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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92 vote 0 2024.10.15 (12:30:35)

    사물은 과학이고 사건은 철학이다. 사물은 공간에 있고 사건은 시공간에 있다. 사물은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만 사건은 하나의 계로 통합된다. 사물은 주체인 관측자가 객체인 자동차를 밖에서 관찰하지만 사건은 자동차를 타고 운전한다. 사물 위에 사건 있고 과학 위에 철학 있다.


    철학은 총체적 인식이다. 그것은 인식을 뛰어넘는 액션이며 지식을 뛰어넘는 실천이다. 과학은 인간이 밖에서 수동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철학은 안에서 능동적으로 사건을 격발한다. 행위하지 않는 앎은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결과를 예상하고 선제대응하여 에너지를 통제한다.


    철학은 도구가 있다. 도구는 주체와 객체를 연결한다. 과학을 도구로 사용하면 과학철학이고 정치를 도구로 사용하면 정치철학이다. 철학은 객체의 자극에 인간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능동적이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액션을 취한다.


    철학은 대중을 통제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신분과 종교로 통제했고 근대에는 이념과 미디어로 통제한다. 대중을 통제하는 것은 권력이다. 철학은 권력학이다. 집단이 인격을 획득하여 독립적인 개체로 행세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체의 생리가 있다.


    옳고 그름의 판단과 무관하게 집단이 해체되지 않는 방향으로 기동하는 것이 권력의 생리다. 기차는 궤도를 타고 가고, 양은 양떼를 따라가고, 집단은 에너지 낙차를 따라간다. 인간은 권력의 자체 논리와 결맞음을 이루고 파도를 타야 한다.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연은 지정학적 구조가 있고, 사회는 집단의 의사결정 구조가 있고, 마음에도 흥분하고 이완하는 구조가 있다. 구조는 기능이다. 기능은 계의 조절장치다. 기능을 통제하는 것이 철학이다. 세상은 원소의 성질이 아니라 구조의 기능에 지배된다. 구조를 바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는 지정학적 요충지를 장악하면 강해지고, 사회는 의사결정구조를 바꾸면 강해지고, 개인은 만나서 세력에 의지하면 강해진다. 계를 연결하고 에너지의 밸런스를 통제하여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할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전략이다. 철학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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