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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229 vote 0 2017.08.18 (22:00:26)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진화했다.


    진화의 방향을 사회성의 증대로 보면 크로마뇽인의 등장 이래 20만 년 동안 주로 여성의 변화가 사회성의 발달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은 아기를 키워야 한다. 문제는 육아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여기서 서열문제가 생긴다. 대부분 유인원은 암수 할 것 없이 서열이 엄격하다. 


    늙은 오랑우탄 수컷은 얼굴에 거대한 지방 주머니가 있다. 두목의 표지다. 고릴라는 실버백이라 불리는 수컷 우두머리가 자식의 생산을 독점한다. 다른 수컷들은 재수가 없으면 평생 동정으로 보내야 한다. 서열이 높은 암컷은 수컷을 많이 낳고 서열이 낮은 암컷은 암컷을 낳는다. 

 

    사람 남자는 수염이 특징이다. 대머리도 일부 수컷 어른의 특징이 될 수 있다. 이런 성적 표지는 집단의 결속을 유지하는 장치다. 사자 수컷은 갈기가 있어야 한다. 사자는 암컷이 사냥하고 수컷은 집단을 유지한다. 늙은 침팬지 수컷이 지위를 유지하려면 암컷의 지지가 필요하다.

    기운센 젊은 수컷 도전자에게 밀려나 무리에서 추방될 수 있다. 침팬지 집단은 서열구조 때문에 무한정 커질 수 없다. 서열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한 개체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두목이 둘로 되면 갈등하다가 결국 그룹이 찢어진다. 구조적으로 대집단이 출현할 수 없는 거다. 

    인간은 여성 위주의 독특한 서열구조를 만들었다.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말은 여자가 더 잘한다. 아기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사냥만 하면 되므로 말을 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인간은 아들을 많이 낳거나 혹은 오빠와 동생이 여럿인 여자가 집단의 우두머리가 된다. 

    인간은 유인원과 달리 동료를 규합해서 서열을 높일 수 있다. 여성의 매력은 서열을 높이는 장치다. 여성의 서열경쟁은 집단을 크게 만든다. 여기에 할머니의 역할이 있다. 인간은 왜 다른 동물과 달리 여성이 폐경 이후에도 오래도록 생존하는 것일까? 얼마 전에 신문기사로 나왔다. 

    아기를 돌보는 역할 때문으로 되어 있지만, 집단 내의 서열구조를 안정시키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할머니가 누구를 지지하는지에 따라 두목이 결정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폐경이 없으므로 예외다. 서열을 안정시키는 역할이 없으므로 할아버지는 할머니처럼 오래 살지를 못한다.

    종교의 출현은 여성 사제가 집단의 리더가 되었다는 의미다. 죽고 없는 조상이 집단의 우두머리가 된 셈이다. 남자의 수염이나 사자의 갈기나 오랑우탄의 볼주머니를 신과 같은 추상적 존재가 대리하게 된다. 남자가 지배하면 추상적인 부족의 표지가 필요없다. 힘대결로 결판낸다.


    남자가 우두머리 자리에서 끌어내려지자 대립과 충돌을 일으키는 서열경쟁이 무너져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서열은 민감한 문제라서 수시로 충돌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원시 부족민 사회에 집단의 두목은 당연히 여성이어야만 한다. 남성은 일단 동원력에서 뒤지는 거다. 


    인간은 육아기간이 길어서 자녀들이 독립하지 않고 엄마에게 포섭되어 엄마를 따른다. 엄마를 두목 위치로 밀어 올린다. 여기에 언어가 기능한다. 남자는 자식이 없기 때문에 자녀를 포섭할 수 없다. 고릴라는 다르다. 일단 모두 실버백의 자식이다. 서열 낮은 수컷은 짝짓기를 못 한다.


    정리하자. 20만 년 전에 인간은 많아야 100개체 미만이 작은 무리를 이루었고 실버백처럼 남자가 리더였다. 내부서열은 엄격했으며 서열은 완력으로 결정했고 여자도 서열경쟁이 치열했으며 사냥능력은 남녀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자녀의 생산은 두목 남자 한 명이 거의 독점했다. 


    타 집단과의 교류는 적었다고 봐야 한다. 서열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5만 년 전에 인간은 500개체 정도로 무리가 커졌고 여자가 리더였으며 원시종교가 존재했고 신과 같은 추상적 존재가 집단을 결속시켰다. 족장이 된 여자는 약초를 다룰 줄 알고 주술을 부리는 능력이 있었다. 


    다산을 하고 매력을 과시하여 동료의 숭배와 지지를 받는다. 여기에는 할머니의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말을 잘하고 매력적이고 지혜로운 여자가 두목이 된다. 여성의 매력은 남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따르게 하고 동료 여성이 숭배하게 하여 집단을 결속시킨다. 


    아기의 귀여움 공격과 같은 원리다. 여성의 발달된 사회성에 의해 타집단과의 교류는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모계사회는 외부세력과의 접촉이 서열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지지와 많은 숫자의 자녀와 여성 사제의 주술에 의해 서열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다. 


    1만 년 전부터 인간은 거대종교가 출현하여 무리가 1천 개체 이상으로 커졌고 거듭된 전쟁으로 남성 사제가 권력을 가져가게 되었다. 물론 정글이나 고립된 지역은 지리적 한계로 대집단이 출현할 수 없다. 식량이 풍족한 몇몇 지역에 대집단이 출현했고 이들이 세계사를 지배했다. 


    종교의 등장은 여자가 씨족집단 밖의 다른 남자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오늘날에도 교회를 찾는 여성신도는 친아버지 놔두고 다른 사람을 아버지로 섬긴다. 이런 점이 5만 년 전과 1만 년 전에 인류를 전 세계로 흩어지게 만들었다. 인류는 15만 년간 아프리카 북동부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가 두 번에 걸쳐 디아스포라를 일으킨 것은 이유가 있다. 아메리카로 이동한 스페인 사람은 죄다 남자였다. 원시 부족민 시대에 남자만 이동해서는 의미가 없다. 여자가 가야 문명이 전파된다. 왜 여자가 갔을까? 서열을 높이기 위해서다. 낯선 남자를 자기편으로 만든 것이다.


    반대로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결혼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다윈의 성선택설은 남자가 예쁜 여자를 선택했다는 견해다. 부족민에게 그런 거 없다. 여자는 남자를 선택해도 남자는 여자를 선택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남자는 집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집은 여자가 짓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선택한 것은 사유재산의 발생 이후다. 다윈의 성선택설은 틀렸다. 물론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자가 여자를 선택한 역사는 길어야 1만 년 안팎이다. 현대사회라도 남자가 장가들어 처가에 적응하는 예보다 여자가 시집와서 시가에 잘 적응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여성은 낯선 지역에도 잘 간다. 외국이라도 국제결혼해서 간다. 남자는 낯선 곳에 적응하지 못한다. 자기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집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 갔다가 얼어죽는다. 여자는 아기를 키워 자기 세력을 만들 수 있다. 집을 지어 식량을 보관하고 추위를 견딘다.


    1만 년 전 부족민 사회에서 말 잘하고 매력 있고 사회화 훈련을 받았고 할머니 그룹의 평판제도를 운영하는 여성이 집단의 서열구조를 안정시키는 점에서 더 사회화 능력이 높다. 긴 육아가 사회화 과정이다. 자식을 교육시켜 자기편을 만든다. 남자는 서열경쟁 하다가 사회화를 깬다.


    남자는 돈으로 버틸 뿐 대개 적을 만든다. 남자가 큰 무리를 이루고 사회화에 참여한 것은 전쟁과 사유재산 덕분이고 이는 농업의 출현 이후이며 길어야 7천 년 정도다. 부족민들은 아기가 왜 생기는지 모른다. 부족민에게 여성의 임신기간 10개월은 길다. 인과관계를 추적할 수 없다. 


    모자관계는 있어도 부자관계는 없다. 남자는 자기편을 만들 기회가 원초적으로 없다. 일단 자기 아들이라는 보장이 없다. 중세 귀족무덤을 발굴해 유전자를 조사했더니 넷에 하나꼴로 남의 자식이었다고 한다. 부모자식관계로 알려진 무덤이었는데 말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서열경쟁을 일으켜 부자간에도 충돌한다. 세계사에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는 것은 일단 기본이다. 무수하다. 일단 고구려사를 검토해보더라도 초기에 왕위계승은 거의 대부분 수상하다. 과연 유리명왕은 동명왕 주몽의 자식일까? 천만에. 그거 믿으면 순진한 사람이다.


    부여계에서 밀어낸 것이다. 침팬지 무리에서 집단 내부의 서열변화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여러 마리가 희생되어 죽어 나가는 수가 있다. 인간이라 해서 다르겠는가?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 유리하다. 남자는 일단 내부 서열경쟁에 들어가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집단의 거점이 집이고, 그 집은 여자의 공간이며, 집에는 여자의 자식들과 할머니들이 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편은 그 공간에 한 명도 없다. 아버지나 자식은 경쟁자다. 결정적으로 여자를 선택할 수 없다. 선택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집에 데려올 수 없다. 일단 집이 없다. 


    갓난아기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아기들이 잘생긴 남자와 여자 얼굴을 주목했다고 한다. 아기가 주목한 남자 사진은 장동건이었다고. 여성의 미모는 아기를 주목하게 하고 동료 여자의 지지를 끌어내어 집단을 결속시키는 장치다. 물론 남자 오빠와 남동생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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