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기여는
음식에 대한 쓸데없는 판타지를 깨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맛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사실 상어지느러미나 제비집은 아무런 맛이 없다.
소스맛인데 상어지느러미가 물론 식감도 좋지만 귀하기 때문에 대접을 받는다.
무우말랭이를 써도 소스를 잘 쓰면 괜찮은 맛을 낼 수 있다.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는 황교익 생각도 착각에 불과하다.
음식은 나름의 논리를 가져야 하며 왜 이 음식을 먹는지 납득시켜야 한다.
백종원 체인점은 김밥만국인데 만원짜리를 판다.
외식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짜장면도 외식이라면 외식이지만.
김밥천국에서 데이트 하다가 딱지 맞은 남자 대한민국에 3만 7천명 있다.
백종원 프랜차이즈에서 남자끼리 소주 한 잔은 가능하나
여친과의 분위기 잡는 특별한 데이트는 무리다.
좋은 요리는 분위기를 돋우고 대화소재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분위기를 돋우고 대화거리를 제공하는건 아니다.
막국수나 냉면도 짜장면과 다를바 없는 서민 음식에 불과하다.
피자나 햄버거가 대화거리를 제공하고 분위기를 띄우는건 아니라는 말이다.
결론.. 좋은 음식은
분위기+대화거리+이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논리와 철학인데
이런거에 스트레스 받는 남자들이 '맛만 있으면 되지 골 아프게 뭘 따지냐?' 해서
집밥과 대중음식(짜장면이나 냉면, 막국수 등)과 고급외식 사이에
절묘한 중간지점을 찾아 김밥만국의 상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음식평론가라면 허니버터칩을 특별히 추천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하여간 햄버거나 피자는 음식이지 요리가 아니라는 거.
왜냐하면 자기 논리가 없기 때문에.
모름지기 중국 음식은 '몸에 좋다'는 근거를 대야 하고
프랑스 음식은 어떤 재료의 결합으로 이러한 형과 맛이 나왔는지
2시간을 때울 설명충을 불러와주셔야 하고
일본음식은 일단 색깔이 예뻐야 하고
한국음식도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거 있어야 한다.
음식은 맛으로 먹는게 아니다.
짜장면에 설탕 뿌려 먹으면 맛있다.
세상에는 밀크초콜렛도 맛있다고 먹는 사람이 있는데 뭐.
병사들에게 어떤 음식을 줘야 할까?
병사들이 원하는 음식은 맛김+고추장+참기름+왕멸치다.
그러나 이런 메뉴는 식단에 절대로 없다.
그걸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백종원의 센스다.
맛이란건 씹을수록 느껴지는건데. 음식을 씹지않고 빨리먹는 한국인들에게 무슨 맛을 논한다는게 아이러니.
한국인들은 씹어서 천천히 느껴지는 맛보다는 입안에 들어왔을때 확 오는 자극을 원하는것입니다.
맛을 아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계속 씹게되고. 자극을 아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계속 흡입하게 됩니다.
짜장면을 음미하면서 먹는사람은 없을듯? 짜장면은 젓가락으로 한바퀴 휙 돌려서 단무지를 사이에 끼워넣고 한입크게
넣고 두세번씹고 삼키는게 맛이죠. 밖에서 뭐 먹으려면 온통 매운거 천지인데 음식솜씨 가리기엔 최고.
방송을 보면 백종원씨도 분명 맛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맛보단 자극을 선택한거죠.
방송에서 선어회 활어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었는데 대부분 선어회가 맛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방금 먹은게 선어회냐 활어회냐 라고 물어봤을땐 대부분 활어회라고 말함.
활어회가 더 맛있을거란 인식때문. 한국인도 맛을 느낄줄 아는데. 회는 초장맛.소주맛.분위기맛으로 먹는거니까.
회맛은 무시. 솔직히 한치회랑 돔이랑 초장찍어먹으면 씹는느낌 빼면 맛은 똑같음. 그래서 소스가 중요.
단지 한치회보단 돔이 대접받는 느낌이니까.
한국음식은 냄비안에 모든걸 때려박아서 만드는 음식이 대부분이라 그것을 통일시켜줄 소스맛이 중요.
영국음식이나 한국음식이나 극좌냐 극우냐의 차이라고 생각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