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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194 vote 0 2017.07.26 (17:44:53)

     

    생각하는 방법


    나는 하루종일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남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다. 어느 때 인간들이 도무지 생각하지 않고 맹한 상태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살펴봤다. 봤더니 사람들은 나처럼 행동이 어리버리하지 않았다.


    다들 눈치도 빠르고 분위기 파악도 잘하고 있더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들 알고 있더라. 다들 열심히 챙기고 있는 것이었다.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의식하고 있더라. 서로를 평가하고 계급을 정하고 있었다. 쟤는 모지리야. 쟤는 찐따야. 


   옆 동네 얘들이 북천다리 넘어 우리 동네까지 들어왔어. 이런 식의 대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황당하다. 왜 그런 걸 조사하지? 왜 남을 쳐다보지? 왜 남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보는 거지? 그들은 보이지 않게 정글에서의 서열싸움에 열심이었다. 저런 짓을 하다니. 


    충격을 받았다. 나도 저들처럼 다른 사람을 쳐다봐야 하는가? 나도 저 어리석고 치열한 눈치경쟁의 세계로 들어가야만 하는가? 포기한다. 그 게임에서 나는 이길 수 없다. 고스톱을 쳐도 백전백패다. 잡기라고 불리는 것은 대부분 못했다. 노래, 춤, 운동, 게임 다 못 했다. 


    인간들은 나와 다른 존재다. 받아들여야 했다. 인류와 나의 관계는 결정적으로 틀어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나는 하루종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들은 하루종일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실이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내가 타인의 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없고 말이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몸이 찌푸드드 하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가므로 걸어 다니며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10년간 걸어 다니게 되었다. 물론 십 년간 걷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도 제법 했다. 커피나 차를 마셔도 머리가 상쾌하고 개운해진다. 단것을 먹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고 걸어서 등이 굽어졌고 키를 손해 봤다. 앞을 보면 생각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흥분하고 흥분하면 걸음이 빨라진다. 밥 먹을 때도 생각하며 밥을 먹기 때문에 흥분해서 빨리 먹게 된다. 어렸을 때는 자주 체해서 활명수를 달고 살았다. 


   가마솥 밑바닥 숯검정을 긁어서 녹인 엿에 타서 먹기도 하고 바늘로 손가락을 따기도 수없이 했다. 되도록 머리가 잘 돌아가는 상태로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명상에 중독되었다. 생각을 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럴 때 기분이 좋아진다. 그 쾌감에 중독된 것이다. 


    생산성이 있으므로 계속한다. 생각이 막힌 적은 없다. 수학 문제 풀 때는 생각이 막히지만, 명상은 다른 거다. 명상은 메커니즘을 찾는다. 언어가 명상의 주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어휘를 받아들인다. 선이 뭔지 악이 뭔지 도무지 생각을 안 한다. 그냥 막 쓴다.


    선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의 진보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권력행동을 하여 타인의 호응을 끌어내어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해 가는 것이다. 악은 그 반대행동이다. 이렇게 개념을 정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안에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럴 때 납득이 된다.


    메커니즘이 포착되지 않으면 납득되지 않는다. 불쾌하다. 어색하다. 똥 누고 밑을 닦지 않은 느낌이 된다. 납득될 때까지 생각을 했다. 왜? 기분이 나쁘니까. 어색하고 불편하니까. 땀을 흘렸을 때 목욕을 하면 개운한 것과 같다. 생각해서 개념을 정리하면 개운해진다. 


    많은 사람이 귀신이 뭔지 생각을 해보지 않고 그냥 귀신을 믿는다. 귀鬼가 신神이 있고 혼魂이 있고 백帛이 있고 기氣가 있으니 이는 모두 다른 거다. 귀, 신, 혼, 백, 기 중에 뭐가 귀신이야? 어떻든 내부에 메커니즘이 발견되지 않으면 그것은 존재가 없는 것이다. 


    메커니즘의 작동과정이 보이지 않고 에너지의 입출력과 그 처리과정이 보이지 않으면 매우 어색하고 불편해서 그것을 찾을 때까지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머리에 생각할 거리가 꽉 차면 걸어 다니게 된다. 걸으면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정리해야 할 아이디어 밀렸다. 


    100개 정도는 항상 머리에 들어차 있었다.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가는 것이다. 인도는 날이 덥고 비가 많이 오는 나라다. 석가는 걸어 다니지 않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명상을 했다지만 그건 인도의 날씨 때문이다. 4월과 5월에는 4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 


    6월부터 가을까지는 비가 1만 밀리 내린다. 꼼짝없이 나무 밑에 앉아있어야 한다. 한국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가부좌 틀고 앉아있는 인도인의 명상을 할 이유가 없다. 언어가 중요하다. UFO처럼 미확인인데 어찌 비행이고 물체냐고. 이름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미확인이면 비행이라고 말할 수 없고 물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UFO는 없다. 이런 식으로 일상적인 언어를 검증한다. 그것이 나의 명상하는 방법이다. 메커니즘이 보이고 에너지 입출력과 그 처리과정이 보이면 만족한다. 국가든 민족이든 사랑이든 그렇다.


    다 메커니즘으로 본다. 국가는 집단적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을 쓴다. 사랑도 메커니즘이고 행복도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이 포착되지 않으면 불쾌해진다. 남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틀린 언어를 태연하게 쓴다. 그래도 괴롭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할 말 없다. 


    원래 다른 거다. 당연히 나와 비슷한 인간이 다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와 비슷한 인간이 없더라는 게 그간의 경험이다. 스승을 찾으려 했는데 그럴 낌새도 없더라. 포기한다. 스승을 찾는 플러스를 버리고 안 통하는 사람을 자르는 마이너스로 간다.


    다들 박근혜 엉터리 언어에 불만을 느끼지 않더라. 원근법이 안 맞는 어색한 그림을 보고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더라. 고증이 틀린 영화를 보고도 화를 안 내더라. 초딩 때 나는 테두리 문제를 고민했다. 그림을 그릴 때는 테두리를 그리지만, 자연에는 테두리가 없다. 


    최근에는 테두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 뇌가 테두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서양그림은 테두리를 희미하게 해놨다. 왜? 팔다리에 털이 많아서 실제로 희미하더라. 나는 이 문제로 오래 고민했는데 이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더라. 남들은 이런 고민 안 한다.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를 포기할밖에. 하여간 동양화는 겁도 없이 선을 죽죽 긋는다. 자연을 관찰해보면 선이 없는데 왜 함부로 선을 팍팍 그어버리는겨? 이건 정말이지 화가 나는 것이다. 특히 김홍도는 굵은 선을 마구잡이로 쓴다. 


    선이 굵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해야 한다. 머리가 빠개지도록 생각을 해야 한다. 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므로 생각을 해야 한다. 만족할만한 답이 나올 듯하므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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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7.26 (18:03:01)

모바일이라서 사진올리는 게 안 되는데, 2000년대 초반의 일본 만화들 표지 그림을 보면 컬러로 되어있습니다. 근데 작가들이 만화를 그릴 때는 반드시 흑백으로만 먼저 그립니다.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쯤이면 컬러로 색칠을 하는데, 펜으로 그린 흑백 그림에다가 색만 칠하니깐 졸라리 어색한 거에요. 그래서 작가들마다 별의별 삽질을 다 하는데, 슬램덩크의 이노우에만 하더라도 외곽선을 남기다가 지웠다가 하며 표지 그림이 바뀌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 진한 컬러 : 선 없음 > 원작과 느낌이 달라짐

2. 약한 컬러 : 선 있음 > 원작 느낌은 나는데 수채화가 됨



동양화가 수채화가 된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서양화가 선을 안 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자동차 디자인을 보면 테두리 부분에 접은듯한 라인을 주는 차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인간은 테두리가 불분명하면 졸라리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봤을 때는 대상을 가리킬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테두리가 없으면 무늬인지 대상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한편 인테리어에서 중요한 요소가 몰딩이라고 해서 태두리에 진한 컬러로 벽지와 구분을 두는 장식물인데, 이걸 하는 것과 아닌 것은 느낌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재밌는건 테두리를 하면 벽지가 좀 더러워도 눈에 띄질 않는데, 반대로 테두리가 없으면 면에 관심이 가기 시작해서 조그만 거라도 눈에 확 띄게 됩니다. 


자동차 디자인도 비슷한 이유에서 테두리를 치겠죠. 접든가 띠를 두르든가 해서 테두리를 만듭니다. 그걸 안 하려면 볼륨감을 주어 입체감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작은 차에서는 해당 사항 없으므로 주로 큰 차에서 쓰이는 방법입니다. 슈퍼카 같은 애들. 동대문 DDP도 같은 맥락.




하여간 테두리가 파악되지 않으면 인간은 의사결정이 안 되어 불안해집니다. 물론 그걸 역이용 하는 디자이너도 있습니다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7.07.26 (18:12:22)

모바일이라도 사진을 올릴 수 있는데 아이폰이라서 안 되는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7.26 (18:17:08)

안드로이드인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7.26 (18:22:04)

일반적으로 그림은 정지영상입니다. 반면 자연에 있는 건 동영상입니다. 고양이가 깃털을 쫓아오게 만드려면 흔들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인식이 불가능합니다.

근데 그림은 정지영상인데다가 아웃포커싱도 안 되니 인간이 인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방법을 씁니다. 선을 긋던가 명암을 주던가 하는 거죠. 동영상에 익숙한 인간이 만들어낸 꼼수죠.

보통 아웃포커싱을 한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카메라 좋다고 합니다. 요새는 소프트웨어적으로 블러처리를 해서 심도를 표현하기도 하죠. 스마트폰의 꼼수.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7.07.26 (18:27:04)

인간의 눈에는 촛점이 있기 때문에

뇌가 존재하지 않는 테두리선을 만들어냅니다.


테두리 위주로 인식한다는 거지요.

초딩 때는 선을 팍팍 치는 김홍도 그림은 


사실주의가 아닌 가짜 그림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뇌의 논리를 받아들여 생각이 바뀌어서 


선이 굵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인간이라도 상당히 남녀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순정만화 보면 알 수가 있지요.

남자는 동물을 사냥하므로 표적만 보고 나머지는 배제합니다.


뇌에서 그냥 지워버리는 거지요.

그런데 여자는 안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림이 다르니까요.

왜 여자그림은 장식적일까? 답 - 뇌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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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이런 그림을 봐도 괴롭지 않은듯.


s4503030.jpg


나는 이렇게 배경을 약하게 해놔야 편안해집니다.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7.26 (18:35:21)

<p>남자들은 시각이 여자들은 후각이 발달했다고 하는데 다 믿을 수는 없고, <br />

<br />

여자들은 대체로 반짝이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봤을 땐 반짝이지 않으면 "보이질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여자들 장신구 들은 죄다 반짝이입니다. 얼굴에는 펄을 바르고 청바지에는 큐빅을 박는게 여자입니다. 여자들이 운전하기가 어렵다는것도, 여자들이 지도를 기억할 때 텍스트 위주로 기억한다는 것도 이미지 인식이 잘 안 되는 여자들 만의 꼼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p>


이는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거리와도 관련이 있을듯. 여성은 가깝고 남성은 멉니다. 여자들은 팔짱끼고 화장실에 같이 가지만, 남자들은 그럴리 없죠. 가까운 거리라면 후각이고 먼 거리라면 시각입니다. 


개훈련을 할 때 지랄견을 안정시키는 방법 중에 노즈워킹이라는게 있는데 개가 지랄하는건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각만 발달하고 후각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사진을 찍어도 남자들은 늘 인상을 박박 쓰고 찍는데, 여자들은 웃으면서 찍죠. 요새 걸크러쉬들은 오히려 인상 박박으로 유행이 바꿨지만. 


개의 스트래스를 줄여줬더니 후각이 활성화 되는 걸 볼 수 있는데, 냄새를 못 맡아 나뭇잎 사이에 있던 먹이도 못 찾던 개가 강형욱 개통령의 따뜻한 지도를 받으니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하여간 제가 봤을 땐 실제로 남자들은 죄다 지랄견 상태인듯.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7.26 (19:53:41)

김홍도 그림을 이해하려면 슬램덩크의 이노우에의 그림체 변화를 봐야합니다. 슬램덩크 초기시절에 작가의 필체는 얇은 선이 난무하다가 나중이 되면 단순해집니다. 깔끔해지죠.


처음엔 신체부위별 비율도 엉망진창입니다. 나중에 선이 깔끔해지면서 비율도 맞기 시작합니다. 면에서 입체로 도약한 거죠. 그러다가 베가본드에 이르면 거의 동양화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펜이 아니라 붓으로 그리기 시작합니다.


펜도 가끔 쓰이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반드시 붓입니다. 왜냐하면 입체 이상의 에너지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죠. 동적 상태를 표현하려고 하는 건데, 이 동적상태라는게 꼭 인물이 움직일 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감정이 격양될 때는 거친 선으로 그것을 표현합니다.


원펀맨이라는 만화를 보면 마지막 원펀치를 때릴 때 이렇게 합니다. 세게 나가는 거죠. 한정된 재료를 가지고 그리는 동양화에서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어느 곳의 선을 굵게 하겠습니까. 첫째는 명암입니다. 일단 어두운 곳의 선을 두껍게 하여 입체를 만드려고 합니다. 그러나 정적이죠.


그러므로 둘째는 변화입니다. 붓을 흘기거나 과장합니다. 이왕이면 굵으면서도 흘깁니다. 근데 이건 상당히 훈련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리다보면 알게 됩니다. 이것도 나름은 동양의 인상주의입니다. 최소한의 선으로 대상의 에너지까지 묘사하려고 합니다.


비슷합니다. 첨부터 잘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동양화의 대가들은 정적인 그림에 생명력, 즉 에너지를 넣고자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잘 그림 그림을 보면 살아있는듯하다고들 하죠. 2D의 재료로 4D를 그리는 겁니다.


하여간 이런건 연금술로 안료가 발달한 서구와 그렇지 않은 동양의 진화전략 차이때문에 나타나는게 아닐까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7.07.27 (05:16:41)

프사 바꾸기를 희망하는 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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