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운명 / 도종환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꾸어온 뜨거운 순간들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꿔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 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으로
혐오 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시아꽃 하얗게 지는 오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 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러운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지금 우리 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이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탁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그러나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4272 홍차의 거의 모든것 image 24 곱슬이 2014-02-16 4267
427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2 삼천볼트 2009-11-26 4258
4270 몽탈붕괴의 현장 image 2 김동렬 2014-05-27 4255
4269 out express가 안되요.ㅠㅠ 1 2007-09-11 4255
4268 진보와 보수 20 상동 2012-12-26 4254
4267 원칙과 룰 4 아란도 2011-03-28 4253
4266 싱가폴 리콴유 전총리.. image 9 카르마 2011-12-13 4252
4265 아직은 알수없지만 2 동동 2009-08-27 4252
4264 동렬옹 구조어사전은 언제 출간하는게요? 1 양을 쫓는 모험 2009-11-17 4246
4263 헬레보로 image 11 풀꽃 2009-03-19 4244
4262 졸라맨의 세상 수술 image 2 아란도 2013-04-23 4243
4261 2MBOUT image 2 김동렬 2009-03-09 4241
4260 예술가들의 삶과 일반인들의 삶 image 6 아란도 2009-12-23 4241
4259 남자들이 보는 잘 생긴 남자는 누구? 11 까뮈 2014-11-21 4240
4258 플레시를 화면상에 띄우려면... 2 독소 2010-05-07 4238
4257 우리나라에서 양반이 완전히 없어지는데 100년이 걸렸다. 2 당당 2014-05-28 4237
4256 김기덕의 '아리랑' image 6 아란도 2011-09-05 4237
4255 전문가의 견해 image 27 김동렬 2010-04-27 4236
4254 늦은 새벽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 初雪 2008-04-15 4236
4253 8월 8일 문래동 정기모임 image 2 냥모 2013-08-07 4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