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영영 봄이 아니올 것만 같소.
도대체 온다던 봄은 어디로 짱박힌게요?
무성한 여름이 그립소.
헥. 헥. 그래도 오긴 온다.
사월이니 뭐라해도 봄의 한 복판이오.
막걸리 막 들어가는 계절이 오고 있소.
오늘도 종일 비가 내리오...
봄날은 이렇게 가나 보오...
아침에 동사무소 가는 길에 근처 공중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걸이 위에 번쩍번쩍한 장지갑이 하나 놓여있더라구요...
화들짝 놀라서 내용물을 확인해 봤는데...
왠 조폭같이 머리가 짧고 우락부락한 주민등록증에,
신용카드는 몇 장 없었지만 10만원권 수표 40장과 5만원신권 20장 1만원권 10장이 들어있더군요.
화장실에서 일보는데 5~10분정도 걸리니까...찾으러 오겠지 했는데, 20분을 지나도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갈등하면서 기다리다가...... 밖을 나왔는데 참 갈등되더군요.
요즘 10만원짜리도 현찰 취급받고 그냥 대충 서명해도 쓸 수 있잖아요... ...
그래도 내가 누구야!
겉 모습은 악마인데 속 마음은 천사 아닙니까!!!!
갈등을 하다가 그냥 맘을 접고 근처 지구대로 갔어요.
가서 설명하고 전화번호하고 이름적고 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통화하던 경찰이 저보고 잠깐만요... 하더라구요...(엄청 이뻤더라는..+_+/)
지금 그 지갑 분실자가 연락와서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으니까 잠깐만 계시라고 해서 좀 그렇지만 기다렸어요.
5분정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들어오는 풍채좋은 조폭같이 생긴 스님 등장!
스님이 정말 감사하다고 사례하겠다고 하면서
지금 이 돈은 당장 써야 하니까 오늘내로 입금해 준다고 하더라구요.
난 스님 돈은 별로 받고 싶지 않다고 그냥 좋은일에 쓰시라고 하고 나왔는데...
비는 오지만 기분이 흐믓하더라구요^ ^
주차장으로 가고 있는데, 그 스님이 잠깐만요 하면서 뛰어오더니...
이렇게 가시면 자기가 마음이 참 불편하니까 제발 계좌번호좀 불러주라고
조금은 사례해야 자신도 마음이 편하고 그러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라고 말씀하시길래,
고민하다가 계좌번호 말해주고 동사무소로 출근햇어요
30분쯤 지난후에 조폭스님께 문자가 한통 왔어요.
입금했으니 확인해보시라고.
하던일을 잠시 멈추고 온라인으로 확인을 해봤는데...........!!
100만원이....입금되어 있는겁니다.
+_+//// ;
대충 20~30만원 정도 보내겠구나 했는데.......큰 금액에 또 심한 갈등을 했지만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헐퀴~ 그래서 아침에 갔던 지구대로 전화를 햇어여
아까 그 어여쁜 여경한테 돈 돌려드려야 할거 같은데 그분 어디절에 소속된 분이시냐고 물었더니,
그 경찰이 그냥 좋은 일 해서 복 받았다 생각하고 그냥 쓰세요 하더라구요..
그 스님이 혹시 내가 다시 찾아올까봐 절대 말해주지 말라 했다고....
그래서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이야기 해달라고 막 조르면서 이야기 하니깐.
그 경찰이 귀찮아서 못 참겠다는 식으로 겨우 말해주는데..
그 스님이 만우사의 구라 스님이래요.
동렬공님~
저 깜빡 했쉽니무니다---- ^^
역시 센스쥉이, 구조론 도통하신 분~~~^^
비 나리는 우중충한 봄날에도
우렁우렁 푸른 잎들이 자라더이다.
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