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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601 vote 0 2014.06.09 (01:35:29)

 

    의미와 가치 그리고 깨달음


    언제라도 활이 화살을 쏠 뿐, 화살이 활을 쏘지는 않는다. 원인이 결과를 쏠 뿐, 결과가 원인을 쏘지는 않는다. 당신이 둘 중 하나의 포지션을 선택해야 한다면 활이 되는 것이 화살이 되는 것보다 유리하다.


    총이 총알보다 더 가치가 있다. 무조건 사건의 원인측에 서는게 더 유리하다. 가치는 활과 화살 중에서 원인측의 활을 선택하기다. 반면 의미는 그 활이 결과측의 화살을 가지는 것이다. 화살없는 활은 허무하다. 의미가 없다.


    가치있는 인생이냐는 화살을 가진 활의 삶이냐다. 자식을 가진 엄마, 제자를 가진 스승과 같다. 반면 의미있는 인생이냐는 그 화살이 과연 똑바로 날아갔느냐다. 자식과 제자가 나의 기대대로 커주었느냐다.


    철학은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다. 어디에 서서 무엇을 배달할 것이냐? 어디에 서는가는 가치가 되고, 무엇을 배달하는가는 의미가 된다. 중국집에 서서 짜장을 배달해도 거기에 가치와 의미가 있다.


    진보에 서서 승리의 역사를 배달하는 것이 옳다. 보수에 서면 일단 가치가 없고, 패배를 배달하면 역시 의미가 없다. 역사는 언제라도 승리의 기록이다. 패배하면 사라지고, 사라지면 그 무엇도 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가치 - 사건의 원인측에 선다.
    ◎ 의미 - 사건의 결과를 배달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보상받기 원한다. 보상을 받으면 그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보상의 쾌감이 크면 그것이 가치있다고 여긴다. 물론 강아지는 충분히 보상을 받는다. 강아지의 쾌감은 그래서 크다.


    ◎ 개의 의미 - 사건의 결과로 보상을 받는다.
    ◎ 개의 가치 - 남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


    가치가 의미에 앞선다. 그러나 바보들은 반대로 생각한다. 그들은 의미가 가치에 앞선다고 여긴다. 그들은 보상받기를 원하며 더욱 남보다 많은 보상을 받기 원한다. 돼지는 쑥쑥 자라기만 해도 많은 사료를 보상으로 받는다.


    깨달음의 관점은 1인칭이다. 1인칭은 보상이 없다. 혼자이기 때문이다. 돼지와 개들은 3인칭에 서므로 보상을 원한다. 개는 실적을 평가하여 보상을 해주는 주인이 있고, 주인 앞에서 실적을 다투는 경쟁자가 있고, 경쟁자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원한다. 그러므로 개다.


    개는 주인과 경쟁자와 자신을 합쳐서 3인칭이다. 2인칭은 여기서 주인이 빠지고 경쟁자만 있다. 설사 노력하여 많은 실적을 얻었다 해도 경쟁자가 자신보다 더 많이 얻으면 자신의 패배가 되므로 2인칭은 역설이 작용한다.


    ◎ 깨달음의 1인칭 - 사건의 원인측에 서서 결과를 쏜다.
    ◎ 역설의 2인칭 - 경쟁자와 실적을 비교한다.
    ◎ 개의 3인칭 - 주인이 실적을 평가한다.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쾌감이라는 보상을 받지 못하므로 그들은 깨달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인가? 본능 때문이다. 거미나 쥐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


    거미나 쥐를 무서워하는게 잘못임을 알기는 쉽다. 누구나 처음에는 거미나 쥐를 무서워 하지만, 그게 잘못임을 알고 의식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 이는 고소공포증과 같다. 누구나 고소에 오르면 공포를 느낀다.


    누구나 공포를 느끼지만 극소수만 그 공포에 지배당한다. 훈련하면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 누구나 거미나 쥐나 뱀을 보면 공포를 느끼지만 극소수의 사람이 그 공포에 지배된다. 의식적으로 공포의 지배를 극복해야 한다.


    숟가락쥐기를 연습하면 밥을 먹을 수 있고, 연필쥐기를 연습하면 글씨를 쓸 수 있다.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죽음의 두려움 극복하기를 연습하면 얼마든지 두려움의 지배를 극복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젓가락질을 의식적으로 연습하듯이, 뱀의 공포를 의식적으로 극복하듯이, 죽음의 두려움을 의식적으로 극복하듯이, 훈련하여 이 우주의 존재가 전율할만한 기쁨임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건의 원인측에 섬으로써 가치를 획득하고, 결과를 쏘기에 성공하여 의미를 실현하는 큰 기쁨을 느껴야 한다.


    생선회의 비린내가 싫다고 먹지 않으면 자기만 손해다. 필자도 소주의 쓴맛이 싫어서 안 먹던 시절이 있었다. 옛날 금복주는 상당히 독하고 쓴맛이 강했다. 안 먹으면 손해니까 먹은 거다.


    담배도 안 피우면 나만 손해라서 피워봤는데 중독이 안 되니까 귀찮아서 안 피우는 거다. 공사판이면 그렇다. 십장이 ‘자 일합시다.’고 하면 노동자들은 말한다. ‘아! 피우던 담배는 마저 피워야지요.’ 그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십장도 이야기를 듣다가 재미가 있어서 중간에 끊지 못한다.


    이야기가 끝날 쯤이면 또다시 담배를 피워문다. 이 방법으로 교묘하게 휴식시간을 늘린다. 나는 담배를 안피우기 때문에 확실히 손해를 봤다. 손해 안 보려고 담배 두 값을 연달아 피웠는데 뻐끔담배라서 그랬는지 중독되지 않았다.


    쥐가 무서운건 사실이다. 계속 무서워 하면 자기만 손해다. 생선회가 비린 것은 사실이다. 계속 기피하면 자기만 손해다. 숨은 기쁨을 찾아내야 한다.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과 수족관에서 묵힌 생선은 다르다.


    그 맛의 차이를 알아내면 기쁨 두 배다. 슈퍼마켓에서 사온 포도와 포도밭에서 방금 딴 포도의 맛은 천지차이다. 잘 익은 포도는 배달과정에서 상한다. 덜 익은 포도를 팔기 때문에 맛이 없는데 모른다. 잘 익은 포도맛을 모르고 먹으면 자기만 손해다.


    죽음은 누구나 두려워 하지만 계속 두려워 하면 자기만 손해다. 어느 순간에 그것을 끊어내야 한다. 쥐를 무서워하거나 바퀴벌레를 무서워 한다면 역시 그것을 끊어내야 한다.


    과일맛을 모른다면 적극적으로 알아내야 한다. 옥수수는 수확한지 네 시간 안에 삶아야 제 맛이 난다. 고구마는 식어야 맛이 있고 감자는 식으면 맛이 없다. 쌀밥은 도정하고 당일에 밥을 지어야 맛있다. 마트에서 도정된 쌀을 한가마니씩 쌓아놓고 밥을 짓는다면 어리석다.


    소형 도정기를 구입해서 직접 도정해서 먹으면 밥맛 두 배다. 가을에 방금 수확한 쌀을 곧바로 도정해서 압력밥솥에 지은 밥과 3년 묵은 군대쌀로 지은 밥은 열배의 밥맛 차이가 있다. 모르면 손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영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쇠고기 부위를 40가지로 분류하지만 영국인은 한 가지로 퉁친다. 그냥 쇠고기다. 일본인은 육류를 먹을줄 모른다. 중국인은 회를 먹을줄 모른다.


    영국인은 거의 모든 것을 먹을줄 모른다. 영국인은 맛없는 것을 먹으므로 늘 화가 나 있고, 분풀이로 세계를 침략한다. 영국인들은 축구장에서 난동부리는 홀리건처럼 화가 나 있으며 그래봤자 자기들만 손해다. 아랍인들은 술을 안 먹기 때문에 자주 화가 나 있지만 그래봤자 자기만 손해다.


    일본인과 중국인은 숟가락을 쓰지 않으므로 죽을 먹지 못한다. 맨손으로 먹는 인도사람은 뜨거운 국물을 먹을 수 없다.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맛을 알아내지 않으면 맛을 모르고, 맛을 모르면 자기만 손해라는 거다.


    깨달음은 존재 그 자체의 쾌감이다. 그 쾌감을 모르면 자기만 손해다. 사건의 원인측에 1인칭으로 설 때 그 쾌감을 누릴 수 있다. 주인에게 보상받으려 하는 3인칭으로 보면 절대 그 쾌감을 누릴 수 없다.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너무나 기쁨이 커서, 죽음의 두려움 같은건 사소한 일로 된다. 그 기쁨을 모르면 손해다. 누구나 죽음은 두려운 것이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의 쾌감은 그 두려움을 압도한다. 죽음의 두려움은 미미한 일로 된다. 생선회 맛을 알면 비린내 따위는 미미한 것이다.


    홍어맛을 안다고 꼬리꼬리한 홍어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주맛을 안다고 소주의 쓴맛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의 1인칭을 얻었다고 죽음의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 거의 완전히 무시된다.


    일인칭의 세계를 알면, 3인칭의 세계는 유치해서 별꼴이 반쪽으로 된다. 김기덕영화를 보는 재미가 1이라면, 그것을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재미는 10이다. 깨달음의 1인칭 세계에서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주는 기쁨은 그 어떤 두려움도, 비린내도, 쓴맛도, 삭힌 냄새도 미미하게 만든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무섭다.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그 무서움이 사라질까? 아니다. 단지 그 무서움을 스릴이라는 말로 바꿔 표현할 뿐이다. 죽음의 두려움? 깨달음을 받아들인 사람에게 그것은 스릴이다.


    그대는 여전히 바퀴벌레나 쥐나 뱀을 두려워하면서 살터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계로 용기있게 나아갈 것인가?


    개는 결과측에 서서 보상받기 원하고, 인간은 원인측에 서서 결과를 쏜다. 어느 쪽이 더 기쁨이 클까? 뼈다귀를 얻은 개가 행복한가 아니면 세계를 발견한 인간이 기쁜가? 햅쌀과 묵은쌀의 맛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세계를 발견하고 기쁨을 누리는 사람과 뼈다귀를 받고 행복한 개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아는 사람은 새로운 길을 가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거기서 그러고 있다.


   


[레벨:5]국궁진력

2014.06.09 (03:41:48)

아니요! 그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새삼 감사합니다. 

[레벨:5]msc

2014.06.09 (09:17:19)

결과에만 집착 했던 나자신을 강하게 질착합니다,안짤리기 위한,동료들 보다 더 빠르게 올라서기 위해 결과만을 내놓은 나는 ,,,,부끄럽습니다,감사

[레벨:11]큰바위

2014.06.09 (14:18:09)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를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결과보다 원인측을 보아야 한다. 

나무를 자를 때 나무 꼭대기에서부터 가지를 잘라내는 바보가 없듯이 밑동을 단번에 잘라야 한다.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가야 한다. 

결과에 연연해 하지 말고......


음식 문화에 대한 설명 재미가 쏠쏠~

[레벨:30]솔숲길

2014.06.09 (17:46:39)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협업하는 것이다. 


[레벨:3]파워구조

2014.06.11 (02:05:47)

원인 - 결과 


1인칭 - 3인칭 


가치 - 의미


이 각각의 개념들이 이렇게 한 패키지로 묶여서 이렇게 멋진 칼럼이 나오다니, 신기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배태현배태현

2014.06.11 (02:12:53)

쾌락중에 지존은 깨달음! ㅎㅎ.

요즘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여러 의식화 훈련중 한가지인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훈련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이타적 죽음과 이기적 죽음 둘 다에 관해서...

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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