인기 스포츠인 이유는 공을 컨트롤 하는 가운데 입체적인 움직임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보통의 구기종목에 시간의 개념이 들어간 것이 바로 야구다. 야구의 룰이 여타의 스포츠보다 복잡한 이유도 있겠지만, 일단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다는 부분이 가장 다른 점이다. 시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다릴 줄 아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기도 하다. 투타대결에서 투수의 무기는 강속구와 변화구 등이 있겠지만, 타자의 무기는 기다림이다. 감독은 흐름을 기다릴 줄 알아야 이긴다. 시간의 빗장을 풀어주었을 때, 게임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보하였다.



 

 

2. 게임의 법칙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게임은 전쟁으로부터 왔다. 전쟁을 형상화 한 스포츠를 올림픽처럼 평화의 도구로서 이용하다는 것도 어찌보면 참 아이러니가 아닌가? 고대 그리스 쪽 사람들이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도 멈추었다고 하던데, 당시 인류가 역발상을 한 것이다.


전쟁의 형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게임인 장기는 조낸 오래전에 인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긴 하지만, 잘 모르겠으므로 넘어가고, 하튼 확실한 것은 오늘날의 장기말의 형태는 중국의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간의 싸움, 즉 항우와 유방의 전쟁을 형상화 한 것이다. 나라의 왕을 상징하는 장(楚, 漢)이 있고, 마(馬), 상(象), 포(包), 차(車), 졸(兵, 卒) 이런 유닛들을 가지고 나의 왕을 보호하고, 적의 왕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니까 당시 전쟁에는 말과 코끼리, 포, 수레, 병사가 있었다는 뜻.


게임의 법칙은 그 자체가 축과 대칭의 ┳ 구조로 되어있다. 구조론의 다섯가지 포지션(질 > 입자 > 힘 > 운동 > 량)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전쟁은 왕으로 부터 시작해서, 보병이 고지를 접수하거나, 적장을 죽이거나, 적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어야 끝이 난다. 장기도 마찬가지다. 장은 하나고, 졸은 개체수가 많다. 장기 게임에 있어서 차(車)가 가장 무서운 무기처럼 보이지만, 게임을 이기려면 상부구조(질, 입자)와 하부구조(운동, 량)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포(包, 힘)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열쇠가 된다. 장기에서의 모든 속임수는 포(包)로부터 출발한다. 포의 위치에 따라서 전장의 전체의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기의 구조.jpg




3. 야구의 구조



왜 갑자기 야구얘기 하다가 장기로 넘어가냐고? 야구에서도 이러한 구조가 존재함을 말하기 위해서 였다.


야구의 구조.jpg



물론 야구에서의 선수 포지션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 그 자체의 단위로 보았을 때의 야구의 구조 말이다. 일전에 쓴 글에서도 야구의 구조를 말 하였다. 이것은 야구의 산업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야구라는 스포츠의 시각에서 보면 이렇다.




야구의 구조03.jpg 



 Be : 점

그라운드에 야구공이 있다. 공은 하나 다. 야구는 공의 존재에서 시작한다.


 

Throw : 선

투수가 포수한테 공을 던지면 점은 선으로 이어진다.


 

Hit : 각

투구가 던진 공을 타자가 타격하는 순간 선은 각으로 변한다. 타격의 임팩트는 깨달음이다.


 

Run : 입체

타자가 치고, 주자가 뛰면, 수비수는 중계플레이를 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입체적이다.


 

Home run : 밀도

야구에서 홈런은 던지고, 치고, 달리는 모든 상황의 종료를 말한다. 다른 스포츠라면, 홈런은 규격의 그라운드를 벗어났기 때문에 파울(낙)이지만, 야구에서는 승부의 밀도를 최대로 올리기 때문에 예외로 한다.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얘길 한다. 좋은 투수가 있냐에 따라서 게임의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게임의 단위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스포츠의 원리를 생각하면, 야구는 투수가 잘 던지냐 못 던지냐가 아닌, 타자가 치냐 못 치냐의 게임이다. 투수가 잘 던지더라도 타자가 더 잘 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가 못 던져도 타자가 못치는 경우는 없다. 투수는 한 명이고, 타자는 아홉 명이기 때문이다.


'던지다(throw)'와 '달리다(run)'의 가운데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 '치다(hit)' 이다. 애초에 타자가 치게 만들어놓은 것이고, 쳐야지 일이 벌어진다. 타자가 안치면 단지 던지다에 불과한 것이고, 타자가 치면, 달리고, 유기적으로 위치가 바뀌고, 아웃이냐 세이프냐의 (큰)승부 안의 (작은) 승부가 일어난다. 장기에서 포(包)에 의하여 게임의 판세가 변하는 것 처럼, 야구에서는 'Hit'에 의하여 상황이 발생한다. 관중은 치고난 그 다음 상황을 즐기러 야구장을 찾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5.03 (09:19:08)

질은 대략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오.

외부에서 들어오는게 모냐믄 일단 연봉이 빵빵하게 들어오고,
광고섭외, 또 팬들의 응원, 심판의 판정, 감독의 작전, 스코어보드의 점수,
승리와 패배의 결정. 치어리더, 볼보이, 턱돌이.

홈런이 타자의 홈런타격이라기보다 주자가 베이스를 밟고 홈까지 들어와서 점수가 나는 것을 의미한다면
역시 외부에서 점수가 들어오니까 질이라고 할 수 있소.

입자는 축과 날개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고
각은 방향이 꺾이는 거고.
선은 움직이는 거고
점은 붙박이로 있는 거고.

하여간 질은 그 상황의 센터를 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소.
센터가 고정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즉자적으로 센터를 지정하는 것이오.
타격이 일어났을 때 외야수 중 누군가가 마이볼을 선언하고 나서면 그 사람이 절대적인 판정권을 가지는 센터가 되고
주변은 그 사람의 행동여하에 따라 상대적으로 연동되어 움직여야 하오.
그런 점에서 감독의 작전과 팬들의 열망, KBO의 간여가 중요한 질의 의미를 가지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5.03 (13:36:52)

게임을 보는가, 룰을 보는가, 산업을 보는가에 따라서, 혹은 작은 구조를 보는가 큰 구조를 보는가에 따라서 다른 것 같습니다.
게임 안에서 공과 사람의 이동으로 보았을 때, 점 > 선 > 각 > 입체 > 밀도 라고 생각했는데,
질, 입자가 나오고, 각 > 선 > 점이 나오니 용어에 혼돈이 오고 있습니다.

질은 모든 사건의 기준점이므로 하나여야 하니까,  그러면서도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직접 플레이하지 않으니까

장기말 처럼 본다면, 감독 > { 투수 > 타자 > 야수, 주자 } > 관중 이 됩니다.

P.S. ㅜ,.ㅜ 이런이런... 엄청난 실수를 했습니다. 공의 이동의 관점이라고 했는데, 점을 선수가 제 포지션에 있는 거라고 했으니, 가장 중요한 것이 엇나가 버렸네요. 기준점이 엇나가니까, 죄다 어그러졌습니다. 점은 하나 뿐인 공 그 자체였습니다. 선수는 하나가 아니므로 기준점이 될 수가 없습니다. 훗닥 고쳤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0.05.03 (12:34:14)

S6004539.jpg 

P1090623.jpg 

'hit: 각 투구(혹,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타격하는 순간 선은 각으로 변한다. 타격의 임팩트는 깨달음이다.'

양모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야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양모님의, 편하게 풀어 쓴 글을 읽자니 좀 댕기는 느낌도 들고...^^
읽은 보답으로 이야기 하나 곁들어요.


어릴 때 (초등4-5학년의 기억) 야구를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것은 동네 야구, 동네가 작아 선수가 모자라면 여자도 끼워주곤 하였는데
그 날도 야구를 했지요. 방망이를 들고 내가 치는 차례, 두근두근 손에 땀이 나고, 투수가 던지는 공(그때 공은 고무공^^)을 바로 받아 쳤습니다. '퍽'소리와 함께 공은 소나무 숲을 지나 저만큼 날아가고 나는 방망이를 내던지고 죽어라 뛰었습니다. 내가 날린공은 2루타, 거기 서서 좀 정신을 차려보는데 홈쪽에서 무슨 신음소리가 들려오는거예요. 뭔가 봤더니 내가 공을 치고 난 뒤 방망이를 땅에 내려놔야 하는데 그만 포수(동네오빠) 얼굴에 내던지고 달려갔던 모양입니다.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야, 나죽네...."^^
그래도 야구는 계속 되었지요.(다친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지 뭐...^^)  

여하튼 봄! 목련이 필 때마다 나는 야구 경기를 생각하고, 멀리 날아가는 홈런 볼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엊그제 텔레비젼에서 잠시 보았던 야구 경기가 아직도 향기 되어 나에게 날아오는 기분....^^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5.03 (13:28:17)

동네 야구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포수가 가장 어려운 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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