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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063 vote 0 2017.11.20 (11:04:23)

  

    세계도처에서 지진이 연거푸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지구 곳곳에서 5회 이상 강진이 일어났다. 세계적인 지진 붐이다. 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구조론을 배워야 한다. 왜? 우리는 구조를 그냥 잘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180도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건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그보다는 뒤집어진 상식을 바로잡고 주변에 구조적으로 잘못된 건물이나 지형지물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자신이 사는 마을이 과거에 강바닥이나 그 주변인데 매립되었다면 연약지반이다. 땅이 물렁하다.


    일본은 화산지역이 많아 기본적으로 땅이 물렁하다. 화산재가 연탄재 같은데 화강암이 많은 한국과 다르다. 이번 포항은 경주보다 진도가 낮았는데도 지반이 물러서 피해가 컸다. 이런 것을 살펴야 한다. 주변에 탄광이나 생수공장이 많고 지질구조가 복잡하다면 주의해야 한다. 


    문경에서 옥천까지 소백산맥 따라 연약지대가 쭉 이어져 있다. 집 뒤의 야산에 붕괴위험이 있는 바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바위가 붕괴한다면 어느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가? 그 길을 찾아 바위가 진행할 고랑을 만들면 간단한 작업으로 바위가 비켜가게 유도할 수 있다.


빗살무늬토기2.jpg


    빗살무늬 토기에 왜 빗살이 있을까? 빗살이 있으면 튼튼하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안다. 빗살이 있으면 약하지 않겠나? 홈이 패였으니까 당연히 약하지. 천만에. 홈이 패어있으면 튼튼하다. 이런 상식의 전도가 문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이유는 반대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언론과 방송에서 삼풍과 911을 많이 다루었지만, 정확하게 짚어내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대충 잘못되었다는 건 아는데 뭐가 잘못되었는 지 모른다. 원래 건축법은 실제 필요한 정도의 따블로 설정해놓으므로 건축법대로 안 짓는다고 해서 곧장 집이 무너지고 그런 건 아니다.  

 009.jpg 

    당시의 MBC 방송화면 캡처다. 엄기영 앵커가 건설사의 부실시공을 질타하고 있다. 설계도대로 시공을 안했다. 근데 설계도는 잘못이 없을까? 애초에 설계도가 잘못되었는데 시공을 잘하면 뭣하나? 기둥이 굵고 받침대가 두꺼우면 해결이 될까? 천만에.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언제 무너져도 무너지는건 변함이 없다. 빗살무늬 토기에서 빗살을 제거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깨진다. 물체가 외력을 받았을 때 깨지는 이유는 깨지는 사건의 시작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빗살은 그 시작점을 없앤다. 에너지가 일점에 모여서 약한고리를 뚫어버린다. 


   그 약한고리를 제거해야 한다. 에너지가 일점에 모이지 못하도록 결을 지정하여방해한다. 그런데 에너지가 모이는 일점은 사실 그 구조물의 가장 강한 지점이다. 이게 문제가 된다. 건물을 튼튼하게 짓는다며 무리하게 보강하면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져서 붕괴위험이 더 커진다. 


    석굴암은 매우 튼튼하게 지었는데 천장돌이 깨졌다. 일점이 타격된 것이다. 천장돌이 두껍고 큰 돌일 뿐 아니라 천장꼭대기라서 힘을 적게 받게 되어 있는데 왜 깨졌을까? 석굴암을 건축하는 실무자가 힘을 분산하려고 한 장치가 역으로 힘을 집결시켰다. 그런 것을 모르는 거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균일을 조성해야 한다는 거다. 균일하면 망한다. 균일하면 에너지가 진행하다가 단차를 만났을 때 그 지점에서 되돌아온다. 되돌아온 힘끼리 마주치면 증폭된다. 빗살무늬는 불균일을 조성하여 그 진행하는 에너지가 되돌아오지 못하게 차단한다. 


     2.jpg

    삼풍백화점 천장은 위 그림들 중에 대들보가 없는 두번째 열의 불합격버전이다. 맨 위는 합격이다. 대들보가 힘이 진행하는 방향을 지정해주면 힘은 진행했다가 땅으로 들어가고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때 약한 대들보라도 충분히 버티는데 한옥은 무리하게 굵은 대들보를 쓴다. 


    살짝이라도 철근이 있으므로 버틴다. 구조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약해도 사실은 매우 튼튼하다. 철근을 많이 쓰고 두껍게 공구리를 친다고 튼튼한 게 아니다. 원초적으로 설계가 잘못된 게 문제다. 건물은 대들보가 없으면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대들보는 불균일을 조성한다.


   균일하면 에너지의 진행방향이 지정되지 않아 에너지가 가다가 되돌아오므로 두 힘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따따블로 증폭되기 때문이다. 파동이 생긴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무거운 물체를 밀어서 움직일 때는 그냥 밀어대지 말고 하나둘 하나둘 하며 박자를 맞춰서 밀어야 한다. 


flat-slab-construction-with-drop-panel-and-column-head.jpg


   이런 식의 건물은 망한다. 이게 정확히 삼풍의 천장인지는 모르겠다. 대들보가 없으므로 하중을 받으면 힘이 기둥에 모인다. 모인 힘이 사방으로 퍼졌다가 단차를 만나면 되돌아오는데 가운데에 힘이 집결한다. 그때 기둥이 천장을 뚫어버린다. 이거 설계한 놈을 패죽여야 한다.


maxresdefault.jpg


    무역센터 건물도 애초에 잘못 설계되었다. 어떤 일본인이 설계한 건데 가운데 기둥이 없어서 힘이 사방으로 고루 분산된다. 매우 균일하다. 구조론의 질에 해당한다. 이 경우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지점에서 칼로 자르듯 잘린다. 구조론의 질은 결합한다는 거다. 결합하는 건 균일이다. 


    이게 폭탄이 된다. 이 결합성질을 잘 이용하면 아주 적은 철근을 사용하고도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반대로 거꾸로 균일이 작동하면 아주 작은 힘에 폭싹 무너진다. 삼풍과 무역센터는 거꾸로 질이 세팅된 것이다. 모든 힘이 한 점에 모이도록 세팅되었으니 약한고리 탄생이다. 


    건물을 튼튼하게 지으려면 빗살무늬 토기처럼 의도적으로 불균일을 일으켜야 한다. 힘의 진행방향을 미리 지정해줘야 한다. 테크노마트도 그렇고 철강을 써서 균일하게 만들어 놓으니 힘이 역으로 증폭되어 살짝 댄스를 추었을 뿐인데 박자가 맞으니 증폭이 되어 건물이 휘청댄다.


    차력사가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찢을 때 강한 힘을 쓰는 게 아니다.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면 찢어지지 않는다. 차력사는 사실 전화번호부를 한장씩 찢는 거다. 1천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전화번호부다. 그걸 역으로 이용한다. 살짝 틀어서 한장씩 찢는데 요란한 손동작에 관객은 속는다. 


    한번 결이나면 파죽지세로 찢어진다. 무역센터는 가운데 기둥을 제거하여 힘이 천천히 전달되게 만들었다. 한장씩 찢어지는 효과다. 힘이 빠르게 빠져나가야 하는데 힘이 천천히 가니까 증폭되어 따따블로 힘이 강해진다. 똑 부러지는 것이다. 길게 뻗은 수평 보가 지렛대가 되었다. 


    무거운 기둥을 자빠뜨릴 때는 천천히 밀어야 한다. 지그시 밀어야 기둥이 움직인다. 힘이 파장을 맞추어 한 점에 집결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역발상을 해야 한다. 역설을 배워야 한다. 구조론을 모르니 구조물을 튼튼하게 짓는다면서 반대로 더 나쁘게 하는 경우가 무수히 있다. 


    의도적으로 불균일을 조성해서 힘의 증폭을 막아야 한다. 균일하면 위태롭다. 한 방에 간다. 강하므로 깨지는 경우가 있고 약하므로 휘어질 뿐 버티는 경우도 있다. 재래식 흙집을 지을 때 볏짚을 쓰듯이 불순물이 있어야 튼튼해진다. 균일하면 확실하게 단차가 생겨 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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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rit plte.jpg


    지판이 끝나는 부분에서 평판 슬라브와 단차가 생기는데 단차가 생기면 멸망이다. 저걸 두껍게 보강해봤자 단차가 커질 뿐이다. 설계가 잘못되어도 공구리를 쏟아부어 튼튼하게만 지으면 운이 좋은 경우 멀쩡하게 버티기도 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불안요소가 잠복해 있는 거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아제

2017.11.20 (11:43:34)

질의 장점과 단점.


장점 : 모든 것이 그것을 근거로 시작된다는 것..


단점 :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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