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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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단편선

F. 스콧 피츠제럴드 | 한은경 옮김

민음사 200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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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감독데이빗 핀처

출연브래드 피트,케이트 블란쳇,줄리아 오몬드

개봉2009.02.12 미국, 166분

 이하의 글은 제가 앞으로 쓸 글에 참고자료로 사용되는 독서메모입니다. 2011년 10월경에 작성되었습니다.

 

 

*영화는 피츠제럴드의 원작을 각색한 것이에요. 일부 설정과 내용이 달라요. 제 이야기는 책을 읽고 제 생각을 썼어요.

 

 

거짓말 같은 순간

 

한 사람이 있다.

10대 중반부터 스물다섯 무렵까지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매일 바쁘게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고 공부할 것도 많아서 공부하고 놀아야 할 것 같아서 실컷 놀았다. 돈을 버는 몸이 고단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갑했다.

'무언가 잘 안풀리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보다 더 잘생기지 못한 자신의 외모 때문일 것이라고 18살 때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20살 때는 그의 집이 그한테 자가용을 사줄 만큼 부유하지 않은 것이 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그는 그 이유가 갑갑한 정치인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후에 대통령이 된 사람의 팬클럽과 선거운동을 하고 어떤 정당에 가입해서 무슨 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를 갑갑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대면하고 후련하게 풀고자 했다.

'아, 군대를 아직 안갔다와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고 나서 군대를 갔다.

'아, 내가 아직 공부를 덜 해서 그런가 보다' 유학을 갔다.

'아, 내가 외로운가 보다. 연애를 해야지.' 연애를 했다.

'아, 돈을 벌어야 겠다'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갑갑함은 사라졌을까.

 

그는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접하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 이야기는 어떤 세계를 풍자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현실을 이야기 하지 않지만 실존하는 어떤 것을 얘기해준다. 그래서 도리어 생동감이 있다. 황금기의 원리가 있다.

인생의 황금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언제 와서 언제 끝나는가. 그것은 모래사막에 언제 올지 모르지만 어느덧 찾아와서 흠뻑 적시는 비와 같은가. 그에 맞추어 한 때를 기다려 한나절만에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사막의 선인장처럼 기다려야 하나.

 

그는 벤자민 이야기의 첫 장면을 읽으면서 느끼고 말았다. 벤자민이 태어났을 때 처한 상황. 그 병신같은 답답함. 그는 그런 답답함을 생에서 계속 느껴왔던 것이다.

글을 읽고 나서 그는 10여년 전 시절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는 그를 답답하게 하는 '그 무엇'을 대면하고 싶어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 무엇'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찾을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밖'에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답답한 나머지 깨닫지 못한 것이다.

 

조로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그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답답해 했다. 그는 친구가 없고 항상 어색했다. 많은 일을 했지만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결과가 만족스럽게 끝나지도 않았다. 그는 수줍었고 외로웠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했으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세상에 이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는 늙은이의 깊은 눈을 가졌음에도 젊은이의 즐거움을 누리려고 젊은이인 척 눈을 감았고 못본채 했다. 후회할 거면서. 젊은이의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했다. 그러는 척 했을 뿐이었으니까.

역으로 답답한 때는 언제 오는가.

그것은 '언제' 오는 것 또한 아니었다. 이미 와 있고 이미 끝났다. 내재된 답답함과 내재된 황금기. 벤자민의 인생 역주행은 그것을 보여준다.

 

벤자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최고의 답답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에게 '그 무엇'은 바로 자신이고 '언제'는 이미 시작되었고 끝났다.

 

그리고 황금기는 시작된다.

모든 것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느낌. 적대적인 환경이 어느 시점부터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우호적으로 바뀌는 느낌. 그 거짓말.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 들이 사실 그렇지 않았고 어느새 최고의 장점으로 변하는 그 순간.

 

그 순간. 그는 그 순간을 보았다.

 

이 이야기는 그에게 그 순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가르쳐준다. 그리하여 그의 황금기가 시작된다.

그의 조로한 시선은 빛나는 통찰력이 된다. 그를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그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없던 그에게 친구가 되고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성급한 행동이 지치지 않는 열정이 된다. 이것 저것 벌리다 마무리 짓지 못한 경험이 그에게 다른 누구도 생각하거나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추진하는 것을 도와 준다.

민망한 수줍음이 순수한 감성이 된다.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아서 그가 혼자서만 중얼거리고 흥얼거리던 많은 것들이 아름다운 것이 되어 다듬어진다.

 

벤자민이 그에게 속삭인다. '그것은 처음부터 네 안에 있었어'

 

그가 미소짓는다.

 

 

 

 

 

*황금기가 시작되는 그 순간을 봐요. 이런 속삭임이 들려올지도 몰라요. "그것은 처음부터 네 안에 있었어"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2.06.20 (10:21:05)

누구나의...어느부분에서는 자화상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5]이기준

2012.06.20 (10:26:09)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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