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신무협에서 보면 절대고수로 가는 흔한 경로가 있더라고.
척박한 환경에서 강호에 내던져진 주인공이 우연하게 만난 기인이 소림 파계승이거나 무당, 화산의 절대고수더라고. 어떤 경우엔 곤륜의 전전대 태상장로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은둔한 마교 전대 교주나 무림맹주도 있었다고...
그게 가능했을까? 그 고수들을 만나 한두 달 사사하면 정말로 주인공은 절대고수가 되고, 금상첨화로 영약 기연을 만나 천하제일고수가 될까?
아니라고 본다. 그 절대고수를 만나 가르침을 얻는다면 스승에게 듣게되는 말이야 너무도 뻔하다.
"이 돌탱아. 왜 그게 안되냐. 난 열한 살에 그 경지를 스스로 넘어섰는데."
사유와 깨달음을 통해 업그레이드가 일어나는 무공의 세계에서 스승이 인도하는 길로 걸어가면 그냥 돌탱이가 되고 만다.
스승이 없으면 어찌될까. 동굴 기연을 통해 비급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모든 깨달음은 오직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 작가는 주인공을 홀로 동굴 속에 방치했기 때문에 결국 작가가 스승 대신 사유하고 깨달아야만 절대고수의 주인공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작가가 그리 힘들게 글을 풀어가겠냐고. 진도가 안나가고, 분량이 안나오는데. 그래서 구파일방의 절대고수를 등장시키는 거다. 귀찮기도 하겠지만 작가의 역량이 안되는데 그래도 주인공은 고수가 되어야 하니까.
베토벤이 태어났을 땐 낭만주의 음악은 아직 없었고, 고전주의는 베토벤의 심장과 코드가 맞지 않았다. 코드가 맞았다면 베토벤은 하이든이 되었을 것이고, 그를 인류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악성으로 추앙하지도 않을 것이다.
베토벤이 낭만주의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났다면? 역시 인류는 악성을 얻지 못했을 거다. 심장이 쫄깃거리게 코드가 맞는 음악이 있는데 뭐하러 그리 처절하게 살겠냐고. 유력가문의 가정교사 하면서 공연보러 다니면 행복할텐데.
베토벤의 음악에는 그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초기부터 중반까지의 작품은 완전성도 떨어지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래서 베토벤은 우릴 미치게 만들고 악성이라 불리는 거다.
고전주의를 완성했기 때문에 악성으로 불린다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청각장애를 이겨내고 명곡을 남겨 악성이 되었다는 미친 사람도 있더라고.
처음부터 완벽했다면, 인간으로선 그 경지가 불가능하기에 그냥 이단으로 처형되는 수순으로 끝났을 가능성도 높고.
사유와 깨달음을 통한 끊임없는 업그레이드가 베토벤을 만들었다. 그 모든 게 스승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스승 없는 100명 중에서 97명은 무능하기 쉽고, 두 명은 히틀러가 될 수 있으며, 한 명은 베토벤으로 성장한다. 너무 불안한 도박인가? 이건 어떤가. 히틀러는 인류를 1백년 뒤로 후퇴시키고, 베토벤은 인류를 1천년 미래로 끌어당긴다.
내 잠정 결론은 이거다. 스승질 하지 말고 옆에서 히틀러 안되게 보듬어 안어라. 그게 인류 공헌이다. 그러다 보면 베토벤이나 다윈이 나타나 인류를 한번에 천년 씩 점프시키는 것이다.
(( 갑자기 음악듣다가 주절댔습니다. 숙성된 생각이 아니므로 우려되는 바 있어도 양해 바랍니다. ))
펄잼
이해되냐고 누차 물어보는 스승님 내가 결제한 이유는 그 학원 시스템 때문이지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