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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33 vote 1 2017.01.06 (10:35:21)

   시사리트윗에 올렸다가 공자를 주장하는 필자와 관점이 같은 점을 각별하게 보고보존할겸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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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마누엘 칼럼] 무엇이 박근혜를 추락시켰는가 [중앙일보]


    우리가 그저 ‘내가 옳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데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추락시킨 스캔들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응시를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한국 정치문화의 어떤 요소가 극소수 사람들이 국가 정책을 변덕스럽게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만약 영향력 있는 식자(識者)들이 근래 역사상 최악의 정부 운영을 목격하고도 그토록 수동적이지 않았다면 상황이 이토록 통제 불능이 되지는 않았다고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나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몰랐지만 많은 관계·재계 사람들이 청와대의 비밀스럽고 무책임한 정책 결정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 왔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전문가의 정기적인 조언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거의 예외 없이 한국의 최고 엘리트들은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요구할 필요성이나,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동료 시민들이 수년간 지속된 정치 위기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을 특별히 느끼지 못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여러 차례 대화할 때마다 나는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들었고 이런저런 자리에 누가 임명될 것인지에 대한 추측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도 “무엇이 한국 사람들에게 최선인가”를 묻는 것을 듣지 못했다. 문제는 특정 인물이나 특정 정책이 아니라 정치문화다.


    진실을 직시하자. 오늘날 대한민국에 최대의 위협은 북한도 경기침체도 특정 정치인의 행태도 아니다. 가장 큰 위협은 문화적 데카당스(decadence·퇴락)의 확산이다. 우리의 문화 속에서 개개인은 민족의 미래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들은 별생각 없이 음식, 술, 성적 쾌락, 휴가와 스포츠에 탐닉한다. 단기적 만족이 인생 목표가 됐으며 희생의 가치는 사라졌다. 이런 게 전형적인 퇴락이다.


    시장 수요를 창출하려는 잘못된 노력 때문에 우리가 인간 본성의 원시적인 힘들을 풀어놓았다는 게 비극이다. 그 힘들은 전통 한국 사회에서 요구됐던 합리성, 자제력, 마음 챙김(mindfulness)을 대신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단 몇 분만 텔레비전을 봐도 오늘날 한국을 위협하는 기괴한 문화적 퇴락을 목격할 수 있다. 생각 없이 무절제하게 꾸역꾸역 음식을 먹어 가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장면이 끝없이 반복된다. 20여 년 전에는 ‘포르노그래피’라는 이유로 금지되었을 차림새의 여성이 광고에 나온다.


    얼마간 상품을 팔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전략은 모든 수준에서 가버넌스 기반을 약화시키는 도덕적 퇴락을 초래한다. 이제 국가의 복지, 안보나 가치와 무관하게 되어 버린 정책은 부와 권력을 쌓는 기회로 전락했다. 사회 전체를 이러한 퇴락이 차지했다면 우리는 경제 정책이나 기술 정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염치’가 사라진 것도 이러한 한국 문화 쇠퇴의 한 원인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나이 든 부모를 버리는 것과 같은 일이 그야말로 창피하고 그릇된 것으로 간주됐다. “군자는 홀로 있을 때마저도 조심해야 한다(君子?其?也)”는 말이 표현하듯 도덕적 의무가 내면화돼 있었다. 윤리는 남의 이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지난 세기에 한국인들은 점차 이러한 윤리의 강조를 제한적·억압적인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즉시 만족’으로 표상되는 현대 생활과는 맞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하게 됐다.


    염치의 상실로 사람들은 자녀들을 보살피고 일터에서 책무를 다하기만 하면 자신이 도덕적으로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됐다. 즉 주위 사람들 행동의 윤리적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사라졌다.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디지털 표현의 시대, 주변의 이미지가 끊임 없이 바뀌는 시대에는 인과관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진다. 우리는 우리가 매일 하는 일과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 사이의 관계를 더 이상 명료하게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는 대개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있을 때에도 일회용 컵을 쓴다. 종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환경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는 카페 종업원들을 건방지고 무례하게 대한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우리나라 문화를 깎아내린다는 개념이 없다.


    우리는 한국 유교 문화에서 최상의 좋은 것들을 복원해야 하며, 무엇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궁극적으로 도덕과 연관됐다고 인식해야 한다. 독서·식사·담소를 포함해 우리의 모든 행위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삶의 도덕적 의미를 다시 통제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건강한 정치문화 만들기에 착수할 수 있다. 우리는 인간 본성을 바꿀 수는 없지만, 모든 삶의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윤리적인 행동이 기대되는 문화를 재확립함으로써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넣을 수 있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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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돈을 벌면 염치가 없어지는게 사실입니다. 돈이 없을 때는 염치라도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죠. 아랍의 명예살인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왜 명예살인을 하느냐고 하니 '우리처럼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이 명예까지 잃으면 공동체에서 배척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돈이 없을 때 염치를 알던 한국인들이 돈을 벌자 일제히 염치를 버렸습니다. 의식이 족하면 예절을 찾아야 하는데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는 거지요. 사회는 권력에 의해 작동합니다. 돈도 권력이고 도덕도 권력입니다. 가난했던 조선사회는 양반의 도덕권력에 의해 유지되었습니다. 


    숙종이후 화폐가 보급되자 양반상놈 할것없이 도덕을 버리고 돈을 탐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은 망했죠. 마침내 돈도 없고 도덕도 없는 최악의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 한국인은 돈을 벌었습니다. 돈으로 권력을 사는 세상입니다. 돈으로 산 권력은 수명이 짧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탐하게 되었습니다. 돈으로 산 권력은 부실합니다. 겉으로 복종할 뿐 포장된 억지미소라는 것을 모두가 압니다. 그래서 확인할 요량으로 더욱 돈과시를 합니다. 돈으로 도달할 수 있는 권력은 여기까지. 이제는 도덕으로 권력을 창출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부르주아들이 돈을 벌면 일제히 도덕타령을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과거 영국도 그랬고 프랑스도 그랬습니다. 한국도 이제 도덕을 찾을 때가 된 것입니다. 돈이 소수의 몇 사람에게 있을 때는 돈권력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데 모두에게 있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자본권력과 도덕권력이 대등해지는 수준까지 진도를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공자를 말하는 이유입니다.  


[레벨:10]다원이

2017.01.06 (10:54:24)

방금 패스트라이쉬 교수의 글을 읽고 나오니 여기서 또 읽게 되네요. 깊이 공감합니다.

[레벨:7]으르릉

2017.01.06 (14:08:29)

도덕권력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7.01.07 (03:29:35)

덜 떨어진 엠빙박 9년 정권이 "큰 위협인 문화적 퇴락(3S급?)"을 가져오고자 순시리까지 끌어댄 것이라 봅니다. 그 많은 '사찰'과 '불법'이 만연한 불교?국가로 융성시키고자, 그리 한송이 꽃을 피워내고자(전 국민의 우민화, 목구멍 포도청화...) 하다가 탄핵바가지까지 쓴 것 아닌가 이말이지요...

이제서야 "윤리적인 행동... 문화를 재확립 함으로써 정치인에게 압력을 넣을" 수단은 젊은 청춘들에 의해서 찾아졌기에 향후 권력을 향한 압박은 길게 갈 것으로 봅니다. '내가 살 나라를 내가 만들어야지'를 깨닫고 있으니까요... 쓰레기 처리는 횃불AS가 정유년 12월까지 가야 한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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