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9890 vote 0 2003.05.30 (18:42:23)

혼혈이라는 말은 『피가 섞였다』는 뜻이다. 이 말은 두가지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첫째 피가 존재한다는 것, 둘째 피가 섞여서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혈통은 곧 lineage다. 이는 왕국이나 부족의 재산권 및 상속권의 승계를 의미한다. 이는 재산권을 비롯한 각종 법적 권한의 상속에 있어서 누군가를 차별한다는 의미이며, 혼혈인은 재산이나 권력이나, 법적 지위의 상속에서 배제됨을 의미한다.

요는 혼혈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두가지 함의가 과연 정당한가이다. 첫째 재산권 혹은 상속권의 불평등한 승계는 정당한가? 둘째 재산권 혹은 상속권의 승계에 있어서 혼혈인의 배제가 정당한가?

우리는 혼혈이라는 단어를 비판없이 사용함으로써, 이 정당성이 의문시 되는 두가지 전제의 함의를 부지불식간에 수용하고 있지 않은지가 질문되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 첫째 피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lineage는 인정되지 않는다. 재산권이나 상속권의 차별적 승계는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그것이 여자와 남자의 성별에 따라서 차별되어서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종에 따라서 차별되어서도 안된다.

둘째 피(lineage의 차별적 승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혼혈인을 구분하여 명시할 이유 역시 소멸한다. 그러므로 혼혈이라는 단어는 폐기되어야 한다. 이유진은 혼혈인이 아니라 단지 생부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공동체의 규범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혼혈이라는 단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집단적 가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606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6195
111 구조는 자이로스코프다. image 11 김동렬 2012-01-11 19718
110 '신은 없다' 호킹 발언 김동렬 2010-09-12 19732
109 동영상 강의 김동렬 2010-01-25 19734
108 Re..실은 육지와 바다에 한 쌍의 손이지요. image 김동렬 2002-09-15 19738
107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6 김동렬 2014-07-21 19796
106 박정희의 슬로건 - 중단없는 전진 김동렬 2002-12-15 19833
105 휘발유통에 라이터를 켜대는 난폭자의 등장 image 김동렬 2003-02-19 19856
104 광대역 웹캠 최신버전 김동렬 2003-06-10 19879
» 탤런트 이유진의 고백 김동렬 2003-05-30 19890
102 손호철, 임지현, 문부식, 진중권들과 변절의 공식 김동렬 2003-06-08 19963
101 된장녀와 한류녀 그리고 왜색녀 김동렬 2006-08-07 19979
100 "우유 많이 마시면 살 빠져요" 김동렬 2002-09-30 20026
99 해방 50년사를 돌아보며 김동렬 2003-05-15 20041
98 이현세라는 인간에 대한 환멸 김동렬 2002-12-06 20050
97 눈치보기 image 김동렬 2003-05-25 20053
96 오자병법과 손자병법 김동렬 2011-10-24 20073
95 탑 포지션을 차지하라. image 2 김동렬 2011-08-10 20079
94 왜 사는가? 7 김동렬 2009-07-31 20086
93 “인간쓰레기 박근혜” image 김동렬 2004-12-30 20222
92 차원의 정의 image 김동렬 2011-09-28 20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