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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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416 vote 0 2013.07.19 (23:01:07)

        팟캐스트 녹음하다가 나온 이야기다. 스물 세 살이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학교 졸업하고, 군대 다녀오고, 취업은 아직이고, 그럴 즈음에 두어달 시간이 있다면 게으럼뱅이가 할만한 일은?


    사람들은 현실적인 답변을 원하겠지만 이곳에서는 비현실적이어야 한다. 현실적인 대답은 엄마아빠가 해준다. 동네 형들도 좋은 조언자가 된다. 닥쳐! 꿈은 공유되지만 현실은 사유된다.


    ‘꿈이 뭐냐?’ ‘7급 공무원?’ ‘닥쳐!’ 사유되는 것을 말하면 자기소개다. 네 꿈 말고 인류의 꿈 말이다. 공유되지 않는 꿈은 꿈이 아니다. 이쯤 되면 필자가 무슨 말 하는지 대략 감잡았을 터.


    필자의 경험으로 말하면.. 서너 살 어린이에게 중요한 것은 동네가 어떻게 생겨먹었냐다. 길 모퉁이 저쪽에 무엇이 있느냐? 나 혼자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 그때는 다들 그렇지 않았나?


    상황파악부터 해야 한다. 자기 사는 구역 일대를 둘러보고 좌표를 정하는 거다. 청소년 쯤 되면 제법 패거리를 이루어 이웃마을 녀석들이 동네 경계선을 넘어오지 않았냐 이딴데 신경쓴다.


    이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다. 정글의 부족민이라도 그럴 거다. 패거리지어서 마을순찰을 하는 거다. 신라의 화랑도라는 것도 일종의 그런 무리. 계속 그러다간 동네 양아치 되는 거고.


    국가도 그렇다. 국가의 스물 세 살이 있다. 스물 세 살 먹은 국가는 전국체전이니 전국노래자랑이니 전국어쩌구니 하면서 근대 국민교육을 실시한다. 그 전에는 관심사가 동네 원수였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원수집안이 있었다. 백범일지에도 비슷한 묘사가 있다. 일하고 출세하고 성공하고 그런게 어딨어? 원수를 갚아야지. 건너 마을 저넘들이 우리를 얼마나 업신여기는데.


    중국에서는 원수가문 단위가 300만, 500만이다. 중국인들은 중국에 관심없다. 요즘은 다르겠지만. 시골 사람들은 주석이 누구인지 이름도 모른다. 향당이라고 씨족전쟁에 열을 올린다.


    그런 봉건주의가 70년대까지 있었다. 문화혁명이 그냥 나온게 아니고 다 이유가 있다. 한국인들은 70년대에 처음 국가를 발견했고 중국인들은 최근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인생에도 그런 시기가 있다. 스물 세 살이면.. 동해바다에 고래가 뛰고 있는데 일에 집중이 되겠냐고.. 고래부터 잡아야지.. 최인호의 고래사냥.. 안성기 형님 왕초로 출연해주시고.


    고래는 어떻게 잡는가? 일단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어주고. 그 다음은 만화방에 있는 모든 만화를 다 보고. 그 다음은 비됴방에 있는 모든 비됴를 다 섭렵하고.. 물론 실제로는 무리다.


    누가 현실 논하쟀나. 스물 세 살에 필자라면 그러고 싶었다는 거. 도서관의 책을 다 볼 수는 없고, 총류코너가 있다. 각종 사전, 전집들과 무슨 보도연감, 미술연감, 일제강점기 영인본 신문.


    싹 한 번 훑어주시면 된다. 책을 다 읽지는 못해도 손때는 조금씩 다 묻혀놔야 한다. 침 발라 놓는 거다. 그래도 한번씩 쫙 빼보기는 해야 성이 차는 거다. 보물탐사 하는 기분이 된다.


    시간이 나면 전국의 모든 도시를 한번 밟아주면 된다. 부산에 칠성파가 뛰고, 울산에 목공파가 날고, 대전에 쪽제비파가 있고, 제주에 감귤파, 수원에 남문파, 천안에 불곰애들, 순천에 시민파.


    인천에 꼴망파가 설치고 있는데.. 걱정되어 일이 손에 잡히나? 사실 가 봤자 별 거 없다. 그래도 전국 모든 도시 뒷골목을 쫙 한번 훑어주고, 공단이나 산골이나 바다라도 한번씩 밟아주고..


    그렇게 윤곽을 딱 잡아줘야 한다. 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하다. 왜말로 ‘와꾸’를 딱 잡아줘야 인생의 좌표가 서주는 거다. 여유가 되면 해외여행으로 한 바퀴 쫙 돌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남들 다 가는 유럽에 흥미가 가면 황이다. 아프리카에서 사자와 코끼리가 패쌈을 벌이고 있는 판에 한가하게 에펠탑이나 기웃거리고 나자빠져 있겠나고? 갈 수 있다면 팀북투부터 길을 잡아서


    짐바브웨 고지대나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나 나미비아 사막이나 산족이 사는 칼라하리 사막 정도 밟아주면 직성이 풀릴 거다. 이란의 산악이나 시베리아 삼림지대도 한번 훑어줄만 하다.


    사할린 화산지대도 흥미가 있다. 논하자면 끝이 없고.. 스물 세 살이면 그러고 싶지 않을까? 무엇보다 방향감각을 얻고 볼 일이다. 스물 세 살에 밥 먹고 살 걱정 하는 넘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내가 스물 세 살이면.. 싹 죽었어. 세월 참 빠르다.


   


[레벨:10]다원이

2013.07.19 (23:13:46)

!!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3.07.19 (23:24:29)

동렬 슨상 말이 맞소.난 운 좋겠도 중남미 태국 튀니지 등등을 30대에 돌아 다녔소.


울 엄마 왈 '너는 코스타린간가 뭔가 갔다와서 인생 망그라졌어"라고 말 하지만 

최고의 국가를 보고 왔으니 나로서는 행운이었소.


오스카르 아리아스 라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대통령일 때 동네 광장에서 

그 놈이 그런 가 보다 하고 악수하고 끝 이었소,


그게 당연한 사회가 코스타리카 였으니...1990년 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7.20 (03:17:01)

'혈관나이' 23세 기준해도 되는 것 아닌감유?^

[레벨:6]빛의아들

2013.07.20 (10:25:59)

온몸에 전율이 쫙 흘렀어요!!! 맞아요!!! 눈물나도록 감동입니다.

전 못했어여  하고싶었지만  할수가 없었지요.  물론 그때 군대에 있었지만....

그래서   군대 제대하자마자....오토바이 택배한다고 하면서  

의정부에서 경기도를 접수했습니다.  온사방동내 안다녀본곳 없이 다녔지요......

택배해서 등록금 버는 목적도 있었지만.....그것보다  온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습니다.

 

책은 어릴때 많이 섭렵해서.......ㅋㅋ^^;;;;;

 

우리 아들에게 그거 가르쳐 주고싶어요.  이건 가르쳐서 될일이 아니니....

가르치지 않고  걍 보내려고요.....가봐라!!! 이렇게 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3.07.20 (12:28:26)

정답이 없는 물음에 답해보기 ^.^

 

그 때, 그기서, 내가 응답한 그것이 바로 답이였음이라.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3.07.21 (16:39:41)

신기하네요

제 23살 때를 그대로 옮겨 놓은듯

 

도서관에 죽치기

만화방, 비디오 중독증

여름 겨울 방학때만되면 무조건 무전여행

그러다가  나라 밖으로 굴러가는데

 

삶의 좌표는 커녕

 

안이나 밖이나 뭐 특별한 것도 엄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아 인생 쓸데없니 길구나야

하였으니

돌아보니

눈물나네요

 

만나야할 세계와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였던 어리석은 세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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