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139 vote 1 2016.11.23 (16:47:09)

 

   
    인간들에게는 실망한지 오래다. 제법 아는척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들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를 그들이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말이 멋지다.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씩씩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피가 끓어오르는 이야기, 가슴이 뛰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다들 시시한 이야기나 하더라. 70억 중에 한 명쯤 있을 것도 같은데 내가 찾는 진짜는 없더라.


    대화가 통해야 한다. 너와 나 사이의 경계를 정해야 대화에 착수할 수 있다. 친한 형제와의 대화는 실무적이다. 동료직원과의 업무에 관한 대화나 부부 사이의 대화라도 그렇다. 내가 대화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화제거리에 끌려가게 된다.


    ‘오늘 밥 맛있었지?’ ‘그래 맛있었어.’ 서로 맞장구 쳐주기로 합의가 되어 있다. 물론 ‘오늘 날씨 좋지!’ 하고 인사하면 ‘좋기는 뭐가 좋아! 흐리잖아. 저 구름 안보여?’하고 시비거는 삐딱이도 있다. 역시 딴지맨으로 자기 캐릭터를 정한 거다.


    다들 집단 안에서의 역할에 갇혀 있으니 대화는 뻔하게 굴러간다. 시시하다는 말이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과의 의기투합하는 대화라야 한다. 약간의 긴장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주고 상대의 심중을 넌지시 떠보는 코스도 있어야 한다.


    적당한 정도의 밀당이라면 나쁘지 않다. 의례적인 정중함 이후에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점차 상호작용이 긴밀해져야 한다. 천하를 엎어먹는 역적모의를 해야 한다.


    유비, 관우, 장비의 만남과 같은. 제갈량과의 융중에서의 만남과 같은.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끌어내는 그런 만남, 그런 대화는 참으로 드물다.


   555.jpg


    친구 좋아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일상의 반복되는 역할 속에 자신을 가두는 사람입니다. 인간은 언제라도 상호작용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친구와의 뻔한 레파토리가 상호작용을 증대시키는 거죠. 그 결과는 나빠집니다. 점차 무례해지고 무감각져서 날로 변하는 세상의 생장점과 균열을 일으킵니다. 낯선 것이 더욱 낯설어지면 결국 익숙한 쪽으로만 가게 됩니다. 낯선 사람과의 어색하고 불안한 지점을 과단성있게 통과해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2493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2721
3239 중국을 망친 손자병법 image 2 김동렬 2016-02-29 6618
3238 진화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image 4 김동렬 2015-02-11 6612
3237 인류는 진화하는가? 1 김동렬 2018-08-08 6609
3236 구조론은 확률이다 image 김동렬 2016-09-04 6608
3235 모든 존재하는 것은 방향이 있다 1 김동렬 2018-07-31 6607
3234 이스터 섬의 진실 image 1 김동렬 2016-06-14 6603
3233 망둥이와 꼴뚜기 image 4 김동렬 2016-03-07 6600
3232 1이 2를 이긴다 image 1 김동렬 2016-08-21 6598
3231 내부의 내부는 외부다 image 7 김동렬 2015-06-16 6595
3230 부처님 오시기 전에 image 김동렬 2015-05-24 6588
3229 죽음을 극복하라 image 3 김동렬 2015-11-10 6584
3228 신은 누구인가? image 1 김동렬 2016-04-21 6581
3227 사랑 127, 사랑이 정답이다 image 2 김동렬 2016-08-11 6576
3226 세 번의 YES와 두 번의 NO image 3 김동렬 2014-11-30 6576
3225 언어가 인간을 규정한다 image 14 김동렬 2015-09-29 6573
3224 권력과 의리 4 김동렬 2018-08-11 6569
3223 사랑 128, 범인은 한중일 세 나라다 image 김동렬 2016-08-17 6566
3222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다 김동렬 2014-07-03 6565
3221 여자뇌와 남자뇌 image 1 김동렬 2016-04-08 6560
3220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 image 김동렬 2015-11-04 6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