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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3427 vote 0 2012.12.09 (23:28:38)


산본대첩.jpg


산본대첩1.jpg


산본대첩2.jpg



사람이 많이도 모였다. 소집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누가 소집령을 내렸는가? 문재인인가? 안철수인가?

이런건 정말이지 멍청한 질문이다.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해서 사람이 모였나? 그건 보여지는 현상에 불과한 것. 단일화 전까지 둘의 지지율은 25~30%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만약 지금 안철수를 포함한 지지 여론조사를 한다면 안철수는 15% 내외가 될 것이다. 나머지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진보'를 지지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얘기해야 한다. 상부구조를 말해야 한다. 안철수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불과하다. 물론 그것도 그것대로 의미는 있을테지만... 


진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불안감이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은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여론조사를 가지고 생계형 시사평론가들은 분석이랍시고 언론에 나와 나불댄다. 이거 참 이상하다. 내 주변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도 1번 찍겠다는 사람 못봤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여론조사는 박근혜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다. 

"그래도 여론조사인데, 꼭 맞지는 않더라도 박근혜가 이기고 있긴 한거겠지?" 

"나는 문재인을 지지하는데, 쟤는 누굴 지지할 지 모르니 괜히 지지성향을 드러내지 말자."

그런데 실제로 그 모든 여론조사가 사기였던 것이다. 1,500명 전화돌려 응답률 15%내외에 집전화 RDD 80%/ 휴대전화 RDD 20%. 기껏 200~300명, 그것도 집에 주로 있는 노년층이 응답자의 다수를 이루는... 그 여론조사를 가지고 언론에서 떠들어댔던 것이다. 

물론 이걸로 새누리당은 꽤 재미를 본 기억이 있다. 오세훈-한명숙 시장선거에서 여론조사로 오세훈이 압도적으로 앞서자 민주당은 체념하고, 3위였던 노회찬은 단일화를 거부하고,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0.6% 차이의 안타까운 패배, 그리고 노회찬은 3% 득표. 실망하고 투표를 안했던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으로서는 꽤나 고소한 승리였던 것이다. 

본질은 이런 여론조사 장난질이 새빨간 거짓임을 국민이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조금씩 서로를 믿게 되는 것이다. 다들 각자의 공간에 숨어서 혼자서 그를 지지하다가, 안철수의 문재인 지지선언을 빌미로 사람들이 모였다. 모이니까 서로를 확인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라는 하나의 깨달음이다. "'나' 가 아니라 '우리' 였구나"는 울림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추운날 광장에 모였을 때서야 비로소 알게 하는 것. 지지율 42%라면 이렇게 추운날에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므로, 그 존재 자체가 증명이 된다. 오히려 더 추울수록 더 끈끈해진다.

그들을 부른 것은 안철수가 아니라, 우리가 각각의 개체가 아니라 연결되어있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 나 이전의 무언가가 나를 부른다. 상부구조가 나를 부른다. 인간이 아니라 인류가 나를 부른다. 그들은 그렇게 소집되었다. 서울광장에 소집되니, 그 다음 산본에도 모이고, 그 다음에도 모이고, 그 다음에도 모일 것이다.

어떤 의미가 있어서 모이는 게 아니라, 모였기 때문에 의미가 생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2.12.09 (23:33:38)

여기 모인 사람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와도 못받는다는거...

프로필 이미지 [레벨:15]pinkwalking

2012.12.09 (23:46:30)

문재인도 그 위의 부름을 받은 거...

그리고 그는 부름받은 것을 자랑하지 않고 즐거워 한다는 거...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2.12.09 (23:59:01)

소집은 자발적인 명령이군요....^

아 나도 인류에 의해 소집되고 싶으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2.12.10 (00:17:51)

산본 생기고 최다 인파.


대한민국의 소집에 답한 사람을 보고파 모인 것.


대한민국이 인류의 소집에 응하면 인류가 모일 것.

[레벨:11]큰바위

2012.12.10 (12:06:42)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자발성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게 인간을 인간되게 한다.

강제는 인간안에 들어있는 신성을 모독하는 거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2.12.10 (12:16:47)

꽃 속에 꽃, 꽃 속에 꽃....또....

정말로 가슴 벅찬 풍경 입니다.

☆☆☆☆☆(별 다섯개!^^)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2.12.11 (10:58:35)

출석부인 줄 또 헷갈렸넹.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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